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등 우파적 변신, ‘증오 방지와 DEI 폐기, 포용 삭제’ 등
진보적 크리에이터들 반발, “자기 검열 강화” 등 소극적 저항
구글맵 ‘미국만’을 ‘멕시코만’으로 회귀하는 확장프로그램도 등장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가 지속되면서 실리콘밸리 등 미국 기술산업계에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기술 업계 일각에서도 이를 의식한 우파적 변신이 이어지는가 하면, 이에 반발하는 일선 개발자들의 움직임도 일고 있어 본격적인 이념적 분열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이다. 앞서 메타는 사회적 비판에 따라 증오 표현, 잘못된 정보 및 괴롭힘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한 직후 이를 사실상 폐기했다. 즉, ‘사실 확인자’를 없애고 커뮤니티 노트를 도입하고, 특정 형태의 증오 표현에 대한 금지를 해제하고, DEI(다양성, 평등, 관용) 이니셔티브를 폐기했다. 또 트랜스젠더 포용 기능을 제거하고, 정치적 콘텐츠 권장 사항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전형적인 우파 성향의 정책 변경이다.
애플, 머스크 의식 ‘X에 다시 광고 게재’
또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제 2인자’로 부각되면서, 이를 의식한 듯 애플이 다시 X에 자사 광고를 게시하고 있다. 또한 애플과 구글은 또한 트럼프의 공언이 있은 후, 자사 맵에서 ‘멕시코만’을 ‘미국만(아메리카만)’으로 바꾸기도 했다.
반면에 아직은 미미하긴 하지만, 실리콘밸 리가 이처럼 트럼프 눈치를 보는 기류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 중엔 다시 맵과 웹사이트에서 ‘멕시코만’으로 명칭을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확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한 개발자가 크롬(Chrome) 사용자를 위해 개발한 새로운 확장 프로그램 ‘FixTheGulf’는 이런 방식으로 트럼프의 파시즘을 방불케하는 정책에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런 우경화 경향은 인스타그램의 진보적 밈 크리에이터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생계마저 힘든 상황에서 사실상의 보수 내지 극우적 성향의 ‘검열’까지 이뤄지면서 더욱 위협을 받고 있다. 메타의 노골적인 우경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더욱 그 심각함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이들 진보적 밈 크리에이터들은 집단으로 ‘로그오프’하지는 않는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하거나 견디고 있다.
인스타그램, 진보적 크리에이터들 갈등 심화
본래 인스타그램은 비정치적 성격이 강했다. 작년 퓨리서치 조사에서도 이는 주로 엔터테인먼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선을 계기 뉴스, 예술, 밈의 허브가 되었고, 특히 정치인이나 선출직 공무원, 활동가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특히 밈의 인기가 높다.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이곳에선 매일 100만 개 이상의 밈을 공유한다. 물론 모든 밈이 정치적인 것은 아니지만, 선거 후보자들과 정당에서 점점 더 많은 밈을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적 밈은 일상적인 사용자가 만들고 공유한다. 그로 인해 정치적 이젠다나 아이디어가 유통되는 퍼뜨리는 일종의 대중 매체로 변하고 있다. 더욱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전파되는 메시지 중엔 제도권 언론매체보다 더 구독이나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게시물들은 광고와 조직을 통해 오프라인 시위를 촉진하기도 했다. 예전에 팸플릿이나, 마을 광장 집회, 소문 등이 하던 역할을 오늘날 소셜미디어가 맡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들 밈 크리에이터들은 “특히 ‘가드레일’이 빈약한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잘못된 정보와 극우적 혐오 표현에 맞서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 정권 바뀔때마다 ‘변신’ 이력
메타의 경우 이전부터 번번이 태도 변화와 권력과의 ‘타협’을 반복해왔다. 지난 수년 동안 사이트에 정치적 콘텐츠를 허용했고, 이로 인해 특히 극우적 선동과 극단주의가 퍼졌다. 2020년대 초, 메타는 정치적 토론을 제한하고 장려하는 사이를 오락가락 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이윤동기에 집착하는 메타와, 플랫폼을 창작과 사회적 소통에 사용하려는 크리에이터들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이 조성되었다.
크리에이트들은 이에 메타 플랫폼에서 자체 검열을 하는게 어제 오늘이 아니란 얘기다. 이번 메타의 우파적 드라이브가 앞으로 진영을 넘어 균등하게 적용할지는 회의적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언론의 절대 자유”는 좌파 크리에이터들에겐 허용되지 않는다는 평판이많다.
그럼에도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메타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메타의 정책 변경이 싫지만, 그래도 인스타그램 등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그 동안 다른 신생 소셜미디어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블루스카이와 스레즈 등에도 계정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잠깐 관심을 끌 뿐, 그만한 매력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강력한 캡션 옵션과 함께 제공되는 시각적 플랫폼이기 때문에 비교할 만한 다른 플랫폼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메타의 우경화는 (트럼프 집권으로 인한) 국가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와 일치하는 것으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란 체념섞인 시각도 많다.
일부 개발자, 크롬 확장프로그램으로 ‘멕시코만’ 명칭 복원
그래서 더욱 일부 개발자가 시도한 크롬 확장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트럼프의 공언에 따라 구글과 애플은 자체 맵에서 'Gulf of Mexico'를 ‘Gulf of America'로 바꾸었다. 자체 판단이라기보단, 정치적 풍향계를 고려한 셈이다.
그러나 한 개발자가 Chrome 사용자를 위한 새로운 확장 프로그램인 ’FixTheGulf‘는 이를 다시 거꾸로 바꿔, 원상회복을 시킬 수도 있게 했다. 앞서 구글이나 애플은 트럼프의 명칭 변경 시도에 어떤 이의를 달기는커녕 즉시 맵에서 명칭을 바꿨다.
반면에 게임 모더이자 iOS 개발자인 브라이스 보스트윅이란 인물은 지난 15일에 깃허브에 문제의 확장 프로그램을 업로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버튼 클릭 한 번으로 ‘멕시코만’이란 명칭을 구글 맵에서 할 수 있게 했다. 보스트윅은 이를 두고 ‘복원’이 아닌 ‘회수’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정책 수행 태도에 저항하기 위해 이처럼 디지털 도구를 통해 간단하지만 강력한 반격을 가한 셈이다.
개발자 보스트윅은 해당 확장 프로그램의 작동 방식과 함께 관심 있는 개발자가 직접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실리콘 밸리 일각에선 트럼프의 우경화 광풍에 맞서 ‘소리없는 반란’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