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등 “‘마요라나’ 포착 증거없이 거짓 신호만 제시” 비판 쇄도
마요라나 기반, 디코히어런스 최소화할 ‘위상 큐비트’ 자체도 ‘의심’
“MS, 반박 증거 못내놓아”, “작업 일관성 없고, 측정 결과 매번 달라”
“코히어런스와 게이트 충실도 제고 등 추가 연구 필요” 중립적 주문도

MS 마요라나1 칩 이미지. (출처=MS)
MS 마요라나1 칩 이미지. (출처=MS)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월 ‘마요라나1(Majorana 1)’ 양자컴퓨팅 발표 이후 그 참과 거짓을 가리는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켠에서 이를 부정하며, “증거부족” 또는 ‘시기 상조의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부정하거나,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아예 MS 주장 자체가 타당성이 없다는 비판도 쇄도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구글의 양자 칩 ‘윌로우’를 비롯해 아마존, IBM, 퀀티넘 등 기존의 양자 컴퓨팅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논란과 논쟁이 뜨겁다.

앞서 MS는 “새로운 형태의 물질을 만들어서 이를 사용, 수년 내에 복잡한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양자 컴퓨터 아키텍처를 개발했다”면서 이른바 “세계 최초의 토포컨덕터, 즉 ‘마요라나’ 입자 관련 기술을 공표했다. 그러나 그 직후부터 수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 과학자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거나, MS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마요라나 제어 기반 ‘토포 컨덕트’ 기능은 ‘충격’

이에 MS도 적극 항변하고 있다. 사내 전문가들은 특히 “세계 최초의 ‘토포 컨덕터’(위상 초전도체, topological superconductor)”를 강조하고 나섰다. 즉, “‘마요라나’ 입자를 관찰, 제어함으로써 양자 컴퓨터의 구성 요소인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큐비트를 생성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형의 소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요라나’ 입자는 아(亞)원자 입자인 페르미온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마요라나’ 입자는 전자나 양성자와 같은 자연 발생 입자가 아니다. 오직 위상적 초전도체 물질 내에서만 존재한다. MS는 바로 이런 ‘마요라나’ 입자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MS 주장에 따르면 ‘마요라나’ 입자 위치를 교환하거나 특정 방식으로 측정해, 외부 간섭 없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큐비트는 매우 안정적이고, 흔히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이는 “위상 큐비트(topological qubits)의 핵심 요소로서, 이러한 특성 덕분에 더 신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토포 컨덕터, 곧 위상 큐비트를 통해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큐비트를 생성한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론 큐비트의 안정적 위상, 즉 코히어런스(Quantum Coherence)가 깨지는 디코히런스(Quantum Decoherence) 현상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질 수 있다. 양자 코히어런스, 즉 ‘결맞음’은 큐비트들의 중첩 상태들 간의 위상 관계가 안정된 상태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호작용이 또 다른 변수로 인해 깨지는 디코히어런스는 양자 컴퓨터 성능에 큰 장애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번 MS가 주장하는 토포컨덕터 기술이 사실이라면, 이는 디코히어런스에 의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능으로, 현재의 모든 양자 컴퓨터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양자게이트, 즉 큐비트의 상태를 변환, 조작하는 기능면에서도 관심을 끈다. 게이트는 큐비트의 중첩(1과 0을 동시에 가짐)과 얽힘을 활용, 훨씬 더 복잡한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특정 양자 게이트는 큐비트의 상태를 회전시키거나, 다른 큐비트와의 상관관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조작을 통해 기존 컴퓨터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양자게이트는 양자컴퓨팅의 핵심적인 연산 단위로서, 큐비트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고, 고급 연산을 수행하는 등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양자 큐비트 이미지. (출처=익스트림테크)
양자 큐비트 이미지. (출처=익스트림테크)

“‘네이처’에도 마요라나 제로 모드 존재 부정”

MS가 주장하는 위상 큐비트는 일반적인 큐비트와는 달리, 물리적으로 오류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드웨어 차원에서 오류에 강하기 때문에 SW를 적용하며 보정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러나 학계 일각과 전문가들은 이런 MS의 연구 성과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그 근거로 이들은 문제의 리뷰가 실린 ‘네이처 저널’(Nature 저널) 자료를 들기도 한다. ‘네이처’는 “보고된 장치에서 ‘마요라나(Majorana) zero mode’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고 사실상 MS의 주장을 배제하고 있다. 여기서 ‘마요라나 제로 모드’는 일종의 준(準)입자로서,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처럼 초전도체 속의 ‘마요라나 경계 상태를 말한다. 이는 양자 정보가 어떻게 암호화되는지를 규명하고, 차세대 양자 정보 시스템 개발의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존재를 부정당함으로써 MS의 위상 큐비트 주장은 적어도 ‘네이처’ 등 공인된 환경에선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긴 지난 2018년에도 MS는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실험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철회한 적이 있다”고 환기시키기도 했다.

