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대한 ‘예의 갖추기’ 당위성 두고 설왕설래
일부 사용자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에 더 양질의 출력” 주장
“괜히 전기료, 시간만 낭비” 반론도…오픈AI “쓸모없는건 아냐”
“기계 인격 부여가 아닌, 인간 스스로에 대한 존중의 문제”

AI챗봇 사용자의 화면. (출처=Mind2matter)
AI챗봇 사용자의 화면. (출처=Mind2matter)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챗GPT를 비롯한 AI챗봇은 이제 일상용품이 되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수 십 번이 프롬프트, 즉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사용자들이 있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선 “챗봇에 대해 질문(프롬프트)과 대화를 할 때도 (사람 간의 대화처럼) 예의를 차리는게 좋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감사’ 표하면, AI도 그에 맞는 대접?

비록 기계이지만, 최소한의 대화 에티켓을 지키며, ‘감사’와 ‘정중함’을 표현하면, 그 만큼 양질의 답변도 얻을 수 있다는 체험 후기까지 나돌고 있다. AI챗봇에게 말끝마다 “감사합니다”, “부탁드립니다”라거나, 존댓말을 쓰는게 한층 충실한 답변을 얻으며, 효율적이란 것이다.

한 마디로 ‘예의 바른 AI봇 사용자’가 봇으로부터도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람 간의 기본적인 대인 관계 예절을 챗봇에까지 적용할 가치가 있을까”란 반문도 뒤따르고 있다.

기업체를 운영한다는 한 사용자가 최근 X에 올린 체험 후기도 그런 경우다. 그는 “‘부탁드립니다’나, ‘감사합니다’란 말로 질문을 이어가는게 점잖아보이긴 하지만, 알고보니 이런 방식은 결국 만만찮은 금액의 전기 요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챗봇에게까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X에선 챗봇 사용자들 간에 이에 관한 찬반론이 교차하고 있다. 굳이 ‘논쟁’ 차원까진 아니지만, 이는 기계에 인격을 부여하느냐 하는 측면과 함께, 비용 문제까지 곁들여지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샘 앨트먼, “예의가 쓸모없진 않아” 시사

그 중 지난 주 ‘토미(Tomie)’라는 사용자가 올린 글이 눈길을 끌었다. ‘와이어드’가 소개한 그의 게시물 중엔 특히 “오픈AI가 AI모델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혹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사용자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전기 요금 손실을 입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온라인에서 AI봇에 대한 에티켓이 초래할 비용을 직접 오픈AI에게 물어본 것이다.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샘 앨트먼의 답변이 올라왔다. 그는 챗GPT, 달리(DALL-E), 코덱스(Codex) 등을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오픈AI의 CEO다. 앨트먼은 X에 올린 답변에서 “수천만 달러가 (비용으로) 잘 쓰였네요. (예의가 필요하게 될 것인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가 “잘 쓰였다”고 한 것은 비록 비용이 들어도 ‘예의’를 표한 것이 잘한 일이란 뜻이다. 다만 오픈AI로서도 이런 예의바른 인사말로 인해 초래되는 전기요금 등이 얼마가 될지 아직 따져보진 않았단 뜻이다.

사용자가 챗봇이나, AI 기반 이미지 생성기, 또는 다른 생성 AI 도구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해당 프롬프트는 매번 플랫폼 중앙에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구동하는 서버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특히 언어 번역, 복잡한 수학 문제, 또는 사용자 지정 코드에는 상당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단순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조차도 LLM에게는 프롬프트로 인식되어 응답을 생성해야 한다. 따라서 AI봇의 응답에 대해 다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답변줘서) 감사합니다”란 투의 프롬프트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을 소모할 수 밖에 없다.

AI챗봇의 서버 이미지. (출처=아이스톡)
AI챗봇의 서버 이미지. (출처=아이스톡)

하지만 앞서 소개된 앨트먼의 답변에서 “쓸모 있게 썼다”는 부분은 그 역시 이러한 정중한 질문이 그저 낭비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앨트먼 뿐만 아니다. 지난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게시물에서도 당시 코파일럿 디자인 디자인 디렉터인 커티스 비버즈도 ‘아즈 테크노피카’를 통해 “정중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AI봇의) 답변의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와 ‘대화’하는 것은 동료나, 길거리의 낯선 사람,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와 대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용자가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그들도 역시 친절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AI봇과 인간, 여느 ‘인간관계’로 인식 바람직”

이는 언뜻 “AI 챗봇이 애초에 정중해야 한다거나, A챗봇의 ‘친절함’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 스스로 행동하기 나름”이란 논리와 같아서 일종의 궤변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사용자들 일각에선 “그럼 AI에게 무례를 범하기라도 하면, 마치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는) ‘스카이넷’이라도 생긴다는 뜻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앨트먼의 표현에 대해, ‘친절’하게 AI봇을 대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급기야는 “시간, 전기, 돈, 그리고 다른 자원을 소모하더라도 AI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주장도 X에 올라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AI봇에 대한 사용자의 태도는 기계 자체보단, 인간 스스로에 대한 ‘태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슈그라 시스템즈’의 개발자임을 밝힌 한 사용자는 앞서 앨트먼의 댓글에 대한 답변에서 일단 “분명 기술적으로만 보면, 매일 (번거로운) 인사나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대화 속도도 빨라지고, 시간이 단축되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AI봇의 출력이나 답변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예의를 갖추는게 좋다”면서 “인간의 의사소통은 단순히 유용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결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일상적인 상호작용의 일부가 되면서, 우리가 AI에게 말하는 방식(프롬프트)은 우리의 가치를 반영한다. 예의는 낭비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인공의 지능과 함께 원하는 미래에 대한 투자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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