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과학예산 대폭 감축’, 외국 유학생 취업금지 등
세계적 AI인재 경쟁 속 ‘美, 퇴행적 조치’로 다른 나라들 ‘미소’
中, 유럽, 아시아 각국 등 美 출신 인재 파격적 스카웃 경쟁

미국의 AI인재들이 세계 각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사진=펙셀즈)
미국의 AI인재들이 세계 각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사진=펙셀즈)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AI 인재 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앞다퉈 전 세계 인재들을 싹쓸이하다시피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사정이 변하고 있다. 기존 현상과는 사뭇 다른 ‘인재 유출’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中, 인재 대량 흡수, 美 추월 노려

이는 다른 복합적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과 외국인 유학생 제한 조치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과학예산을 포함해 파격적으로 줄어든 ‘크고 아름다운 예산(big, beautiful bill)’도 그 중 하나다. 일론 머스크가 이를 격렬히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척을 지게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 때문에 미국 기초 과학 연구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연구비 지원 속도가 35년 만에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문에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 내 두뇌 유출을 촉발하고 있고, 미국의 과학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들은 “미국의 과학 파이프라인이 고갈되고 있으며,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하소연했다.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유학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하버드는 이에 반발하고 있지만, 그 바람에 최악의 경우 해외 유학생 채용이 전면 금지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핵심 분야’에서 유학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치로 살펴보자면, 다른 나라들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다. 미국 대학들이 박사 과정 신입생 입학 허가를 취소하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미국 연구실 출신 인재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네이처’(Nature)지가 구인 플랫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AI 관련 인재 등 과학자들이 어디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지 추적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몇 달 동안 이미 미국인 지원자들은 캐나다(+41%)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찾았고, 유럽(+32%), 중국(+20%), 그리고 기타 아시아 국가(+39%)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같은 기간에 미국인 지원자 수가 2024년에 비해 이처럼 급증한 것이다.

미국 내 AI인재 구직 규모 대폭 줄어

반면에 미국 내에서 외국 인재들이 찾은 일자리는 격감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실리콘 밸리 등을 중심으로 마치 세계 인재의 ‘블랙홀’로 불릴 만큼, 각국에서 인재들이 몰려들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캐나다 출시니 인재(-13%)나 유럽(-41%) 출신 지원자들이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구한 수치는 격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인재들 채용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배정한 것으로 화제가 된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는 지원자가 폭주하자 지원 마감을 서둘러 결정할 정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노벨상 수상자 아르뎀 파타푸티앙에 대한 연방 지원금이 동결되자, 그는 중국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다. 중국은 “연구실을 (중국으로) 이전하면 20년간 연구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이메일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호주도 덕분에 실리콘밸리 등 미국의 최고급 인재를 영입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는 간략한 보고서에서 “이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천재급 인재들을 영입할 기회”라고 기대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가 인접해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사진=셔터스톡)
실리콘밸리가 인접해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사진=셔터스톡)

그럼에도 백악관은 그저 느긋한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엑시오스에 “(인재) 시스템 개편을 통해 과학의 황금기를 열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유학생 입학 거부로 인해 빈자리가 생기면, 미국 내 지원자들로 채울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트럼프의 그런 발상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꼬집는다. “예를 들어 천문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국내 지원자들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애리조나 대학교 천문학 교수 크리스 임피는 엑시오스에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는 과학은 특정한 정권 이상의 의미가 있고 확고하다고 낙관해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광기’ 지나면 인재 수급 정상화”

문제는 단순히 기존 인재들의 유출만이 아니다. 현재 고등학생과 대학생들, 그리고 연구 분야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재능이 많고 유능한 아이들이라면 굳이 과학 분야 아니라도 갈 곳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대학 교수들은 “올 가을에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박사 학위를 받을 때쯤이면 이 ‘광기’(트럼프의 광기)는 이미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그 공백을 메울 준비가 된 새 박사 학위를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장 마샤 맥넛은 ‘뉴욕타임스’에 “과학 강국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번과 같은 퇴행적 조치로 인한 부작용은 완전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랜 시간이 지나만 회복은 할 수 있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동안 뒤처졌던 상황을 만회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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