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억만장자 마크 큐반, “트럼프 충성경쟁 두 사람” 패러디 화제
트럼프 ‘MAGA’ 대신 ‘미국을 다시 하나로!’(MAUA) 포스터 게시
트럼프-오바마도 나란히…‘갈라진 美 통합’ 시사, 조회수 폭발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실리콘 밸리와 미국의 빅테크들은 그 어떤 정권보다 정경유착에 가까운 親트럼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아예 트럼프 행정부 ‘2인자’로 꼽힐 정도다. 또 경쟁이라도 하듯,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 제프 베조스 등도 ‘머스크 따라하기’에 나서 트럼프 행정부에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억만장자인 마크 규반이 15일 소셜미디어에 이들의 구차스런 행보를 패러디한 AI 생성 영상 스크린샷을 올려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큐반은 X에 이를 트윗하는가 하면, 요즘 인기있는 블루스카이의 자신의 계정에도 함께 올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는 여느 패러디와는 달리, 그 대상이 대상인 만큼 더욱 파급력이 강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IT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CEO들은 물론, DEI(다양성, 평등함, 포용성) 등 전임 정부의 미덕을 송두리째 부정하며, ‘폭정’이란 비판까지 듣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저격하고 있어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네티즌, 비판보다 호응과 공감 많아
마크 큐반은 특정 기업인이 사업 아이템을 내놓고 심사위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TV쇼 ‘Shark Tank’를 통해 거부가 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널리 명성을 얻으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블루스카이에 올린 스크린샷 이미지와 영상은 새삼 그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하고 있다.
이 영상은 규반이 올린 “먼저 털어놔야 할까?”(“You have to manifest it first?)라는 캡션과 함께, 큐반 자신이 가운데 있고, 좌우에 아마존 제프 베조스, 메타 마크 주커버그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곤 세 사람은 ‘MAUA’, 즉 ‘미국을 다시 하나로!’(Make America United Again)이란 포스터를 들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을 패러디한 것이다.
해당 영상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의 반응도 천차만별이다. 그 중엔 “AI로 포장된 돼먹지 않은 영상”이란 트럼프 지지자들의 비판이 있는가 하면, “요즘 같은 때 적절할 ‘파시즘의 미학’”으로 표현하는 네티즌도 있다. 이를 소개한 매체 중 ‘기즈모도’는 “‘파시스트가 실제로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라면 어떨까?’( “what if fascists are actually our best friends?”)라는 질문을 해당 영상에 달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MAGA’ 모자를 쓰고, 도널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를 껴안는 영상도 상상할 수 있다”고 패러디의 영역을 강조하기도 했다.을 상상해보세요.
“트럼프 정권에 ‘부역’하는 빅테크 CEO 저격”
이번에 큐반이 만든 AI영상 역시 현재의 ‘트럼프 정국’과, 이에 ‘부역’(한다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판)하고 있는 빅테크 CEO들의 처신을 날카롭게 저격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한때 일론 머스크와 격투기로 ‘맞짱’을 뜨자며, 강렬한 적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엔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가짜뉴스나 유해한 컨텐츠를 검증하는 자사 소셜미디어의 팩트체크를 없애고, 대신 일론 머스크의 ‘X’가 도입한 ‘커뮤니티 노트’를 도입했다.
또 기업 경영도 머스크를 따라하는 듯 했다. 직원들을 마구잡이로 해고하는 등 머스크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反노동 성향이 강한 트럼프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에 진보 성향 이용자들의 반발이 날로 커지면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머스크를 제치고 ‘가장 혐오스런 기업인’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아마존닷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그에 대한 ‘아부성’ 발언으로 진보 성향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한때 뉴욕타임스가 마련한 ‘딜북 서밋(Dealbook Summit)’토론회에서 “차기 행정부가 좀더 보다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트럼프는 규제 완화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를 도울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큐반은 이념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진영을 오가던 인물이다. 그러다가 2024년엔 카말라 해리스의 대선 캠페인에서 암호화폐 등 기술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할 수도 있는 인물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 후 큐반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에 격렬하게 항의하며 ‘블루스카이’를 자신의 ‘공격 기지’로 삼았다. 그런 가운데 문제의 영상을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런 파시스트들과 연합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영상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라거나, “매우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적지않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큐반이 패러디 영상을 통해 제안안 ‘Make America United Again’ 캠페인에 공감을 표하거나, 동참하고 있다. 그래선지 상원의 민주당 지도자인 척 슈머는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한 공화당 중심의 예산 지출 패키지에 찬성하는 표를 던져 파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애초 ‘셧다운’을 각오하고라도 예산 심의를 좀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혼자서 이런 당론을 무시하고 찬성표를 던진 슈머 의원은 “공화당이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을 경우, 머스크가 나서 연방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자신의 행위를 해명했다.
‘통합’ 기대와 함께 ‘정경유착’ 부당성 꼬집어
이같은 영상은 보기에 따라선 두 가지로 해석할 만하다. 큐반으로선 현재 양극단으로 갈라진 미국의 정치적 지형을 다시 하나로 통합할 수 있길 바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반면에 트럼프의 MAGA 정책과 함께, 그의 노선에 영합하며, 머스크를 의식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충성 경쟁을 벌이는 듯한 저커버그와 베조스를 꼬집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큐반은 또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사이좋게 포즈를 취한 모습도 함께 공유함으로써 역시 이같은 해석이 가능하게 했다.
반면에 그는 트럼프와 러시아의 푸틴이 마치 영유아와 같은 모습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패러디 영상도 공유했다. 친러시아 정책을 펴는 트럼프 노선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해당 영상을 올린 사용자(JanJop@wigglewigglepoppop.bsky.social)는 “예전이 좋았다. 트럼프 등장 이전의 이 나라와, 시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들과, 나도 중산층이었던 시절, 대통령의 품위있는 모습, 매일 황당한 대통령 연설을 듣지 않아도 되었던 예전이 너무나 그립다”는 글과 함께 해당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정책 노선에 대한 뿌리깊은 불안과 불신이 이런 패러디 행진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