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머스크 반감? 최측근 나바로에 ‘멍청이’ 욕설
관세정책 주도 나바로 비판 통해 “사실상 트럼프에 불만 표시” 해석
머스크, 최근 유럽 등 일부 국가 위한 ‘로비’ 나섰으나 효과 없어
머스크 ‘산업·금융계 불만 대변’, 일부 외신 “양자 간 불화”설 확신

일부 외신은 마치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힐난하는 듯한 사진을 게재하며, 트럼프 관세정책에 반하는 최근 머스크의 행적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부 외신은 마치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힐난하는 듯한 사진을 게재하며, 트럼프 관세정책에 반하는 최근 머스크의 행적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균열’ 현상으로 볼 수 있을까. 트럼프의 관세 인상을 앞장서 주도하고 있는 백악관 무역 담당 고문인 피터 나바로에 대해 머스크는 “바보 멍청이”(Moron)이라고 비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머스크는 “벽돌보다 더 멍청한 바보”라고 부르며 사실상 트럼프의 명을 받아 관세 정책을 주도하는 나바로를 저격한 것이다. 그 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로 불리기까지 했던 만큼, 그의 이런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칫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이해될 수도 있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나바로 “테슬라, 단순 조립공장”, 관세대상 지목

머스크의 이런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나바로 역시 발끈하며, “머스크의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조립공’일 뿐”이라고 맞받아 두 사람 간의 감정싸움은 본격화될 조짐이다.

머스크의 이런 모욕적 발언이 나온 시점도 관심꺼리다. 머크스에 대해 항간에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비공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에 나온 것이다.

머스크는 앞서 7일(현지시각) 나바로가 CNBC에 출연해 특히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 방식을 비판한 것에 화가 난 상태다. 이날 나바로는 “일론(머스크)은 말로만 자동차 제조업체일뿐 실상은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 조립업체라고 해야 마땅하다”면서 “실제로 텍사스 (테슬라) 공장에 가면 그가 공급하는 엔진의 상당 부분, 즉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는 일본에서, 전자제품은 중국에서 수입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8일 X에서 해당 영상을 보고 “나바로야말로 유치하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머스크는 “미국에서 테슬라 자동차가 생산되는 방식에 대한 그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른 것”이라며 “테슬라는 미국산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 나바로는 벽돌보다 더 멍청하다”라고 트윗하며 나바로의 X 계정과 @IfindRetards라는 극우 성향의 계정을 모두 태그했다.

머스크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테슬라는 미국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이며, 미국산 부품 비중이 가장 높다”면서 “나바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머스크, “테슬라, 美 부품 가장 많아”

‘론 바라’는 나바로가 지난 2011년 저서 ‘중국에 의한 죽음’에서 하버드 경제학 전문가로 묘사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인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즉, 나바로의 애너그램일 뿐이다. 나바로가 이처럼 가짜 전문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출판사는 향후 개정판에서 이를 바로잡기 전에 이미 책 서두에 이런 메모를 추가했다.

이같은 두 사람 간의 감정싸움 행간엔 중요한 함의가 깃들어있다는 분석이다. 즉 머스크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트럼프는 오랫동안 자유무역 정책을 추진해 온 인물이다. 경제·시사매체 ‘기즈모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심지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까지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그는 분명히 분노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최소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국가들은 그 이상의 충격적인 관세를 부과받았으며, 9일 자정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은 기존 20% 관세에 더해 34%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에 중국이 보복관세를 시사하자, 이에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총 관세를 104%로 인상했다.

머스크는 그 동안 트럼프 취임 이후 ‘정부효율부’를 통해 미국 연방 정부를 ‘파괴’하며, 이 직책을 분명히 즐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서 ‘권력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분쟁에서만큼은 다르다. 일부 외신은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여름 대선 캠페인 기간 중 공식 동맹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눈에 띄는 갈등을 빚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약 2억 5천만 달러를 지출했다. 덕분에 연방정책, 특히 자신의 사업과 관련있는 공적 계약을 좌지우지하며, 사익을 챙길 것이란 추측과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일부 정부 부처를 아예 없앨 만큼 파격적인 예산 삭감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사업인 ‘SpaceX’와 연관된 계약은 일절 손을 못대게 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새로운 보도에 따르면 관세를 둘러싼 양자 간의 갈등은 현실화되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관세 계획 축소를 위해 막후에서 로비 활동을 벌여 왔지만,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취임식 기금에 거액을 기부하며 그를 지지했던 다른 억만장자들 역시, 트럼프가 자기파괴적인 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러한 분노가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다는게 워싱턴의 정치 컨설턴트들의 분석이다.

워싱턴 일각, ‘트럼프 심기도 불편’ 추측도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장차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럼에도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관세 덕분에 미국으로 기업이 돌아오고,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옹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관세 책략이 단지 협상 전략일 뿐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관세 위협은 미국 경제를 수 세대에 걸쳐 뒤흔들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비판이 많다. 실제로 CNBC에 따르면 헤지 펀드는 기록적인 단기 베팅에 몰두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이런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정서가 팽배한 가운데 머스크가 트럼프 관세정책의 ‘총대’를 멘 나바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불만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은 짐짓 아무 일도 아니란 듯 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CNBC가 백악관에 “머스크와 나바로 사이의 말다툼”에 대해 물었을 때,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그저 “모든 것이 괜찮다”고만 했다. 그리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투명한 행정부로서 공개적으로 의견 차이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서커스(관세 정책)에선 이런 정도는 ‘리얼리티 쇼의 익살’ 정도로 치부하는 듯 하다”고 했다.

그런 표면적 논평과는 달리, 분명 머스크의 최근 행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못마땅해할 것이란게 워싱턴 정가의 관측이다. 이런 추측대로라면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의 ‘밀월 관계’를 깨고 서로 등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현지 외신들은 머스크의 이런 발언과 행동을 전하면서 지난 3월 중순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언성을 높이는 듯한 ‘게티이미지’ 출처의 사진을 올리며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사진은 당시 오벌 오피스에서 두 사람이 마치 말다툼이라도 벌이는 듯 보이기도 해 유독 시선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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