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업무엔 드물게 사용, SW개발자 등 엔지니어 직종에 집중
SW수정, 코드 디버깅, 네트워크 문제, 쓰기와 편집 등에 활용
건설 노동자, 마취과·산부인과 의사 등 ‘물리적 조작’직종, AI와 멀어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주로 소프트웨어 수정, 코드 디버깅, 네트워크 문제 해결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10%의 프롬프트는 주로 ‘쓰기’와 ‘편집’이 필요한 예술이나, 미디어, 디자인 부문이 차지했다.
반면에 건설 노동자나 마취과 의사 등 ‘물리적 조작’이 필요한 역할은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흔히 웬만한 기업들은 AI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직장이나 사무실에서 AI챗봇 등을 업무에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게 많은 직장인들의 얘기다. SW개발 등 IT업종을 제외한 일반 사무직의 경우 여전히 단순 컴퓨팅에 의존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디지털트윈이나 스마트팩토리가 구축된 업체에서도 관련 작업자를 제외하면, 여전히 사정은 비슷하다.
앤트로픽, ‘클로드AI’ 사용자 데이터분석
실제로 최첨단 ‘클로드AI’-3.5 소넷'까지 출시한 바 있는 ‘앤트로픽’사의 최근 데이터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12일 앤트로픽이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분석 대상 직장인 중 업무의 4분의 3에 AI를 사용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도 개발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직장인의 일상적인 실무에선 AI가 그다지 인기가 없는 셈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영업기밀 유출 등의 이유로 챗봇 사용을 금지하거나, 통제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작용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AI의 일상적 실용성 등이 기대에 못미치기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앤트로픽에 의하면 다만 SW개발자와 작가들은 AI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직업 종사자들은 별로 AI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적인 AI사용자가 조사 대상자의 4%에 그친다는 결론이다.
흔히 AI는 노동 현장과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실증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앤트로픽은 설문이 아닌, 자사 AI모델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조사했다. 일단 자사 AI모델인 ‘클로드’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설문 대신에 400만 개의 프롬프트와 출력을 집계, 직업별 AI활용도를 추출해낸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AI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경제 지수’를 산출했다.
AI 사용 절반 ‘SW 개발, 텍스트 작성 등’
그 결과 AI 용도의 절반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텍스트 작성 등에 집중되었다. 그 다음으로 각종 분석용으로 쓰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데이터 세트를 분석한 결과 AI를 가장 많이 도입한 작업과 직업은 컴퓨터 및 수학 범주에 속하는 경우다. 이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역할을 포함하고 있다.
‘클로드’에게 보낸 사용자 프롬프트의 37.2%가 이 범주에 속했다. 이는 주로 소프트웨어 수정, 코드 디버깅, 네트워크 문제 해결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10%의 프롬프트는 주로 ‘쓰기’와 ‘편집’이 필요한 예술이나, 미디어, 디자인 부문이 차지했다. 반면에 건설 노동자나 마취과 의사 등 ‘물리적 조작’이 필요한 역할은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앤트로픽은 블로그에서 “흥미롭게도 저임금 노동자나, 최상위 고임금 직업 모두 AI 사용률이 매우 낮다”면서 샴푸로 머리감기기를 하는 사람과, 산부인과 의사처럼 수작업이 주로 필요한 직업을 예로 들었다. 반면에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카피라이터 등 중간 급여 범위의 특정 직업이 가장 많았다. “결국 이런 패턴은 현재 AI 역량의 한계와, 물리적 조작 요구 사항 등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앤트로픽은 결국 “이런 결과는 AI의 광범위한 채택이나 사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했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전체 직종의 약 3분의 1(정확히는 36%)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업무의 4분의 1에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나마 “AI가 직장인 업무의 상당한 부분에 걸쳐 느리게나마 점차 업무용 포트폴리오로 확산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전부가 AI로 수행되는 업무는 드물어”
다만 아직도 어떤 업무도 전부가 AI에 의해 수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분석이다.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또한 AI 용도의 절반 이상(57%)은 출력에 대한 학습이나 반복과 같은 사용자의 역량을 증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 경우 AI가 작업자를 대체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사용자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는 늘어나고 있다”고 파악했다. 즉 검증을 통해 사용자의 작업을 다시 확인하거나, 사용자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학습에 도움을 주고, 사용자가 브레인스토밍하거나, 반복적이고 생성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선 단연 AI 사용이 절대적이다. 실제로 작년 깃허브 조사에 따르면 개발자의 97%가 직장에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특히 AI 어시스턴트가 출시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보다 안전한 소프트웨어나, 테스트 품질 개선, 고품질의 코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AI 코딩 도구’가 코드 보안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개발자들에게 AI가 결코 반가운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가트너 연구에 따르면 많은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AI 코딩 도구와 역할 자동화에 대비, 향후 몇 년 동안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AI 관련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빅테크에서 엔지니어들은 곧 AI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세일즈포스의 CEO인 마르크 베니오프도 “기업은 이제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인재 채용을 동결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