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 기반 구문 학습, 구어체 습득, 카메라로 상황 파악 어휘 제공
듀오링고도 ‘AI 기반 148개 강좌’로 ‘반격’, “향후 ‘빅2’ 형성 유력”

구글 로고. (출처=테크크런치)
구글 로고. (출처=테크크런치)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세계적인 언어 강좌 프로그램 ‘듀오링고’에 구글이 도전장을 내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선 세계 언어 강좌 프로그램의 ‘빅2’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구글은 듀오링고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언어 연습 AI 도구를 출시했다. 구글의 AI 역량 등을 감안하면 듀오링고의 아성이 뚫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구글, 생활 언어 혹은 구어체에 중점

구글은 지난 29일 사람들이 각자 수준이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새로운 언어를 익힐 수 있는 세 가지 새로운 AI 도구를 공개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구글의 멀티 모달 LLM 인 ‘제미니’(Gemini)를 활용, 듀오링고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번 AI도구는 순간적으로 필요한 특정 구문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특히 문어체나 문법적 틀을 벗어나 현지인처럼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카메라를 사용해 주변 환경에 맞춰 새로운 단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구글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답답한 부분 중 하나는 아직 배우지 않은 특정 문구가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라고 했다. 이에 새로운 ‘Tiny Lesson’ 기능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분실된 여권 찾기’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면, 상황에 맞는 어휘나 문법 팁을 알려준다. 또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거나, “경찰에 신고하고 싶다”는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어휘나 문장을 설명해준다.

문어체가 아닌 현지인의 생활 언어 혹은 구어체에 중점을 둔 것도 특징이다. ‘Slang Hang’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람들이 새로운 언어를 말할 때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처음부터 ‘격식’ 있는 말하기를 배우게 된다”면서 “그러나 실생활에서 필요한 구어체와 지역 속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원어민과 생활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고, 대화가 한 번에 한 메시지씩 어떻게 전개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점상이 손님과 나누는 대화나,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친구끼리 지하철에서 재회하는 상황을 통해 생활언어를 배울 수 있다. 또 익숙하지 않은 용어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그 의미와 사용법을 알아볼 수 있다.

언어연습 프로그램 '듀오링고'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언어연습 프로그램 '듀오링고'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듀오링고 “강좌 제공 2배로 늘려”, 즉시 반격

이같은 구글의 AI 도구가 출시되자 듀오링고도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구글의 출시 다음 날인 30일 듀오링고도 곧장 “생성 AI로 개발된 148개의 새로운 언어 강좌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듀오링고는 “이번 신규 강좌 출시로 기존 강좌 제공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듀오링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콘텐츠 확장을 이뤘다”고 밝혔다.

듀오링고 공동 창립자 겸 CEO인 루이스 폰 안은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 100개 강좌를 개발하는 데 약 12년이 걸렸으며, 이제 약 1년 만에 약 150개의 신규 강좌를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생성AI가 학습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며 “특히 AI를 적용함으로써 전례 없는 속도와 품질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듀오링고는 “새로운 언어 강좌가 주로 초급 수준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독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스토리와, 청취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듀오라디오 등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구글을 염두에 둔 듯, 앞으로 “몇 달 안에는 더욱 심화된 콘텐츠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듀오링고는 이같은 변화를 둘러싼 갈등과 반발에 휩싸여 있다. 특히 계약직 직원들을 해고, AI로 대체하며 “AI 우선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내부 반발도 격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적잖은 사용자들의 비난도 사고 있다.

듀오링고, 직원 해고, AI 대체에 비난 여론

‘테크크런치’는 “듀오링고는 AI 활용을 홍보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AI 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에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이같은 갈등 국면에 주목했다.

CEO 루이스 폰 안은 앞서 사내 이메일을 통해 “회사가 AI체제로 전환하고 있으며, AI가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의 계약직들을 해고시킬 것”이라고 예고하며 “단지 많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인력을 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I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수동으로는 확장이 불가능하다”면서 “그 때문에 느리고 수동적인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를 AI 기반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로 대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AI가 없었다면 더 많은 학습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듀오링고 사용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회사측의 이런 계획에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 중엔 “오히려 AI 사용으로 인해 부정확하고 품질이 낮은 콘텐츠가 생성되어 앱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주장도 많았다. 아예 듀오링고 앱을 삭제하면서, 다른 사용자들에게도 이를 따르도록 독려하는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구글 ‘워드 캠’ 등으로 듀오링고와 ‘차별화’ 강조

이에 구글은 또 다시 듀오링고와의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워드 캠(Word Cam)’도 그 중 하나다. 이는 주변 환경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제미니가 사물을 감지하고 학습 중인 언어로 라벨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는 사물을 묘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추가 단어도 제공한다.

때로는 “눈앞에 있는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만 있어도 충분히 상황을 묘사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창문’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블라인드’라는 단어는 모를 수도 있다. 구글은 “이런 방식으로 AI를 활용, 더욱 역동적이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구글의 새로운 언어 연습 AI도구는 아랍어, 중국어(중국, 홍콩, 대만), 영어(호주, 영국, 미국), 프랑스어(캐나다, 프랑스), 독일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갈어(브라질, 포르투갈), 러시아어, 스페인어(라틴 아메리카, 스페인), 터키어를 지원한다. 다만 아직은 ‘구글 랩스’(Google Labs)를 통해서만 액세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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