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기술회사와 달리 유명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 이름 따
앞서 과학자 데이비드 블랙웰 이어 다시 과학자 이름으로 명명

'블랙웰'을 공개하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오는 18일엔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이름을 딴 차세대 GPU '루빈' 칩을 공개한다. (사진=블룸버그)
'블랙웰'을 공개하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오는 18일엔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이름을 딴 차세대 GPU '루빈' 칩을 공개한다. (사진=블룸버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엔비디아가 ‘블랙웰’에 이어 오는 18일 새롭게 선보일 차세대 GPU의 이름을 ‘루빈’으로 지었다. 흔히 기술 회사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자와 숫자를 조합하여 제품 이름을 짓곤한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최신 GPU 아키텍처 대부분은 인류 과학사에 공로를 세운 유명 과학자들의 이름을 따오는게 하나의 관행이 되었다.

특히 이번엔 차기 AI 칩 플랫폼의 이름을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엔비디아는 공식적으론 명명 규칙을 설명한 적이 없고, 선택의 다양성 측면을 강조하지 않았지만, 이는 또 다른 점에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과 소수 과학자를 강조하는 엔비디아의 칩 이름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DEI) 이니셔티브를 없애거나 무시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루빈은 우주 물질의 4분의 1을 구성할 수 있고 빛이나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는 물질인 "암흑 물질"에 대해 알려진 많은 것을 밝혀냈다. 또 과학 분야에서 ‘여성’의 인권을 옹호하곤 했다.

앞서도 엔비디아는 과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아키텍처 이름을 지어 왔다. 일종의 기업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또한 여러 유명 과학자의 만화가 있는 직원 전용 티셔츠를 판매하곤 했다. 엔비디아는 작년 GTC 컨퍼런스에서 수학자이자 게임 이론가이자 확률론자인 데이비드 블랙웰의 이름을 ‘블랙웰’ GPU를 선보인 바있다.

그 뒤를 이어 이번엔 ‘루빈’칩을 공개한 것이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은 오는 18일 공개될 ‘루빈’ 칩의 속도, 구성, 출시 시기를 알고 싶어한다. 또 ‘베라’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중앙 프로세서를 의미하고, ‘루빈’은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를 의미한다.

한편 1928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루빈은 심우주를 연구하고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여 우주에 대한 더 자세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더 나은 망원경과 기기를 개발했다. Nova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그녀는 1968년에 안드로메다 은하를 관찰하고 우리 우주에 대한 과학의 이해를 뒤집을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명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생전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미국의 유명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생전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베라 루빈, “은하계의 비밀 규명”

그녀가 명성을 얻은 주된 이유는 은하가 얼마나 빨리 회전하는지 관찰한 후였다. 1987년에 "은하 중심부에 있는 별은 매우 빠르게 공전하고 바깥쪽에 있는 별은 매우 느리게 공전할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다."라고 공개했다. 하지만 루빈은 자신이 관찰하고 있는 바깥쪽 별이 예상과 달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관찰하지 못하는 질량이 더 많았어야 했고, 이는 암흑 물질의 개념을 확인했다.

그녀는 생전에 큰 찬사를 받았고,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3개의 고급 학위를 취득했지만, 여전히 성차별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루빈은 경력 초기에 자신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고 일부 천문대는 여성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다. 루빈은 2016년에 사망했다. 그 후 2019년에는 칠레의 최첨단 망원경인 베라 C. 루빈 천문대가 그녀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ProPublica’에 따르면, 미 연방 자금으로 운영되는 천문대 웹사이트의 전기는 올해 초 과학계에서 여성을 옹호한 그녀의 활동에 대한 세부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편집되었다.

루빈은 1996년 졸업사에서 "저는 천문학을 좋아하듯이 당신도 당신의 일을 좋아하기를 바란다."면서 “당신이 모든 형태의 불의와 차별에 맞서 싸우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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