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SW, 미국에 절대 의존, 저렴한 中제품 일부 도입
생성AI 가속화될수록 중요, 세계 한국 EDA 시장 점유율 '제로'
SK하이닉스 美제재 대비 中 EDA 중단 조짐, "자체 개발 절실"

반도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반도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애플경제 정한빈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대비하고, 품질도 검증하기 위해 중국산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국내 한 경제신문에 의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삼 EDA에 대한 관심이 일고있다.

전자설계 자동화(EDA, Electrical Design Automation)는 반도체 설계 및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도구와 기술의 집합체다. 회로 설계, 시뮬레이션, 검증, 최적화, 자동화 등 설계 전 과정을 지원하며 현대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와 같은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하는 현대 반도체 산업에서 EDA는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용 절감 위해 부득이 중국산 EDA 일부 사용

현재 EDA 시장은 미국의 시높시스, 케이던스, 지멘스EDA 등 3대 기업이 75% 이상을 점유하며 독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역시 이들의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독점 구조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팹리스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사용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며 초기 스타트업들에게는 특히 큰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은 비용절감을 위해 가격이 싼 중국 제품을 일부 수입,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이후 중국은 자체 EDA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국가 차원에서 EDA 기업을 육성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는 선제적으로 중국산과의 '절연''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반도체 원가부담과 완제품 가격도 크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에 대항할 만한 수단은 달리 없다. 한국의  EDA 시장 점유율은 거의 0%에 가깝고 관련 기술력과 인재도 부족한 상황이다. 우수 인재들이 국내에서 EDA 창업하기보단 해외로 나가는 등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EDA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생성AI 기술 확산과 반도체 고도화가 가속화될수록 자체 EDA 기술 확보는 더욱 절실해진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용 지원과 세액 공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태부족이다. 그래서 "팹리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EDA 개발 환경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EDA 생태계 전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재 양성, 초기 스타트업 지원,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DA는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향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EDA 기술 개발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자주적 힘을 길러야한다"는 목소리다.

글로벌 EDA 점유율 1위 기업 시높시스 (출처=시높시스)
글로벌 EDA 점유율 1위 기업 시높시스 (출처=시높시스)

EDA가 반도체 공정에 왜 중요한가? 

그러면 EDA가 반도체 산업에서 왜 중요한가. 이는 EDA의 주요 작동 원리 네 가지 단계만 봐도 알 수 있다. 먼저 설계 입력 단계에서는 설계자가 하드웨어 설명 언어(HDL)나 그래픽 기반 설계 도구를 활용해 회로 구조와 동작을 정의한다. 이어지는 단계인 시뮬레이션 및 검증 과정에서는 설계된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다양한 분석 기법을 통해 확인한다. 타이밍, 전력 소비, 동작 조건 등을 점검해 초기 단계에서 설계 결함을 수정함으로써 시간과 비용 손실을 예방한다.

마지막으로 EDA의 가장 큰 특징은 설계 전 과정의 자동화다. 복잡한 반도체 설계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설계자들이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칩 설계를 신속하게 완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EDA는 그야말로 반도체 제조 전 과정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기술이다.

EDA는 특히 생성AI 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생성AI 기반의 LLM 등은 대규모 데이터와 모델 학습을 위해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HBM(고대역폭 메모리)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반도체들은 1조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서로 약속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밀한 규격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EDA는 설계 초기에 반도체의 동작을 검증하고 규격을 만족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설계 결함을 사전에 방지한다.

만약 설계 결함이 반도체 칩 생산 이후에 발견될 경우 대량의 칩을 폐기해야되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낭비된다. 따라서 제조 전에 EDA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으로 설계를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높은 수율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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