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트럼프 관세 정책의 ‘패착’을 상징”
“전지구적 유기적 생태계 기반의 제조·조립·유통 구조”
굳이 미국 이전? “현재 가격의 3배 넘는 판매가”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을까? 트럼프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에 다시 한번 제조업을 국내로 이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범 케이스가 애플이다. 즉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중국산 및 기타 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기술매체 ‘테크스토리’ 등은 “(트럼프의 주장은) 애국적이고 단순한 아이디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한다는 발상은 전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우선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은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다. 엔지니어링, 물류, 제조 등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면 ‘정치적 의지’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애플을 비롯한 거대 기술 기업들의 기기 제조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아이폰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업체 네트워크
아이폰은 약 2,700개의 개별 부품으로 구성된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28개국 187개 공급업체에 의존하여 부품을 생산한다. 중국이 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중국 외 지역에서 운영되는 애플 공급업체는 약 30개에 불과하다.
일부 첨단 부품은 대만, 일본, 한국에서 수입되지만, 가장 큰 비중은 여전히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아이폰 부품 중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극히 일부(5% 미만)에 불과하다. 페이스 ID 레이저 시스템이나 유리 케이스와 같은 부품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이같은 ‘Made in USA’ 부품조차도 백라이트 디스플레이나, 터치 센서 레이어와 같은 중국산 하위 부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애플, 중국 등 각국에서 제품 생산 이유
그래서 “애플이 단순히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수십 년간 축적된 공급망의 발전을 무시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의 제조 생태계는 낮은 인건비(더 이상 주요 매력 요소는 아님)뿐만 아니라, 전문 기술, 최첨단 툴, 그리고 신속한 생산 역량에 대한 탁월한 접근성을 무기로 하고 있다.
애플 CEO 팀 쿡은 “중국의 정밀 툴링과 심층적인 전문 지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기술은 하룻밤 사이에 쉽게 복제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규모 전자 제품 제조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은 나라인 경우 더욱 그렇다.
물류도 중요하다. 공급업체와 생산 파트너가 가까이 위치하면 신제품 개발 시 처리 속도, 문제 해결 속도, 그리고 원활한 조율이 가능하다. 산타클라라 대학교 운영학 교수인 앤디 차이(Andy Tsay)는 ‘테크스토리’에 “게다가 공급망 활동을 함께 배치하면 속도와 품질뿐만 아니라 혁신도 이뤄진다”고 시너지를 강조했다.
쉽사리 이전 불가한 ‘엄청난 생산 규모’
애플은 분당 약 438대의 아이폰을 출하한다. 이 중 약 85%는 중국 전역에 수십 개의 대규모 공장을 보유한 폭스콘(Foxconn)에서 조립한다. 하나의 아이폰은 74개의 작은 나사를 포함하여 700개가 넘는 생산 시설로 구성된 광대한 네트워크에 의존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아시아에 있다.
물론 작은 나사를 조이는 것과 같은 단순 작업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 정도 규모의 수작업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최근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그 정도 노동력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턱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단순히 작업할 사람만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 비용, 그리고 기왕의 사용자 기대치에 걸맞은 기기 속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진짜 행보, ‘미국이 아닌 인도’
트럼프가 ‘미국산 기기’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애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시장용 아이폰 조립 공장을 인도로 대거 이전해왔다. 2026년 말까지 이전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애플로선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트럼프의 ‘희망사항’처럼 모든 것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면 시설, 장비, 숙련된 노동력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설령 애플이 이를 실현한다 하더라도, 그런 경우 미국산 아이폰의 가격은 그 만큼 급등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가격이 최대 3,5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현재 시장 가격의 3배가 넘는다. 결국 “애플 제조 시설의 미국 이전은 불가능하다”는게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