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일각, “그의 ‘AI담론’은 대부분 거짓말과 과장”
“AI가 모든 문제 만병통치약인양 대중을 ‘가스라이팅’” 비난
AI훈련, 데이터센터 ‘에너지량’ 축소, “AI로 기후위기 해결” 주장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샘 앨트먼의 챗GPT에 대한 거짓말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
최근 실리콘 밸리 일각에선 오픈AI의 CEO 샘 앨트먼(‘앨트먼’)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그의 최근 블로그와, 행사장 발언 등이 이런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난을 AI로 ‘완전 극복’한다는 주장이나, “AI에 의한 기후위기 극복” 운운의 발언 등이 알려지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듯, 비판의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블로그 게시글, AI서밋 발언 등이 ‘불씨’
그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스노우플레이크 서밋’에서 “AI가 세상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떠들기도 했다. 기즈모도의 저널리스트 카일 바는 “AI가 지구에 좋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을까” 반문하면서 통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심지어 그의 행태를 ‘실리콘밸리의 AI 두뇌 부패’(AI brain rot in Silicon Valley)라고 꼬집기도 했다.
‘AI 두뇌 부패’의 중심 인물로 지목된 당사자답게 앨트런은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이라는 과장된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물과 전기 사용량이 과거 여러 연구 결과에 비해 엄청나게 낮게 나타났다”고 주장하면서, “(대중에 대한) 가스라이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 테크 섹션 역시 그의 블로그 게시물을 인용하며, 그의 ‘개발 속도 지상주의’와 ‘근거없는 자만심’을 비꼬았다. 그러면서 앨트먼이 최근 제시한 일련의 수치에 대해 조목좀고 비판을 가했다.
앨트먼은 하나의 챗GPT 쿼리가 소모하는 에너지와 물 사용량에 대한 자체 수치를 공개했다. 즉, “단일 프롬프트에 약 0.34Wh가 필요하다”면서 “고효율 전구가 몇 분 안에 소모하는 양과 같다”고 했다. AI 쿼리 처리에 사용되는 이러한 데이터 센터를 냉각하기 위해 앨트먼은 “학생이 챗GPT에 에세이 작성을 의뢰할 경우, 약 1/15 티스푼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챗GPT 쿼리 하나에 ‘1/15 티스푼’ 용수면 충분?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데이터 출처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작 언론의 확인 질문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이에 ‘테크스토리’와 AI 전문가들은 실태를 따지며, 반박하고 나섰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물과 전기가 필요한 실정이다.
오픈AI는 “2025년 12월 기준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가 3억 명이며, 하루에 10억 개의 메시지를 생성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챗봇은 하루에 약 3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연간 약 1,100만 리터가 조금 넘는 양이다.
챗GPT는 이미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 센터에 호스팅되어 있다. MS는 냉각을 위해 추가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폐쇄형’ 센터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은 먼 일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최소 1년 동안은 시범 운영조차 되지 않을 예정이다.
애초 데이터 센터는 ‘생성 AI’가 등장하기 전부터도 이미 엄청난 물과 전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픈AI와 계약을 체결한 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물 사용량이 급증했다. 2023년 말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진 발표에 따르면, 이전 GPT-3 버전의 챗GPT는 10~50개의 쿼리당 약 0.5리터의 물을 소비했다. 가장 보수적인 관점에서 봐도, 오픈AI의 이전 모델은 하루에 3만 리터의 물을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는 예전의 구 버전 모델이다. 만약 훨씬 강력하고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하는 GPT-4.1과 o3 추론 모델이라면 더욱 엄청난 물과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I모델의 크기는 에너지 사용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델이 발전함에 따라 지속적인 재훈련이 필요하고, 전기 요금은 계속해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벌써 앨트먼 주장의 허구성이 드러난다. 예컨대, 최첨단 GPT-4o에 액세스할 수 있는 가장 진보된 고급 챗GPT 제품에선 매우 복잡한 쿼리가 생성될 수도 있고, 에너지 소모량도 한층 증가할 것이다. 앨트먼은 이런 대목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AI 이미지’를 처리하기 위해선 ‘텍스트’ 쿼리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있다.
“그의 게시글,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가득” 비판
기즈모도는 “앨트먼의 블로그 게시물 전체는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가득 차있다”면서 “데이터센터가 ‘자동화’될 것이기 때문에 AI 비용이 결국 전기 비용과 비슷해질 것이란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만약 AI를 확장할수록 AI 운영에 필요한 전기 비용을 상쇄할 것이란 주장을 받아들인다 쳐도 문제는 더 크다.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AI를 통해 물과 전기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곤 했다. 그중 일부는 AI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설치하거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그러기까진 오래도록 화석 연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테크스토리’는 “오픈AI CEO의 블로그 내용은 그 자체가 ‘고집스러운 거대 기술 과두 정치가’의 사고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힐난했다.
특히 “(AI로 인해) 모든 계층의 일자리가 훨훨 사라져버릴 것”이라면서도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부유해져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의 말도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앨트먼은 ‘기본소득’을 그 대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 여부를 떠나서, 평소 기술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인물답지않은, ‘생뚱맞은’ 제안이란 비판이다. 또 그가 간혹 ‘양념’처럼 내뱉는 ‘안전 문제’ 역시 조롱섞인 비판을 사고 있다. 이를 두고 “(매사에 안전한 AI를 신경써야 할 만큼) 우리 모두가 삶의 모든 측면에 AI를 확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길 빈다”는 식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앨트먼의 모든 ‘AI담론’은 대부분 ‘거짓’이며, 세상에 대한 위선적 ‘가스라이팅’이란 비판이다. ‘부패한 두뇌’의 대명사란 뜻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