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점괘대로 남편과 이혼, ‘세상사 모두 챗GPT에게 물어’
AI봇 ‘치명적 질병’ 오진에 자살도, ‘챗GPT 증후군’ 날로 심해
전문가들 “기술과 인간 경험의 모호한 경계, 선명한 구분 필요”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챗GPT가 일상 속에 스며들면서 이젠 온갖 세상사를 대상으로 한 상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치 고대 사회의 신탁(神託)처럼 인생과 삶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안이나 해법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챗GPT의 조언대로 이혼을 하거나, 자살을 초래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오픈AI가 챗GPT를 우리 삶에 도입한 이후, 이는 AI기술혁명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삶의 분야에서 점점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AI봇, 평범한 일상사 깊숙이 스며들어
의료 분야에서도 최근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덕분에 진단이 어려웠던 질병을 발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오진이나 오류도 많다.
시사매체 ‘기즈모도’에 의하면, 실제로 10대 자녀가 챗GPT 상담을 통해 치명적인 질병을 진단받고 그 충격에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이는 챗GPT의 오진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그 어머니는 자신의 자녀의 사망 원인이 챗봇 때문이라며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이를 통렬히 비난하며, 억울해하고 있다.
그리스에선 좀더 특이한 사례도 등장했다. 12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한 그리스 여성이 챗GPT와 상담한 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여성은 챗GPT가 남편이 마시고 난 커피잔을 분석한 후 “남편이 다른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하자 격분한 나머지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여성은 챗GPT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12년 간 지속되어온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챗GPT가 출시된 이후, 이는 숱한 오류나 환각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인간 상담사나 멘토보다 더한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최첨단 생성 AI 기술 챗봇인 만큼 웬만한 인간보다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란 막연한 신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챗GPT 등 AI봇은 여러 기업이나 기관 등에서 활용되며, 복잡한 업무를 간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문서요약이나 기획과 마케팅 등 사무자동화가 한층 가속화되었다. 특히 헬스케어, 의학, 교육, 그리고 각종 비즈니스 의사결정 등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교육, 의료, 산업 뿐 아니라, 개인의 존재방식에도 영향
그렇다보니 평범한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까지 챗GPT는 빠르게 스며들며, 사용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의 삶과 존재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남편의 불륜 흔적을 찾아내는 점술 도구로 챗봇이 활용된 이번 사례도 그런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알려진 챗봇의 점술은 그야말로 최첨단의 현대 기술과 고대 관습이 뒤섞인 듯한 모습이다. 평소 커피 찌꺼기로 운세를 보는 전통을 따랐던 그리스 여성은 남편의 컵에 담긴 커피 사진을 찍어 챗GPT에 해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신전의 신탁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챗GPT의 대답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챗GPT는 불륜의 징후를 지적하는 상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챗GPT는 심지어 남편이 생각하는 한 여성이 가정을 파괴하려 하고 있으며 그녀의 이름이 ‘E’로 시작한다고까지 지목했다.
그런 상세한 답변은 그녀에게 매우 신뢰감있게 다가왔다. 비록 처음엔 ‘재미’로 본 디지털 점괘였지만, 그녀로선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에 해당 여성은 즉시 남편에게 불륜 여부를 따졌고, 남편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오랜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결국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남편은 별거에 동의하지 않았고, 여성은 공식적인 이혼 서류를 제출하면서 소송에 나섰다. 남편과 다투는 과정에서도 그녀는 매번 챗GPT를 통해 대응방식을 도움받았고, 챗GPT가 시키는대로 변호사를 구하고 법적 절차를 밟았다. 그녀에게 챗GPT는 세상에서 제일 믿을만한 ‘멘토’였던 셈이다.
남편도 변호사를 구해 소송에 맞서고 있다. 남편 측 변호사는 “AI가 생성한 커피 부스러기에 대한 해석은 어떤 과학적,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챗GPT의 판단 능력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챗GPT의 해석이 정확했는지, 아니면 여성이 고대 관습을 지나치게 고수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여부는 중요치않다. 그 보단 챗GPT가 이처럼 개인의 인생과 삶을 이런 식으로 바꿀만큼 남용되는데 대한 우려가 적잖다.
역시 이 사건을 더블시시에프테크에 보도한 저널리스트 에자 리아즈는 “기술 업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AI가 매우 개인적인 문제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라며 “기술과 인간 경험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