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로 과학연구 한층 생산적, 과학혁신 가속화” 주장 논문
언론 집중 조명…그러나 “근거, 사실관계, 신빙성 의문” 비판 쇄도
MIT 재검증 결과 ‘논문 취소와 삭제’, “과학적 창발성은 인간의 몫”

 오픈AI의 GPT 라인업. (출처=디지털트렌즈)
 오픈AI의 GPT 라인업. (출처=디지털트렌즈)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가 과학 연구와 발전의 결정적 촉매가 된다는 MIT(美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논문이 최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특히 국제적 권위를 지닌 논문 출판사이트 ‘arXiv’에 공개되면서 “역시 AI 시대”임을 실감케했다. 그러나 18일 MIT측은 “근거가 희박하다”며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 “오히려 AI 도움없는 과학자들이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탓이다.

MIT 박사 과정 논문 “AI로 과학 혁신”

애초 이번에 철회된 이 논문은 MIT의 한 박사과정 학생이 AI가 노동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처음 해당 논문이 공개되었을 때 특히 과학 분야 학자들이나 전문가들로선 충격이었다.

‘인공지능, 과학적 발견, 그리고 제품 혁신’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AI 도구의 도움을 받은 과학자들이 그렇지 않은 과학자들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많은 발견을 한 연구자들도 (AI를 활용하지 않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낮았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많은 언론매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대서특필했다.

획기적인 연구로 평가되면서 심지어는 최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MIT의 다론 에이스모글루 교수도 이를 “환상적”이라고 평했다.

이 논문은 연구자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발견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또한 앞으로 과학적 혁신 또한 AI에 의해 가능하며, 그로 인해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말하자면 인간의 어떠한 창발력보다 AI가 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재료 과학 분야 경력이 있는 한 컴퓨터 과학자가 MIT 교수진을 찾아가 “실험에 사용된 AI 도구의 작동 방식과 그 도구가 실제로 과학기술 혁신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교수진들은 컴퓨터 과학자들의 그런 우려를 MIT에 전달했고, MIT는 논문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MIT는 “데이터의 출처도 모호하고, 신뢰성이나 유효성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으며, 논문에 포함된 연구의 진실성조차 의심스럽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MIT는 논문저자인 학생에 대해선 “개인정보 보호법과 MIT 정책”을 이유로 신상은 물론, 논문의 좀더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논문을 작성한 연구자는 더 이상 MIT와 관계가 없으며, MIT는 사전 출판 사이트인 ‘arXiv’에서 해당 논문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논문은 평가 및 최종 게재를 위해 제출된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공표했다.

이에 잠시나마 해당 논문을 신뢰했던 MIT교수들은 크게 실망하며 자신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MIT는 이 논문에서 손을 떼고 더 이상 게재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MIT는 우려를 반영하여 해당 논문을 검토했으며, “학문적 공론에서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MIT 캠퍼스의 본관 건물. (출처=WSJ)
MIT 캠퍼스의 본관 건물. (출처=WSJ)

“MIT의 학문적 자존심과 명예에 ‘상처’”

이번 MIT측이 논문 철회는 단순히 하나의 해프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세계적인 명문으로서 MIT의 학문적 자존심과 명예에 큰 상처를 입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술매체 기즈모도는 “AI만능 시대에 대한 따끔한 경고”라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만으론 데이터의 출처, 신뢰성, 유효성은 물론, 연구의 진실성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MIT의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고도의 과학이론이나 새로운 과학적 지평은 AI가 아닌 과학자의 치열한 시행착오와 상상력, 깊은 사유와 질문 등에 의해 발굴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한때마나 이 논문을 극찬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서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논문을 높이 평가했던 MIT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는 WSJ에 “당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이는 또한 AI 관련 연구에도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진실인지, 그리고 AI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AI가 미치는 영향으로부터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AI가 과학 문명 자체를 규정할 수 있다는 ‘AI만능론’에 MIT가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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