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中시장 ‘반토막’ 틈타, ‘중국 맞춤형 버전’으로 공략
‘Radeon AI Pro R9700’의 축소 버전, “대중제재 우회 위한 성능 절하”

AMD의 라데온 AI Pro R9700 사양과 이미지. (출처=AMD, 트렌드포스)
AMD의 라데온 AI Pro R9700 사양과 이미지. (출처=AMD, 트렌드포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의 대중 칩 수출 제재 등에 편승한 AMD의 엔비디아 추격세가 심상찮다. 그 동안에도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제품 개발이나 업그레이드 등으로 추격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제재로 인해 고사양 칩 중심의 엔비디아가 중국시장 점유율 ‘반토막’ 수준의 타격을 입으면서 상황은 전과 달라졌다.

RTX 5000 시리즈, 화웨이 ‘어센드 910D’ 등과 경쟁

AMD는 이 틈을 타 오로지 중국시장을 겨냥해 (대중제재를 피할 수 있는) 저사양의 AI 그래픽 카드를 출시, 현지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엔비디아로선 기존 H20 등을 대신할 만한 저사양 칩 라인업이 당장은 마땅치않은 빈틈을 노린 것이다.

이번에 AMD가 내놓은 제품은 ‘Radeon AI Pro R9700’(R9700)을 기반으로 하는 카드다. 이는 엔비디아가 애초 중국시장에서 판매하기로 했던 RTX 5000 시리즈 GPU나, 화웨이의 최신 고성능 칩인 ‘어센드 910D’ 등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중국 시장은 GPU 판매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거대한 게임 시장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이에 대응할 만큼 막대한 양의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칩 업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같은 추세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AMD는 오는 3분기쯤부터는 새로운 중국 전용 그래픽 카드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이에 지난 주 AMD는 ‘R9700’을 출시했다. 이전 세대 W7800에 비해 용량은 작지만 눈에 띄는 업그레이드를 시도한 제품이다. 앞서 ‘9070 XT’와 동일한 GPU를 기반으로 하며, 다이 크기는 거의 3분의 1 정도 작지만 트랜지스터 수는 90% 이상에 달할 만큼 별 차이가 없다. 이는 또 최신 AI 및 레이 트레이싱 가속기, 크게 향상된 부스트 ​​클럭, 그리고 32GB GDDR6 메모리를 탑재했다.

엔비디아, 호실적 불구, ‘우울한 전망’

이에 비해 엔비디아로선 결코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지난 주 발표된 실적은 일단 양호했다. 1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391억 달러를 기록했고, 게임 부문 매출도 42% 증가한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 결과 1분기 매출이 441억 달러로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이는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예상치 432억 달러를 상회한 수치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이 회사는 2분기 매출이 약 8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제한 조치로 인해 1분기엔 H20 재고 과잉으로 55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H20은 낮은 연산 능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슈퍼컴퓨터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지난주 “중국에서 한때 지배적이었던 엔비디아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실토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4년 전만 해도 중국시장 점유율이 95%로 사실성 석권하다시피했던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현재는 50%로 떨어졌다.

'컨퍼런스 콜' 무대에서 기조 연설 중인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출처=AFP)
'컨퍼런스 콜' 무대에서 기조 연설 중인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출처=AFP)

AMD로선 그야말로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투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중국 전용으로 출시한 ‘R9700’의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여러 GPU에 걸쳐 확장 가능하다”면서 “특히 중국산 Pro 그래픽 카드의 성능과 관계없이 여러 그래픽 카드에 걸쳐 확장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카드의 기본 성능은 이전 모델보다 크게 향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AI 워크로드 측면에선 “독보적”이라는 AMD의 설명이다. “딥시크 R1이나, 디스틸 라마(Distill Llama) 8B 모델을 구동하는 W7800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주장이다.

심지어는 “(엔비디의) RTX 5080보다 5배 더 빠르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과장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술매체 ‘톰스 하드웨어’는 “그건 너무나 이상하고 과장된 비교”라며 “AMD는 아마도 ‘5080’의 32GB와 16GB를 비교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와 비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런 평가와는 별개로 ‘R9700’의 총 AI 성능은 결코 만만찮은 수준이다. 그다지 지나치지 않은 수준의 최대 300W의 전력을 사용하고, 최고 연산 성능은 최대 1,531 TOPS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시장, 중저가 저사양 칩 수요 폭발적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그래픽 카드가 미국 수출법을 준수하느라 성능을 낮췄듯이, 중국에 출시될 AMD카드는 역시 전반적으로 성능은 낮은 편이다. 앞서 AMD는 이미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MI308 GPU로 대중 제재 규정을 회피할 있었지만, 나중에 중국 시장에 판매하기에는 너무 성능이 높은 것으로 판명, 수출이 중단되었다. 이에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현재도 중국에선 중저가의 비교적 저사양의 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다. AMD도 이 점을 고려, 이번 ‘R9700’으로 중국에서 여전히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최근 “미국의 칩 수출 통제가 ‘실패작’이 될 것”이란 였다는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오히려 이러한 대중제재 조치가 중국의 ‘기술혁신’을 촉진했다”고 미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주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 시장의 최강자인 엔비디아는 오늘날 여전히 세계를 선도할 위치에 있다. 그러나 정작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시장이 우리에게 닫히고 말았다”고 불평했다.

젠슨 황은 “이미 중국은 AI 강국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정작 세계 최대 AI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이 미국의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대중제재를 명분으로 중국 칩 제조업체들을 미국과의 경쟁에서 배제하는 것은 (중국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반면,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뿐”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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