MS 주장은 또한 토포컨덕터는 ‘마요라나1’이라는 새로운 칩의 한 구성 요소로서, 수년 내에 양자 컴퓨팅에 대한 산업적 규모의 상용화가 가능하다는게 골자다. 특히 “하나의 칩에 백만 개의 큐비트를 장착할 수 있는 로드맵”이란 주장도 곁들인다. 이와 함께 “토포컨덕터가 ‘마요라나’ 입자를 H자 모양의 그리드로 배열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 상태를 생성할 수 있다”는 기술적 설명도 더했다.

앞서 MS 기술 펠로우인 크리스타 스보레는 ‘마요라나’1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처음 새로운 물질 상태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복잡했지만, 일단 그 단계를 지나서부턴 상당히 간단하게 구축된다”면서 “훨씬 더 아키텍처가 간단해서, 훨씬 더 빠르게 경로가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MS의 발표는 과학계에 준 충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신과 회의론도 그 만큼 클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불신의 가장 큰 이유는 문제의 ‘마요라나’ 입자를 현재의 기술로는 포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이 입자는 1937년에 처음 학계에서 언급되었지만, 실제로 찾아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는 “이런 포착 불가능한 입자를 감지했을 뿐만 아니라, 8개의 위상 큐비트가 작동하는 기계에서 이를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과학계, 회의론 팽배한 가운데 ‘지켜 보자’ 목소리도

이 대목에서도 MS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이 두달째 제기되고 있다. ‘네이처’ 역시 “MS가 발표한 논문이 특정 장치에 ‘마요라나’ 입자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가 각계 인터뷰를 근거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MS가 수행한 유형의 실험은 마치 ‘마요라나’의 실체를 보는 것 같은 ‘거짓 신호’를 생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MS는 이런 반론에 대해 반박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교의 이론 물리학 강사인 헨리 레그는 최근 언론 보고자료를 통해 “MS의 작업은 신뢰할 수 없으며 재검토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각종 외신에 배포하기도 했다.

레그는 “MS의 작업에 ’일관된 정의’가 없으며, ‘동일한 장치를 갖고 반복 측정해봐도 그 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같은 내용이 당시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MS의 양자 부문 부사장인 줄피 알람은 그에 대해 “논문을 읽거나 데이터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교황’과 같은 존재”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양자 컴퓨팅 이미지. (출처=퀀티넘)
양자 컴퓨팅 이미지. (출처=퀀티넘)

그럼에도 MS가 이같은 회의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하긴 구글, IBM, 퀀티넘(Quantinuum), 크라(QuEra) 등과 같은 기업들도 이미 수십 개 내지 수백 개의 ‘얽힌 큐비트’를 실험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상학적 큐비트가 성공하려면, 기존 방식보다 훨씬 더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는게 학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트랜지스터가 진공관을 대체한 것처럼 기존 방식보다 압도적인 장점을 가져야 하지만, 여전히 그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분명 새로운 물질 상태(a new state of matter) 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곧 바로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는 상태이며, 오직 ‘네이처’ 저널에만 존재한다는 점이 아이러니”라는 반론에 부딪혀 힘을 잃고 만다.

물론 중립적 입장에서 “좀더 지켜보자”는 학자들도 있다. 옥스포트 양자 서킷(Oxford Quantum Circuits)의 임시 CEO인 제럴드 멀랄리는 블룸버그를 통해 “MS가 위상 큐비트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이는 양자 컴퓨팅의 성공에 필수적인 낮은 오류 연산을 수행하도록 재구성할 수 있는 큐비트 활용 물질로, 10년 이상 이 회사의 핵심 전략”이라고 일단 그 노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는 큐비트가 미크론 크기의 스마트(하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소재와 제조 기술을 사용해, 단일한 ‘물리적 큐비트’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나름의 의미를 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멀랄리는 성공을 위한 ‘조건’과 단서를 제시했다. 즉,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인 코히어런스와 게이트 충실도를 높이고, 그리고 이들의 특성화 등 추가적인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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