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의 ‘데이터 덤핑장’ 비판, 국가 전력량 부족 사태‘

아일랜드 인공위성 사진. (사진=픽사베이)
아일랜드 인공위성 사진. (사진=픽사베이)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아일랜드는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 수많은 대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나라다. 작은 이 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데이터센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 등은 빅데크를 위한 ‘데이터 덤핑장’(data dumping ground)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런 현상은 AI가 발달할수록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시민단체 ‘지구의 벗들’(Friends of the Earth)의 의뢰로 한 대학은 이에 관한 실태를 조사,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우선 세금 부담이 적다보니 진작부터 글로벌 빅테크들이 아일랜드에 집중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왔다.

특히 AI의 부상으로 고성능 데이터 센터가 늘어나고, 그에 맞는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날로 많은 에너지가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가트너는 그로 인해 현지 데이터센터의 40%가 전력 가용성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문제는 결국 AWS와 구글을 포함, 거대 AI 개발을 위해 핵 에너지로 전환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의 전기 수요는 2015년 이후 매년 23%씩 증가한 반면 다른 산업의 경우 0.5% 미만이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또한 아일랜드의 데이터 센터가 국가 전체 전력량의 5분의 1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일랜드 중앙 통계청이 이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은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2015년에 비해 무려 400% 증가했다. 당시 2022년까지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량의 18%를 소모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는 현재 20%와 거의 흡사한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출처=더 버지)
데이터센터. (출처=더 버지)

앞서 ‘지구의 벗들’은 데이터센터가 날로 늘어나다보니, 아일랜드가 기후 행동 계획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7년에서 2023년 사이에 아일랜드에서 생성된 모든 풍력은 데이터 센터 에너지 성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러나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화석에너지가 재생 에너지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데이터 센터들은 가스 발전을 구축하고, 가스 그리드에 직접 연결하는 등 더 많은 전력을 얻기 위해 천연 가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데이터 센터들이 태양광 발전으로부터 전기를 대거 조달하다보니, 일반 가정에선 석유, 이탄 및 석탄 등 화석발전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늘어나고 있다. 이에 “아일랜드는 아마존이나 메타와 같은 기업의 ‘데이터 덤핑’ 장소가 되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비판이 높다. 데이터 센터가 현재 아일랜드의 제한된 청정 에너지를 몽땅 흡수하는 등 국가 에너지 시스템에 엄청난 불평등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지금 아일랜드의 데이터 센터를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더 이상 아일랜드에서 데이터센터는 ‘선의의 파워’가 아니다”는 지적도 많다. ‘지구의 벗’ 단체는 “정부가 전력망 정책에서 데이터 센터의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나아가서 아일랜드 환경 및 기업 장관들은 내각 회의에서 “탄소 중립 에너지 공급원이 없는 모든 미래 데이터 센터를 아일랜드에선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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