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럭 8대에 소량의 바나나, 포도주, 생수 제공
경찰서 마당에 세워놓아 실제 도움 안돼, “사이버트럭 팔아먹을 속셈”
소방관들 용수 운반용 트럭 부족 하소연엔 “나몰라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선행을 과장하기 위해 X에 올린 AI 생성 동영상 화면. (사진=X)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선행을 과장하기 위해 X에 올린 AI 생성 동영상 화면. (사진=X)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일론 머스크가 미국 캘리포니아와 LA 인근을 덮친 사상 초유의 산불에서 “수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하는 영상 홍보자료를 뿌렸으나, 과장된 허풍임이 드러나 또 다시 입길에 오르내렸다.

일부 외신을 종합하면 머스크는 “로스앤젤레스의 선량한 사람들이 수천 채의 주택을 파괴하고 최소 24명을 죽인 산불을 견뎌내는 것을 보고 행동에 나섰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영상 자료도 X를 통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적포도주, 생수, 오렌지 약간을 실은 사이버트럭 몇대를 지역 경찰서로 보냈다. 사이버트럭에는 스타링크 인터넷 장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서 “이 트럭들을 모바일 기지국으로 사용해 LA 지역의 스타링크 인터넷 단말기에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새로운 트럭이 주말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X에서 사이버트럭 제공 현황도 공개했다. 알타데나의 보안관 사무소에 3대, 파사데나에 2대, 주마 비치와 말리부에 3대다. 그러나 이들 사이버트럭은 경찰서 주차장에 놓여 있는 소수의 식료품만 실려 있어, 일반 대중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휴대용 메가팩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통해 일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을 자세히 보면 AI가 생성한 음성 해설과, 불타는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머스크의 모습이 보인다. 영상 생성 AI모델을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장면이다.

그런 조자된 화면의 로봇 내레이터는 “일론 머스크는 로스앤젤레스 산불 이후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한 로스앤젤레스의 전통적인 통신 타워는 이미 화재로 인해 재로 변했고 재난 지역은 모든 신호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는 실상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란 현지 매체들의 비판이다.

그럼에도 이런 가짜 영상이 널리 공유된 것은 “이처럼 절체절명의 중요한 순간에 머스크가 로스앤젤레스에 자사의 스타링크 단말기로 통신을 복구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영상이 공개된지 얼마 안돼 무려 150만 명 이상이 이를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머스크가 리트윗한 덕분일 것이란 추측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4,12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머스크는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자선 기부를 한다고 오랫동안 자랑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여름에 어린이 축구팀이 태국 동굴에 갇힌 사건이 일어났을때도 머스크는 허풍을 떨었다. 당시도 자신의 ‘미니 잠수함’ 설계도를 가지고 나타나 아이들을 구출하겠다고 나섰으나, 실상은 자신의 이미지를 미화하는게 목적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기술매체 기즈모도는 “머스크가 경찰에 식료품과 인터넷 접속을 제공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한심한 노력”이라며 그의 진의는 자신과 테슬라, 스타링크 홍보에 있음을 꼬집었다.

그나마 현지를 찾았던 머스크는 정작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사이버트럭 제공엔 입을 닫았다. 소방관들이 “엄청난 양의 진화용 물을 수송하는 대형 트럭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지만, “말리부 해변에 가면 무한정 바닷물이 있지 않느냐”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따.

현지의 케이블방송 ‘WGN9’은 또 “제한된 인터넷 접속과 함께, 바나나 몇 개를 제공하기 위해 며칠 동안 일시적으로 주차장으로 차를 옮겼다면, 누가 그것을 차량 ‘기부’라고 표현할까”라고 반문하며, “이 참에 머스크는 현장에 갖다 놓은 사이버트럭을 곧 누군가에게 팔아먹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처럼 진정성이 결여된 ‘가짜 선행’을 두고 다시금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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