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연봉, 주4일 근무, 자유분방한 분위기, 복지’ 등은 ‘옛말’
대규모 해고, 수직적 위계질서, 가혹한 근무조건 등 ‘고단한 나날’
트럼프 위세 업고 전횡, 머스크의 ‘제왕적 오너십’ 영향도 커

실리콘밸리 전경. (출처=포토알라미)
실리콘밸리 전경. (출처=포토알라미)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메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로 상징되는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으로 여겨져왔다. 세계 각국의 젊은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다. 걸핏하면 대규모 해고 돌풍이 불고, ‘팬데믹’ 이후엔 근무환경도 더욱 가혹해졌다.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던 직장문화도 최근엔 급변했다.

최근 외신이 소개한 실리콘밸리 동정을 종합하면, 실리콘밸리의 직장 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수직적 위계질서가 강화되고, 오너와 임원들의 일방적 경영과 전횡이 난무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이에 ‘꿈의 직장’이 아닌, ‘악몽의 나날’이라고 하소연하는 목소리도 높다.

구글 로고. (출처=셔터스톡)
구글 로고. (출처=셔터스톡)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수 년 전만 해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은 그야말로 ‘로또 복권’에 버금가는 행운이었다. 국내서도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앞다쿼 실리콘밸리의 문을 노크했으나, ‘선택’받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빅테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장 문화나 관행부터가 파격적이었다. 상식을 깨는 수준의 고액 연봉과 주 4일 근무제도, 낮잠(시에스터) 시간 등 복지와 대우도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에 삭막하고 고단한 직장생활의 현장으로 바뀌고, 걸핏하면 대량 해고가 판치는 곳으로 바뀌었다. 또 가혹할 만큼 고된 시간 외 근무와 중노동으로 직원들은 사무실 바닥에서 취침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런 변화는 ‘팬데믹’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횡행하던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재택 근무나 가택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빅테크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대거 채용을 늘렸다.

문제는 팬데믹이 지난 간 시점, 즉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코로나가 물러가면서 사람들의 실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다. 이에 실리코밸리는 갑자기 인력 과잉 상황을 맞게되었고, 급기야 너도나도 대규모로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메타 로고와 사옥. (출처=메타)
메타 로고와 사옥. (출처=메타)

‘팬데믹’이 결정적 변화의 계기

‘포스트 코로나’ 원년이라고 할 지난 2022년에 구글, 메타, 아마존 등에서만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대부분 AI자동화 기술이 메꿨다.

특히 오픈AI의 챗GPT가 2022년 개발, 선보인 후 이같은 상황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에 빅테크 등은 앞다퉈 직원들이 챗봇 등 AI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 실적주의가 강화되었고, 개인 성과를 엄격하게 평가하는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최근엔 MS의 일부 직원들이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회사들은 이미 전직원에 대한 실적주의와 성과 보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런 풍토는 이제 MS에도 도입, 실시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밝혔다.

아마존의 또 다른 관계자도 역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또 ‘무자비한 중간 관리자’의 자의적 지시에 따라 (해고당한) 여러 사람의 업무를 (한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 엄청난 압박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애플 사옥과 로고. (출처=셔터스톡)
애플 사옥과 로고. (출처=셔터스톡)

앞서 지난 1월에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의 ‘저(低)성과자’에 해당하는 전체 5%를 해고하고,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에 MS도 성과 기반의 해고 조치를 단행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또 구글의 공동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최근 ‘제미니 AI’ 툴을 다루는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를 줄이고) 적어도 평일에 한 번은 사무실에 출근하라”고 촉구했으며, “주당 60시간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구글 역시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역할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요즘은 훨씬 더 공격적인 성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아마존 역시 모든 직원이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며,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도록 관리하고 있다. 구글은또 관리자나 부사장의 숫자나 업무도 크게 줄였다.

이같은 기업 문화의 변화에서 AI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분위기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X로 리브랜딩하면서 6,000명이 넘는 직원을 몰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인센티브에 대한 압박감을 무기로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치부된다.

X는 여전히 해고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특히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효율성 부서’(DOGE)의 운영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수석 고문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냉혹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되는 일론 머스크. (출처=SXSW 스크린샷)
냉혹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되는 일론 머스크. (출처=SXSW 스크린샷)

머스크의 냉혹한 경영 스타일이 시초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과 관계자들은 “머스크의 냉혹한 관리 스타일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장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의 또 다른 구글 직원은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그런 삭막한 직장문화를 강요하는 녹색 신호를 주었고, 지금은 더 적은 급여로 더 많은 것을 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4년 들어선 더 많은 엔지니어나 기술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뉴욕타임스는 “구글, 세일즈포스, 아마존, 메타 등에선 특히 ‘DEI 이니셔티브’가 사라진 것은 정치적 상황이 기술 거대 기업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평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많은 기술 기업을 포함한 연방 계약업체가 (바이든 행정부의) ‘DEI 이니셔티브’를 구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연방 기관에 민간 부문 기업의 잠재적 위반 사항을 조사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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