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계획 대거 철회, 증설 계약 취소, 대대적 ‘구조조정’ 시도
“막대한 AI투자 전면 수정” 추측도, “지구촌 AI 지형에 큰 변화”
MS “변함없음” 해명 불구, sLM 전환 등 AI산업계 근본적 변화 ‘신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붐’이 일면서 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대용량의 컴퓨팅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앞다퉈 증설하고 있다. 그 바람에 전력과 용수 등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각국마다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중국의 딥시크는 이런 AI산업의 공식에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비단 그런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자사의 데이터센터 증설을 중단하고, 향후 계획된 데이터센터도 취소하는 등 이르나 ‘롤백’ 전략을 공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AI 분야 재조정, 효율화 전략
애널리스트들은 일단 이를 두고 MS가 비용절감이나 일시적인 전략 수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열된 ‘AI붐’에 대해 MS가 전면 재검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선 현재 지나칠 정도로 방만한 AI분야 투자를 재조정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전면적인 전략적 수정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MS측은 자사의 데이터 센터 롤백이 ‘AI 붐’에 나쁜 소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런 의도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사 블로그와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이 회사는 미국에서 새로 계약하기로 한 2의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임대를 취소했다. 또 아직 체결되지 않은 임대 계약도 모두 철회했고, 일부 해외에 짓기로 한 데이터센터도 미국으로 옮기거나 연달아 취소시키고 있다.
이에 MS는 “데이터 센터 계획 변경은 사소한 전략적 조정”이라고 블룸버그 등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들 외신을 종합하면 MS는 이처럼 상당한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에 대한 임대를 종료함으로써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마침내 ‘AI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과 논쟁이 분분하다.
그 동안 MS와 오픈AI,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AI에 ‘올인’하다시피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왔다. 그러나 수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 투자를 상쇄할 만한 수익 창출에 실패하다보니 ‘AI붐’에 대한 회의론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MS의 이같은 ‘데이터센터 감축과 철수’ 조치는 ‘AI붐’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전략 수정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오픈AI와도 거리 두려는 전략?
실제로 애널리스트들은 “날이 갈수록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MS는 공급 과잉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취소된 MS의 데이터센터 투자 중 일부는 오픈AI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이전부터 MS의 가장 큰 공급업체이자, 사실상 자매기업이나 다름없는 오픈AI 워크로드와 컴퓨팅 증가 때문에 계획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MS가 점차 오픈AI와의 유기적 관계를 끊고, 멀리하려는게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의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가 하면, 오픈AI가 오라클을 포함한 다른 파트너와 협력함에 따라 상황이 바뀐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같은 MS의 데이터센터 정책은 이 회사가 이전에 발표한 계획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 회사는 앞서 “올해 데이터센터에 8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MS의 CFO 에이미 후드는 그러나 이제 와선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과 공간이 부족하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MS는 업계 안팎의 이런 반응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다”면서 “AI 붐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상당한 투자를 한 덕분에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증가하는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있다”고 확인하며 “작년 한 해만 해도 역사상 어느 해보다 더 많은 용량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일부 지역에서는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모든 지역에선 계속해서 (데이터센터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성장 분야에 투자하고 리소스를 할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회계연도에 인프라에 8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려는 계획은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록적인 속도로 계속 성장함에 따라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MS가 전과는 다른 ‘AI 투자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MS의 이런 움직임은 업계가 AI에 대한 태도에서 성숙해지고 있다는 환영할 만한 신호”라며 그런 해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들은 “MS의 후퇴는 지난 몇 년 동안 AI를 지배해온 방식보다, 더 나은 접근 방식을 모색하며 재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는 맹목적인 확장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위해 AI를 확장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따.
“수 년째 이어온 생성AI 붐에 브레이크” 해석도
사실 지난 2022년 후반 생성AI ‘붐’이 시작된 이래로 MS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최첨단의 기능을 갖춘 더 큰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소모전을 벌여 왔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더 작은 AI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디바이스에서 로컬로 실행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미국 경쟁사와 비슷한 성능을 매우 저렴한 방식으로 개발한 중국 딥시크의 등장이 이러한 접근 방식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물론 MS는 “이번 조치는 전적으로 딥시크와는무관한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들은 AI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엄청난 컴퓨팅 용량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해 왔지만 실제 AI 대중화는 예상보다 느리다”면서 “이제 기업들은 AI를 정확히 무엇에 사용할지 고려하고, 대규모 모델 대신 맞춤형 사례를 구축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혹한 진실’은 투자 대비 수익을 가시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무모한 ‘컴퓨팅 군비 경쟁’보단 기업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AI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MS의 방향 전환은 환영할 만한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