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창시자 잭 도시, 일론 머스크 등 주장, 일부 ‘찬성’ 기류도
저작권 관련 단체, 작가·예술계 “창작물, 이윤의 도구로 약탈” 비난 커
영향력있는 명망가들 주장이란 점 ‘눈길’…‘찻잔 속 파문’ 그칠지 주목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실리콘밸리 명망가들이 “(과학 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최근 강력히 펴면서 크게 논쟁이 일고 있다. 트위터(현 ‘X’)와 스퀘어(현 ‘블록’)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와 X의 현 소유주인 머스크 등이 그 장본인들이다. 이들의 발언과 생각은 IT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잭 도시 발언 직후 ‘비난’과 ‘공감’ 이어져
최근 수일 간 X 게시물을 종합하면, 잭 도시는 X에 “모든 지적재산권 법 삭제”라는 문구의 간결한 게시물을 통해 지적재산권, 특허, 저작권 제도 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나오자마자 일론 머스크도 재빨리 “동의합니다”라고 답글을 달았다. 이에 X를 중심으로 지난 주말 이후 계속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발언의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이 모델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소송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오픈AI는 머스크가 공동 설립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이런 주장은 금세 치열한 찬반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술 전도사’로 불리기도 하는 투자자 크리스 메시나는 “잭 도시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동의했다. 그는 “특히 AI로 인해 (본의 아니게) 지적재산권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행위로 벌금을 무는 경우가 세 차례 이상 반복되면, 가난한 사람들을 대마초 소지 혐의로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더 (국가 형벌권이)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재권법,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유일한 법” 비판
물론 이런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저작권 관련 단체를 조직한 에드 뉴턴-렉스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렉스는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AI 교육 관행을 인증한다는 취지로 비영리 단체인 ‘Fairly Trained’를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잭 도시와 머스크에 대해 “자신의 삶의 업적이 이윤을 위해 약탈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창작자들과 전면전을 선포하는 기술 임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작가 링컨 미셸도 “잭이나 일론 머스크의 어떤 회사도 지적 재산권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단지 예술가들을 싫어할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잭 도시는 이런 비판에 대해 나름대로 더욱 자세한 설명을 가했다. 즉 “(저작권료보다) 창작자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훨씬 더 훌륭한 모델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의 모델들은 창작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빼앗고, 지대 추구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미국 대선 국면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전 러닝메이트였던 변호사 니콜 섀너핸이 X에 대문자로 “NO”라고 반박했을 때도 그는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섀너핸은 잭 도시에게 “지식재산권법은 인간의 창작물과 AI의 창작물을 구분하는 유일한 법”이라면서 “개혁하고 싶다면 함께 이야기합시다!”라고 공개 토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도시는 “현재 우리를 (능력으로) 구분 짓는 것은 창의력인데, 현 시스템은 창의력을 제한하고 있으며, 공정하게 지급하지 않는 게이트키퍼에게 지급금을 넘겨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반해 머스크가 잭 도시에게 공감을 표한 것은 적어도 그가 과거에 했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그는 “특허는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0년 전, 그는 소위 ‘특허 무단 사용’을 주제로 한 행사에서 “테슬라는 ‘선의로’ 특허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특허권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테슬라는 호주의 Cap-XX를 특허 문제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는 Cap-XX가 테슬라 자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고 밝혔다.
잭 도시 “소셜미디어, 오픈소스화 해야” 주장도
잭 도시는 또 소셜 미디어에 대한 오픈 소스 접근 방식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때 신생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Bluesky)’를 시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환멸을 느껴 결국 블루스카이 이사회를 떠났다”고 했다. 이에 블루스카이 CEO 제이 그레이버는 최근 “잭 도시는 마치 회사를 부업처럼 여겼다”며 “그 사임으로 회사가 억만장자의 부업처럼 보이지 않게 ‘해방’"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잭 도시의 발언이 ‘찻잔 속 물결’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이거나, 아예 무관한 의제가 X에서 오르내리다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경우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면서 자신의 밈(DOGE)에서 이름을 딴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통해 대량 해고를 추진한 것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효율부는 대부분 기술 업계 출신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