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실패작’” 평가…AI모드, Veo3 등 “별 쓸모없는 제품”
AI코딩 줄스, 플로우 등도 “실용가치 의문”, AI 울트라 “요금만 비싸”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보단, 자화자찬 ‘빈 껍데기’만 나열” 비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구글의 강력한 AI 도구는 사실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20일부터 시작한 구글의 대규모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I/O 2025’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시각에 따라 구글 ‘I/O 2025’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각종 외신을 포함한 국내외 언론들은 대체로 구글이 소개하는 제품 라인업을 ‘팩트’ 중심으로 전달하고 있다. “작년과 다른 새로운 기술”임을 전제한 맥락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의 평판과, 이들의 구체적인 검증을 종합해보면 ‘I/O 2025’는 실패작이란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있어 보인다.
다수 언론, 애널리스트 “새로운게 없어” 혹평
실제로 순다르 피차이를 비롯한 구글 경영진과 기술 책임자들이 무대에서 소개한 기술과 제품을 새삼 뜯어보면 “새로울게 없다”는 말이 수긍할 만하다. 첫날 구글은 거의 2시간 동안 AI 모드, AI코딩 도구 줄스(Jules)와 플로우(Flow) 같은 생성AI 앱, 그리고 월 250달러라는 “어처구니없는 (비싼)” 새로운 AI 울트라(Ultra) 요금제와 같은 제품들을 홍보했다.
그러나 로이터나 엔가젯 등의 논조를 보면 한 마디로 “과거 어떤 ‘I/O’ 컨퍼런스보다 부실한 ‘소문난 잔치’에 불과하다”는 기류가 읽힌다.
특히 CEO 순다르 피차이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 첫날 기조연설을 접한 많은 이들의 반응은 ‘실망’의 분위기가 짙었다. 엔가젯은 “예년의 ‘I/O’ 행사와 비교해도 한참 못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컨퍼런스에서 선보였던 안드로이드용 디지털 웰빙,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구글 맵과 앱, 듀플렉스, 픽셀 3의 통화 차단 기능이나, “마법 같았던” ‘나이트 사이트’ 등을 꺼내들었다. 즉, “비록 소극적이나마, 기업으로서 구글이 진정으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을 만들곤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2025년 구글 I/O’에서 발표된 기능 중 예년의 ‘나이트 사이트’나, 구글 포토, 혹은 통화 차단 기능이나 듀플렉스에 버금가는 것이 있느냐는 얘기다. 사실 많은 사용자들은 이번 행사를 지켜보며, 그나마 새로워 보이는 것은 “구글 미트에 실시간 언어 번역 기능을 추가한 사실뿐”이라며 실망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 마저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화면에서 이를 소개하는데 걸린 시간은 딱 1분 정도에 그쳤다.
또 AI코딩 도구 ‘줄스’(Jules)를 사용해 코딩을 하거나, 동영상 앱 ‘Veo 3’으로 어설프게 짤막한 영상을 만든다고 해서 그게 과연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물음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컴퓨터로 30초짜리 우스꽝스러운 클립을 만들 수만 있다면 삶이 극적으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비꼬았다.
과거 ‘I/O’ 컨퍼런스 비해 “전례없는 실패작”
그런 의미에서 지난 ‘I/O 2018’ 당시 구글이 선보였던 ‘나이트사이트’의 ‘추억’을 꺼내드는 사람들도 있다. 당시 ‘나이트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는 가히 혁신적이었다. 한 가지 기능을 통해 AI소프트웨어가 초소형 카메라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 “휴대폰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선 현실세계의 한계를 돌파한 획기적 도구였다는 설명이다. 이는 결국 삼성과 애플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모방하도록 했고, 이젠 쓸만한 스마트폰치고 이를 차용하지 않은 경우가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나이트사이트는 지구촌 모바일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그 만큼 역대 ‘구글 I/O’는 그런 정도의 중량감있는 산업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년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실패작’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Veo 3’를 비롯한 구글의 다른 프론티어 모델을 원하는 만큼 사용하려면 매달 250달러를 내야 한다는 사실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연 “그런 유료 도구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힐난섞인 질문도 나오고 있다. 돈주고 구매할 만한 실용적 가치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다.
그래서 “지난 몇 차례의 I/O 컨퍼런스는 구글이 AI 역량을 유용한 일에 활용하기보다는 그저 과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과거 구글은 폭넓은 대중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의 기술과 제품을 (공감한만한)맥락화하는 데 능숙했다.”고 비교하기도 한다. 즉 과거엔 어떤 빅테크보다도, 유용한 도구과 기능을 개발하는데 주력했지지만, 지금은 아니란 얘기다.
예를 들어 ‘AI 모드’처럼 그나마 새로워보이는 검색기능조차 그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챗봇을 처음 선보였고, 그 후로 점차 시장을 넓혀왔다. 그러나 문제는 구글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 즉 구글 검색 기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AI 모드가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구글 검색 결과의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구글은 이에 “(AI모드가) 문제를 해결하고 SEO(검색순위노출) 마케팅 업체들이 조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신, AI 모드가 본사 검색 엔진의 미래를 대표한다”고 홍보했다.
“챗봇, 검색엔진 대체 불가” 근본적 의문도
그러나 문제는 챗봇이 제대로 된 검색 엔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챗봇이라고 해도, 이는 흔히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용자들 역시 구글이 처음 이 기능을 출시했을 때 ‘AI 오버뷰’(AI Overviews)가 초래했던 오류를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챗봇은 여전히 오류나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우연이라고 할까. 이런 혹평에 걸맞게 ‘I/O 2025’는 이미 ‘실패작’으로 판정된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래서 “구글은 요즘 ‘구글 글래스’의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하고싶어하는 것 같다”거나, “사람들에게 정작 불필요한 제품만을 골라 만들고 있다”는 등의 비난을 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