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은행 암호화폐 거래 규제 ‘SAB 121’ 폐지
트럼프 親암호화폐 기류 반영, 광범위한 시장 변동 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경. (사진=셔터스톡)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경. (사진=셔터스톡)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3일 은행들이 암호화폐를 보유 내지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한 ‘직원 회계 공고(SAB) 121호’를 폐지함으로써 암호화폐 시장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SEC는 자체적으로 새로 구성된 암호화폐 태스크포스가 내린 이같은 내용의 ‘암호화폐 자산 규제 접근 방식’ 변화를 공지했다.

당초 2022년 3월에 도입된 ‘SAB 121’은 암호화폐 거래 기업이 사용자를 대신, 보유한 암호 자산에 대한 부채와 해당 자산을 기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암호화폐를 수탁하는 것을 금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렇게 되면 은행으로선 고객의 암호화폐를 자산에 포함함으로써 더 높은 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실상 암호화폐 진입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러나 해당 태스크포스는 이런 “지침이 불필요한 복잡성을 더하고 암호 플랫폼에 대한 불평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된 프레임워크에 따라 기업은 이제 미국 GAAP 비상 사태 규칙 및 IFRS 지침 등 보다 광범위한 회계 기준을 적용, 암호 자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평가하게 된다.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러한 변경 사항은 2024년 12월 15일 이후에 시작되는 회계 연도에 소급 적용되며 조기 적용이 허용된다. 이에 암호화폐 업계는 “암호화폐의 새로운 장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반색했다. 현재 월가에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심한 변동성 등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과 기업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에 SEC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되, 기업이 기존 규칙에 따라 투자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미 의회에선 SAB 121을 뒤집는 결의안이 양원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SEC의 판단을 옹호하며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백악관은 공지문을 통해 “이런 식으로 SEC 직원의 신중한 판단을 뒤집는 것은 회계 관행에 대한 SEC의 광범위한 권한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행정부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복지를 위협하는 조치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권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암호화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트럼프는 23일 암호화폐 규제를 옹호하고 잠재적인 국가적 암호화폐 비축을 모색하기 위한 대통령 실무 그룹을 설립하는 첫 번째 암호화폐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CBDC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달러’를 금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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