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 공장 신설·이전 압박, 국내기업들도 ‘비법’으로 참고볼만"
인건비 등 운영비 절감, 애플 본사 관세 일부 부담, “소비자가 인상 최소화”
전문 분석가 블룸버그 마크 거먼, “트럼프 관세 속 생존법” 조언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애플이 미국으로 제조를 이전하지 않고도 관세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 눈길을 끈다. 모바일 시장분석의 전문가인 블룸버그의 저널리스트 마크 거먼이 제시한 이 방법은 현지 생산비를 현격히 낮추고, 애플사도 일부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관세로 인한 최종 제품가의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식이다.
그런 방식을 동원하면 적어도 수 년 간은 미국 내로 생산시설을 옮기지 않고도 큰 가격 부담없이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역시 트럼프 관세로 인해 미국 현지로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새로 지어야하는 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들도 참고해볼 만하다.
지난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대한 새로운 수입 관세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히 빅테크 가운데 해외 제조 의존도가 가장 높은 애플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애플은 대부분의 공급망이 미국 외부에 존재하고,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애플은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게 될 경우 이런 이점이 모두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 알아주는 분석가인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이 나름대로 대응법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즉, 애플이 트럼프의 수입 관세를 완화하면서, 아이폰 라인업의 가격 인상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몇 가지 아이디어다.
관세는 수입가를 크게 인상시키고, 애플 역시 궁극적으론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은 “애플은 해외 제조를 미국으로 옮기지 않을 것”이라며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 때문에 트럼프 관세 발표 직후 애플의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발표 다음 날 거의 10%나 폭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먼은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어떤 ‘우주’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미국 물가를 감안한) 고액의 인건비를 비롯해 비용 상승분이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54%, 인도에서 26%, 베트남에서 46%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관세를 부과했다. 모두 애플이 현지 생산을 하는 국가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을 줄이고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를 원하지만, 그럴 경우 오히려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 최종 사용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이에 거먼은 우선 애플이 생산시설을 현지에 그대로 운영하기 위해선 “제품의 구성 요소나 부품, 제조 파트너에게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하도록 촉구함으로써 일단 정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생산비를 낮춘 다음, 애플이 관세의 일부를 회사가 부담할 필요가 있다. 그로 인해 최종 출고가를 최소한으로 인상함으로써 관세 부담을 회사와 사용자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트럼프의 요구대로 아이폰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면 애플로선 우선 인건비가 급등한다. 또한 지속적인 고된 노동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락할 가능성도 크다. ‘Max Tech’ 채널을 운영하는 인기 유튜버 블라디미르 유르예프는 “보통의 미국인은 엄청난 파격적 연봉이라면 모를까, 한 세션에 몇 시간씩 걸리는 단조로운 작업 부하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애플이 미국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자금도 엄청나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애플이 주로 해외에 생산시설을 설립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만약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경우 최종 소비자가가 3,500달러로 급등할 것이란 예상까지 있을 정도다.
또한 아이폰 생산이 미국으로 넘어갈 경우, 생산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반 노동자 수준에 맞는 인건비를 주다보면, 결국 아이폰 가격도 크게 인상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는 이이폰의 중국 현지 생산 사례를 봐도 비교가 된다. 한때 아이폰16 출시 직전에 이를 준비하기 위해 애플의 OEM업체인 중국 폭스콘은 5만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했다. 밀려드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본격 생산에 앞서 1인단 1,050달러의 보너스를 제공했다. “만약 미국이라면, 한꺼번에 그 만큼의 인력을 보충하기 어렵고, 겨우 그 정도 보너스로 직원들이중노동을 감내하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거먼은 “이 회사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지 않는 대신, 다른 국가로 제조 기반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만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애플은 오는 4월 9일에 발효될 관세에 대비하여 기존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 당분간 소비자가 인사없이 오래 판매하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