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 구글 독점 규제책으로 매각 요구, “현재론 구글이 불리”
최종 판결 전 이미 오픈AI, 야후, 퍼플렉시티 등 ‘군침’, 인수 의향
“수 십억 명 접근 ‘노다지판’ 획득”, 세계 브라우저 지형 대개편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구글에 대한 독점 규제책의 일환으로 미 법무부가 크롬 매각을 강제하는 가운데, 브라우저 매수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정작 구글 크롬이 다른 기업들에게 인수되면 사상 초유의 브라우저 대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오픈AI, 퍼블렉시티, 야후 등많은 업체들은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크롬,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 3분의 2 차지
애초 구글은 ‘울며 겨자먹기’로 크롬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진행 중인 반독점 규제 소송의 피고인 구글에 대해 미국 법무부는 “불법적인 독점을 해체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해법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인 크롬을 구글이 매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크롬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사용자가 수십억 명에 달하는 지구촌의 대표적인 기본 검색 엔진이다. 오픈AI, 퍼플렉시티, 심지어 야후조차도 크롬 인수전에 나서며 군침을 흘릴 만하다. 이들 기업 중 어느 한 곳이 만약 크롬을 인수하면 수 십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접속해 자체 검색 엔진이나, AI 도구, 자사의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널리 홍보할 수 있다. 그야말로 졸지에 ‘노다지판’을 손에 넣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오픈AI가 가장 욕심을 내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 책임자인 닉 털리는 최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크롬이 매각에 들어가면, 즉각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단언했다. 털리는 특히 “우리가 크롬을 인수하면 오픈AI 특유의 ‘AI 중심’ 브라우징 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하며 새로운 경지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또한 크롬 인수에 크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 버지’에 따르면 펴슬렉시티의 최고사업책임자(CBO)인 드미트리 셰벨렌코는 “본사는 전보다 더욱 품질이 뛰어난 크롬 브라우저를 실행,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퍼플렉시티도 나름대로 자체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크롬을 인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는 ‘넓은 고속도로’가 열리는 셈이다.
한때 검색시장의 왕자로 군림했던 야후도 잠재적 인수 후보다. 이 회사는 이 기회를 옛 ‘영화’를 되살릴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야후 검색 부문 총괄 매니저인 브라이언 프로보스트는 역시 ‘더 버지’를 통해 “크롬 인수에 수백억 달러가 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야후 모회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지원을 받는다면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대략 추산 “최대 500억 달러” 예상
그렇다면 크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아직 정해진 가격은 없지만,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덕덕고’(DuckDuckGo) CEO 가브리엘 와인버그는 재판에서 크롬의 가치를 대략적 추산하길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구글측은 미 법무부에 의한 강제 매각에 대해 부정적이다. “모든 구글 조직 구성원과 부서의 유기적인 융합의 결과가 크롬”이라는 이유다. 실제로 크롬 총괄 매니저인 파리사 타브리즈는 법정에서 “크롬은 구글의 다른 수많은 부서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타브리즈는 “오늘날 크롬은 크롬 개발자들과 구글의 다른 부서들이 17년간 협력해 온 결과물”이라며 “(다른 기업들이 크롬을 인수할 경우) 이러한 협력 관계를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크롬의 안전 브라우징 모드와, 비밀번호 보호와 같은 핵심 기능은 전적으로 구글의 공유 인프라에 의존한다”고 인수가 원천적으로 불가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지금의 기술로는 그게 큰 문제는 아니란 반박이다. 하버드 컴퓨터 과학 교수 제임스 미켄스는 법무부 자문을 통해 “크롬 이전(타사 인수)은 기술적인 관점에서 실현 가능하다”면서 “지나치게 큰 문제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를 통해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구글, ‘매각 불가’ 고수 속 최종판결 주목
그러나 법무부는 크롬 매각 이상의 것을 요구할 만큼 강경한 입장이다. 미국 검찰은 구글이 삼성과 같은 휴대폰 제조업체나, AT&T와 같은 통신사와 독점 계약을 맺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러한 계약은 구글의 지배력 유지에 도움이 되고 있기때문”이란 이유다.
미 법원도 “이미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행위를 지속해왔다”고 판결했다. 다만 규제를 위한 구체적인 최종 판결은 8월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항소 가능성이 높아서 이 사건은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아직은 구글의 크롬 지배력은 확고하다. 그러나 만약 법원이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인터넷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브라우저 개편이 대역사(大役事)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