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장비업체 ASML “中, EUV 아닌 구식 DUV 리소그래피 기술뿐”
5나노 불가, ‘SMC, 화웨이 등 7나노 상용화 머물러’
자급 위한 R&D 박차 불구, “선진국도 끊임없이 차세대 기술로 전환”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중국도 나름의 반도체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막대한 국가적 지원하에 R&D에 주력함으로써 조만간 한국과 대만, 미국 등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산업은 다른 선진국보다 10~15년 가량 뒤처졌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조만간 반도체 선진국 추격? “어려울 것”
ASML은 최근까지 중국과도 긴밀한 거래를 이어온 바 있다. 그런 만큼 이 회사의 관측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신뢰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미·중 갈등이 더욱 심해진 2020년경부터 중국의 기술 관련 산업은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고, 얼마 안가 반도체 선진국들을 따라잡거나 압도하기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한국, 미국 등으로선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중국이 반도체 자급을 빨리 달성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에 대해 ASML의 CEO 크리스토프 푸케는 “중국의 칩 산업은 10~15년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일축했다.
그에 따르면 최첨단의 5nm 미만의 실리콘 노드에는 최신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툴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 칩 제조업체는 여전히 DUV(심자외선) 리소그래피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앞서 ASML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로서 중국에도 대규모 물량을 공급해왔다. 그 때문에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의 가장 큰 대상이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ASML 물량에 제한을 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도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이런 대중 추가 제재에 동의했다. 그 바람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존의 칩 제조 장비를 교체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열악하고 노후화된 장비뿐이어서, 한물간 조악한 칩을 생산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美, ASML의 EUV 대중 수출 원천봉쇄
ASML CEO 푸케는 이에 “중국에선 EUV(극자외선) 시스템이 부족해서 서방 반도체 선진국들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EUV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중국은 서방보다 10~15년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네덜란드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이같이 평가하며, 최근까지 ASML은 ‘Twinscan NXT:2000i’와 같은 DUV 시스템만을 판매할 수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당시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인 SMIC는 이러한 장치를 나름대로 변형, 7nm 칩을 생산했다. 일각에선 심지어 5nm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와 미국 등을 긴장하게 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게 푸케의 주장이다. 판매 물량만으로 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상에 도전하고 있는 화웨이도 금년 들어 ‘메이트 70’(Mate 70)과 같은 최첨단 기기를 출시하긴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성능에 한계가 있는 SMIC 자체 7nm 칩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다고 ASML이 중국에 첨단 장비를 공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워싱턴 정가에서 자사 제품의 대중 수출 제한을 완화시키는데 조력을 받을 만한 로비스트나, 정치적 우군도 없다. ASML로선 눈물을 머금고 중국에 대한 장비 수출, 특히 EUV 시스템을 수출할 가능성을 원천봉쇄된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EUV 기술을 스스로 개발, 자급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곤 있으나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과연 EUV 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 있을까. 이에 ASML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한다. ASML 스스로도 EUV 리소그래피를 구동하는 기술을 완성하는데 20년이 걸렸다. 그 중 일부는 현재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현재 반도체 선진국의 EUV 역량을 따라잡으려면 10~1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中, EUV개발해도 선진국들 ‘High-NA EUV 리소그래피’로 전환
그러나 중국이 어렵사리 EUV 기술을 개발, 적용할 때쯤이면 이미 한참 뒤처진 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 무렵이면 이미 ASML은 최첨단의 ‘High-NA EUV 리소그래피’로 완전히 전환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DUV 사용마저 경계하고 있다. ASML과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에서 DUV 기계조차 수리나 유지 관리를 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며,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ASML은 유지, 보수 정도는 해야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 측과 입장이 갈리고 있다.
ASML로선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면 SMIC 등 중국 업체들은 ASML 기술을 다른 방식으로 응용, 자체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이 10~15년 안에 자체 DUV 도구를 만들기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였다. ASML은 “그렇게 되면 중국 내 칩 생산이 늘어나고, 중국 파운드리가 주요 서방 기업들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10~15년 뒤처진 상태에서 향후 그런 속도로 반도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