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부문 이사회 ‘특별 투표권’ 신설, ‘인수’제안 원천 차단
영리 부문에 대한 비영리 부문의 통제권 강화, ‘머스크 인수 명분 희석’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일론 머스크가 970억 달러를 제시하며 인수를 제안한데 대해 샘 앨트먼이 주도하는 오픈AI 이사회가 황급히 차단막을 쳤다. 앞서 지난 10일, 머스크와 투자자 그룹은 오픈AI를 인수하기 위해 974억 달러를 제안했고, 샘 앨트먼이 이를 거부한 후 두 사람 사이엔 날선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사의 통제 구도 바꿔 제2의 ‘머스크’ 방지
‘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머스크의 제안으로 인한) 원치 않는 인수 입찰을 막기 위해 비영리 부문의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지난 주 일론 머스크가 투자자 컨소시엄과 함께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974억 달러를 제안한 인수 시도에 따른 것이다. 머스크의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해 아예 회사의 통제 구도를 바꾸는 것이다.
즉 비영리 부문 이사회에 ‘특별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장차 출범할 회사의 영리 부문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원치 않는 (인수 합병 등과 같은) 입찰에 맞서고, (머스크와 같은 인수자 등) 기존 투자자가 주도권을 잡을 수 없게 하는 방안이다.
이같은 오픈AI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혹시 있을지 모를 (외부로부터의 인수 제의에 의한) 입찰을 막고, 그로 인한 투자자가 지휘권을 잡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오픈AI CEO 샘 앨트먼은 머스크의 제안에 대해 처음엔 X에 게시한 게시물을 통해 입찰을 거부했다. 나중에는 다시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거부하기로 의결했다.
‘특별 투표권’은 “비영리 임무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제쳐지고 있다”는 명분으로 오픈AI 인수 제스처를 보인 머스크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다. 즉 비영리 부문에 영리 부문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리화’ 전환 대가로 비영리부문에 300억달러 지급
앞서 오픈AI의 ‘공익 기업’으로의 구조 전환을 두고 논란이 직속되었다. 특히 2018년에 회사를 떠나 이후 자신의 AI 회사인 xAI를 설립한 공동 창립자 머스크가 그런 논란을 앞장서 부채질하곤 했다.
하지만 오픈AI의 경영진은 그런 구조 전환이 많은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변화는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을 감안할 때 꼭 필요한 결정이란 얘기다.
이번 구조 전환에 따라 영리 부문은 그간 축적한 ‘기술 자산’에 대한 댓가로 비영리 부문에 약 300억 달러를 지불할 예정이다. 이번 머스크의 인수 제안의 명분도 300억 달러가 아니라, 적어도 비영리 자선 사업 부문에 그 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 금액이 974억달러다.
그런 가운데 머스크의 변호사인 마크 토버로프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인수를 제안한 동기는 비영리 부문이 오픈AI의 중심으로서 입지를 상실하는 대가로 공정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라며 “이는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통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즉, 오픈AI가 애초 설립 취지에 걸맞게 오픈소스의 안전, AI의 안전에 집중하는 단체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앨트먼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거부당한 직후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오픈AI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거부함에 따라 머스크와 그의 투자자컨소시엄은 “(공익 영리기업으로의) 구조 전환 계획이 취소되면 인수 제안도 철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비영리 부문은 마땅히 객관적 거래 당사자들 간에 그렇듯이, 마땅히 자산에 대해 지불할 금액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문서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오픈AI “머스크, 오픈AI 성공에 ‘질투’”
이보다 앞서 머스크는 이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오픈AI를 상대로 고소까지 했다. 애초 설립 당시 계약을 위반했다며, 오픈AI의 공익 법인으로의 전환을 차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아직 판결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오픈AI측은 머스크가 내세우는 다양한 주장을 일축하는 한편, “그의 인수 제안과 소송의 진짜 동기는 그가 한때 공동 창립했던 AI 기업의 성공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픈AI 이사회는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머스크는 기업 간의 건전한 경쟁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샘 앨트먼도 인수 제안을 거절한 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엉뚱한 짓 하지말고) 더 나은 제품이나 만들어 경쟁할 생각을 해라”고 머스크에게 일침을 가했다. 한편 오픈AI는 작년에 1,570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최근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는 2,6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의 시장 가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