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AI 반도체 전략, 새로운 전환점
글로벌 기술 불균형 우려 확산도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종료 직전에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규제는 주로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는 한편, 동맹국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공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AI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고급 반도체의 수출에 제약을 두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변동성을 예고하고 있다.
동맹국 제외한 국가에 큰 영향 미쳐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한 AI 반도체의 수출을 동맹국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허용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에 대해서는 사실상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국가들도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제한된 수량의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생산국은 예외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10일(미국시간) 세계 국가들을 3개 등급으로 나누어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규제와 마찬가지로 이는 미국 수출관리규정(EAR,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에 근거한 조치다. 1등급 국가에는 한국, 대만, 영국 등 18개 동맹국이 포함되며, 이들 국가에는 추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핵심은 2등급 국가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별로 수출할 수 있는 총 컴퓨터 연산력 상한을 설정하고 있으며, 2025~2027년 동안 GPU(Graphics Processing Unit) 5만 개로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등급으로 분류되는 적대국인 중국, 러시아 등 20여 개국에는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적용된다.
국내 반도체 산업, 기회와 도전 동시에 맞이할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의 과거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러한 전례를 바탕으로 이번 규제에서도 일부 예외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규제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 혁신을 촉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를 통해 반도체 기술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GPU를 제조하는 엔비디아, AMD,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맞물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와 불균형 우려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동맹국과 적대국 간 기술 격차를 확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술 생태계 내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AI 기술 발전을 일시적으로 저해할 수 있으며, 새로운 경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의 반도체 산업 자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들이 자국의 첨단 기술에 접근하는 경로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에서의 우회 경로를 봉쇄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규제의 핵심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Verified End User) 규정을 활용해 사전 승인된 기업에만 반도체를 수출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기술 협력이 중요한 시점에 있으며, AI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규제가 국내 기업들에게는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 변화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