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일주일 앞두고 가장 큰 ‘이슈의 인물’로 등장
美 예산 3분의1 삭감, 연방공무원 75% 감원 등 주장
일부 주장 철회 불구, ‘사실상 미 정부 2인자’ 평가까지
실리콘 밸리 실력자들도 대거 참여, ‘트럼프 진영에 숟가락’

머스크와 트럼프를 패러디한 이미지. (사진=아이스톡)
머스크와 트럼프를 패러디한 이미지. (사진=아이스톡)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일개 민간인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정부의 예산과 조직을 좌지우지한다? 곧 출범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와 X, 테슬라의 오너이자 세계 최대 갑부인 일론 머스크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이른바 DOGE(Delivering Outstanding Government Efficiency), 즉 ‘정부 효율성부’라는 애매한 이름의 조직 수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예산을 지원받는 미 연방정부 공식 부처는 아니며, 일단은 ‘봉사’ 차원에서 정부의 효율성을 돕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강력한 트럼프의 후광에 힘입어 이 조직은 그 어떤 연방정부 기관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수장을 맡되, 인도 출신 기업가이자 지난 대선의 공화당 경선에도 나섰던 정치인인 비벤 라마스와미와 함께 이끌어갈 예정이다.

부서 명칭 ‘DOGE’…자신이 만든 밈코인과 같아

문제는 미 헌법이나 법률에도 근거가 미약한 이 조직의 역할이다. 머스크는 이미 “정부 예산 6조달러의 3분의 1(2조 달러)을 줄일 것”이라고 했고, 라마스와미는 “연방정부 공무원의 75%를 감원할 것”이라며 특히 FBI와 교육부 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일단 두 사람은 일단 ‘없던 얘기’로 되돌리긴 했지만, ‘기고만장’한 머스크 등의 위세는 갈수록 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대중의 여론은 좋지않다. 머스크가 비록 실리콘밸리와 IT산업 분야의 거물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일개 민간인인 그가 이처럼 ‘전횡’을 부려도 되느냐는 비판이 끊이지않고 있다. DOGE(정부 효율성부)라는 명칭부터가 일각에선 조롱꺼리가 되고 있다.

애초 머스크가 농담삼아 제시한 암호화폐 ‘도지코인’과 철자가 똑같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 급등에 힘입어 최근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폭등을 거듭했다. 시사매체 엑시오스는 이에 “처음 머스크의 ‘헛소리’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젠 세계 10대 암호화폐로 부상한 것”이라며 “게다가 이젠 머스크가 ‘D.O.G.E’라는 정부 기관의 공동 책임자로 임명되어 한 나라의 중대한 결정을 맡는 ‘약어’가 되면서 개그가 다큐로 변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애초 트럼프는 이 조직을 머스크와 함께 구상하면서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낭비적인 지출을 줄이며, 연방 기관을 재구조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 조직의 세부적인 ‘정체’가 모호하긴 하다. 그러나 이미 전문가들과 언론 매체들은 나름대로 근거있는 소식통을 인용, 그 역할과 프로젝트를 소상히 전하고 있다.

트럼프 업고 자신의 ‘극우적 철학’ 관철?

도지는 지난 8월 미국 대선 국면이 치열해진 가운데, 트럼프 진영과 우파에 적극 가세한 머스크가 처음으로 X에 트윗한 것이 시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개그’ 수준이었다. 그로 인해 머스크가 만든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나름의 시세 조작술로 여겨진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맞받은 트럼프가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DOGE’라는 연방 조직이 필요하다”며 머스크에게 그 책임을 맡길 것이라고 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는 이 조직의 활동이 적어도 “2026년 7월 4일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 날은 미국 독립 선언 250주년이 되는 시점이다. 물론 DOGE가 공식적인 미국 정부 부서는 아니다. 더욱이 새로운 연방 정부 부서를 만들려면 의회가 이를 승인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 예산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뉴욕타임스’ 등은 “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를 지지한다고 해도, 이 조직이 미국 정부 기관 예산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이 조직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트럼프에 따르면 DOGE의 임무는 “정부 규제와 지출을 줄이는 것에 대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는 보고서를 발행하여 미국 정부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앞서 그는 선거 유세에서 “여러 유권자들의 돈이 낭비되고 있으며, 정부 효율성부가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머스크도 작년 10월 뉴욕 의 트럼프 유세장에 참가 “(많은 세금을 물리는) 정부를 당신 등에서 내려놓고, 당신 주머니에서 빼낼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정부효율성부(DOGE)와 암호화폐 밈 코인 'DOGE'를 서로 빗댄 이미지. (출처=줌마 프레스)
정부효율성부(DOGE)와 암호화폐 밈 코인 'DOGE'를 서로 빗댄 이미지. (출처=줌마 프레스)

‘공식 조직 아니지만, 여론 업고 워싱턴 정가와 정부 장악’

문제는 이같은 레토릭이 일반 대중에게 먹힌다는 점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감세와 예산 감축을 ‘선동’하고 여론몰이에 나설 경우, 어쩔 수 없이 의회도 이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이는 트럼프가 외치는 ‘미국을 다시 살리자(Save America!)’란 구호의 중요한 실천 방안이기도 하다.

그런 여론몰이를 수단으로 ‘DOGE’는 예산 절감을 위한 보고서를 의회와 언론 등에 들이민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관련법안을 기필코 통과시켜 ‘초슬림화’된 정부를 만든다는게 목표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또한 트럼프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이에 트럼프는 의회를 우회하고 ‘DOGE’의 제안 사항을 실행토록 하는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워싱텅 정가에선 처음엔 “DOGE가 과연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파격적인 예산 삭감 조치가 의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말, 공화당 의원들은 DOGE 지침을 의회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DOGE 코커스’를 결성하며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이 조직은 어떤 방식으로 운용될까.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해당 조직의 공식 게시물에서 일단은 “매력적이지 않은 예산 절감 작업을 위해 주당 80시간 이상 일할 의향이 있는 초고도의 지능을 갖춘 소규모 정부 내 혁명가”로 구성될 것이라고 했다. 내막은 어떨지언정, 일단은 무급 자원봉사란 얘기다

또 “거대 벤처 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비츠의 CEO 마크 안드레센도 인재 모집이나 자금 지원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하기도 했다. 또한 실리콘 밸리의 다른 주요 인사들도 동참, “연방 직원들과 정책 실행에 대한 데이터 수집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유력 인사들도 동참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또한 유명 IT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의 공동 창립자인 조 론즈데일과 헤지 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등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해 조직의 외연과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머스크와 라마스와미가 겨냥한 목표 과제다. 이미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이들은 이 런 과제에 대해 삼자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연방정부 예산의 3분의 1인 2조달러 감축, 연방 정부 공무원의 최대 75%를 감원한다는 얘기 등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 머스크는 그런 삭감과 감원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의회에서 반발하는 기류가 심상찮은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는 X에서 진행된 영항 인터뷰에서 “비록 그런 방안이 ‘최상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이를 철회하는) 대신 1조 달러 규모의 삭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다만 수많은 연방 정부 공무원들과 특히 교육부, 연방수사국(FBI) 등과 같은 여러 미국 기관의 인력을 해고하는 계획은 변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DOGE라는 조직을 통한 이들의 이런 목표가 달성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그 결과에 따라선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어서, 트럼프 공식 취임을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가장 예민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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