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 소프트뱅크, 스타게이트AI ‘5천억 달러 투자’ 중단
‘트럼프 관세로 자금 조달 애로’, 펀드 환경 악화 등이 원인
“과도한 AI붐, 과잉생산에 대한 투자자들 경계심이 진짜 이유”
MS 데이터센터 축소, AWS 위축 등 AI시장 악화도 작용

소프트뱅크와 함께 '스타게이트 AI'를 추진하는 오픈AI와 샘 앨트먼.  최근 복합적인 원인으로 중단 위기를 맞았다. (사진=셔터스톡)
소프트뱅크와 함께 '스타게이트 AI'를 추진하는 오픈AI와 샘 앨트먼.  최근 복합적인 원인으로 중단 위기를 맞았다. (사진=셔터스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오픈AI와 소프트뱅크의 야심찬 1,000억 달러 규모 스타게이트AI(Stargate AI)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그 배경과 의미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론 미국의 관세, 특히 서버 랙이나, 칩, 냉각 시스템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실제로 과도한 AI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 그리고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 등이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샘 앨트먼의 조바심과는 달리, 소프트뱅크의 마사요시 손 회장은 AI투자에 대해 좀더 신중한 모드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I붐의 빛과 그늘 보여주는 사건”

이는 다시 말해 글로벌 산업의 대세로 꼽히는 AI투자와 이를 기반으로 한 과잉생산에 대한 경각심, 그에 따른 속도 조절의 심리가 결국 양자 간의 희대의 거래를 일시(혹은 영구히) 중단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극치에 달한 ‘AI붐’의 빛과 그늘을 함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란 관측이다.

앞서 지난 1월 소프트뱅크 설립자 마사요시 손과 오픈AI의 샘 앨트먼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 기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는 최첨단 AI 인프라 구축에 1,0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향후 5,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 훈련과 배포 방식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다는 목표다. 그러나 몇 달 후, 투자자와 은행의 초기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세기의 투자 계획이 중단된 것이다.

일단은 무역 갈등 고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점이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관세, 특히 서버 랙, 칩, 냉각 시스템에 대한 관세와 관련된 경제적 위험은 현재 주요 자금 조달 협상을 좌초시킬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아직 자금 조달 청사진을 확정하거나, 은행과 기관 투자자들과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

앞서 JP모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브룩필드 자산운용 등 금융 대기업들과도 사전 논의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아직 확실한 약속을 받은 곳은 없다.

특히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TD 코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5%에서 15%까지 상승할 수 있다. 또 일부 공급업체는 더 큰 폭의 비용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 등 투자자들도 ‘속도조절론’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 논의를 진행했던 JP모건 등 투자자들은 이미 AI 과잉 생산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비록 현재 ‘AI 붐’으로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과잉 생산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특정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리퍼블릭은 또한 “아마존도 전년 대비 17%의 견고한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AWS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되었다.”고 전했다.

 좀더 비용이 저렴한 AI가 새로 대안으로 떠오른 점도 양자 간의 야심찬 AI프로젝트를 원정에서 다시 검토하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즉,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 ‘R1’과 같은 사례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스타게이트’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계획이 과연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오픈AI의 구조 변화도 ‘스타게이트’의 진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픈AI와 CEO 앨트먼은 이달 초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회사를 완전한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본격적인 영리 사업으로서 ‘스타게이트’에게 큰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소프트뱅크 설립자 마사요시 손. (사진=테크스토리)
소프트뱅크 설립자 마사요시 손. (사진=테크스토리)

그런 가운데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모두 자금 조달 지연으로 인한 ‘스타게이트’의 중단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앨트먼은 지난주 미 의회 청문회에서 “텍사스주 애빌린에 있는 스타게이트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방문했다”고 확인하며, 이곳을 “세계 최대 규모의 AI 교육 시설”이라고 불렀다. 오라클이 개발 중인 이 시설은 스타게이트의 전반적인 자금 조달 문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결코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앨트먼 나름의 의지 표명이긴 하나, 장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침묵’ 속 불안과 기대감 교차

한편, 소프트뱅크는 당초 펀드를 위한 20~30명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 스타게이트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테크스토리는 “마사요시 회장에게 관세 우려는 단지 단기적인 충격일 뿐”이라며 “그의 생각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AI를 기하급수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기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고 이번 중단사태가 ‘일시적’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시각도 많다. 자산운용 전문가로서 오랜 소프트뱅크 투자자인 리처드 케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든 향후 몇 분기 동안 모든 자금이 정확히 어디에 투자될지 말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마 손 회장 자신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 프로젝트가 5~6년 내에 500억 달러 정도 투자를 통해 15~20%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AI 투자 환경에선 쉽사리 그런 ‘적절한 조건’이 충족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더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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