디지털트윈·컴퓨터비전·생성형 AI, 도시 인프라 핵심 기술로 부상
국내 스타트업, 미국·싱가포르·중동에서 실증 나서
‘AI 전환’을 도시 전략으로 삼은 정부, AX 중심으로 정책 재편

시뮬레이션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모습.(사진:ETRI webzine)
시뮬레이션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모습.(사진:ETRI webzine)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AI 기술이 도시 설계와 인프라 관리를 바꾸고 있다. 도로, 철도, 건축물, 지하 공간까지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인공지능과 연결되면서, 도시 계획의 개념 자체가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단순한 데이터 수집 단계를 넘어, AI가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국내 스타트업이 AI 기술을 실제 해외 도시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술을 단순히 수출하는 것을 넘어, 해외 현장에서 작동성과 신뢰성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AI 기술로 진화하는 도시 인프라 관리

도시의 전반적인 관리 방식도 변화 중이다. 실제 공간을 정밀한 3D 데이터로 복제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은 도시 전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만든다.

건물의 에너지 소비, 사람의 이동 경로, 구조물의 이상 징후 등을 AI가 실시간 분석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컴퓨터비전 기술도 현장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드론이나 CCTV 영상을 기반으로 도로 균열, 교량 부식, 지반 침하 징후를 AI가 자동으로 감지한다. 과거엔 사람이 일일이 점검하던 작업을 AI가 대체하는 것이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도시 설계의 시나리오 자체를 인공지능이 제안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특정 지역에 건축물을 지었을 때 교통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인프라 도입이 기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AI가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제시할 수 있다. 과거의 계획 중심에서 예측 기반 설계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해외 도시에서 기술로 검증받는 국내 스타트업

국토부는 ‘국토교통 AX 기술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보유한 AI 기반 기술이 실제 도시 현장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한 수출이 아닌 실증 기회를 주고, 이후 도시개발 프로젝트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는 한 스타트업이 고층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 중이다. 또한 다른 기업은 싱가포르에서 드론과 AI로 도로 함몰 위험을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처럼 신도시 개발이 활발한 중동 지역에서도, 인프라 설계와 유지관리 시스템을 실제 프로젝트에 도입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AI 기반 설계기술이 더 높은 효율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최대 5개 기업을 선정해 실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태국, 사우디, UAE 등과 협력해 현지 공공기관, 도시개발사와의 실질적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할 방침이다.

정책도 ‘AX’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

정부 정책 방향도 달라졌다. 국토부는 기존의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가 판단과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AX(AI Transformation)’을 국토 분야의 전략 기술로 제시했다. 데이터 축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판단과 실행을 올리는 구조다.

AI 기술이 도시를 운영하는 ‘엔진’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 측정·분석·예측·결정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디지털트윈으로 복제된 도시 공간, 컴퓨터비전으로 찾아낸 위험 요소, 생성형 AI가 제안하는 도시 시나리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도시 운영은 더 똑똑해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실제 도시 환경에서 검증을 거쳐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며 “AI 기술 기반의 도시 설계와 인프라 관리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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