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계 데이터센터, 일본 전체 전력량 맞먹을 듯
美버지니아, 아일랜드, 동남아 일부 등 “‘블랙아웃’ 일상화”
합성 데이터나, 멀티모달 학습 등 증가할수록 더욱 심각
“에너지효율성 등 대책 없으면, AI 발전도 정체” 경고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에너지 먹는 하마’로 불리기까지 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생성AI 붐을 맞아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에너지 문제는 또 다른 세계적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조사에 의하면 향후 10년이면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인해 그 한계가 드러날 것이란 우려다. 특히 에너지 관리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최근 “데이터 센터 전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역 에너지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10년 동안 AI의 전기 소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 이같인 그 결과를 밝혔다. 특히 에너진 관리 전문업체로서 ‘시스템 역학 모델링’을 사용, 미래의 AI 전기 수요에 대한 시나리오를 예측했다.
시장조사기관들 잇따라 ‘에너지 위기’ 경고
이미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에너지 소모로 인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이번 조사 결과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더욱 문제는 AI 가동에 들어가는 전기는 또 다른 광범위한 사회적 인프라 내지 산업시설들과 연결되어있다는 점이다. 만약 전력 부족 현상 등이 생기거나,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공급망이 중단되는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가트너 등 통계에 의하면 데이터 센터의 전기 사용량은 현재 전 세계 전기 수요의 0.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2022년에서 2026년 사이에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수요와 관련된 전기 소비량이 2배 이상 증가, 2026년에는 1,000TWh 이상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일본의 전체 전기 소비량과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것이란 점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만큼 전력이 지역별로 고르게 분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데이터센터의 80%가 15개 주에 집중되어있다. 그 중 버지니아 북부는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데이터센터 앨리’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 전기의 약 25%를 소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AI가 발달할수록 50%까지 증가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또 다른 IEA 연구에 따르면, 이 나라의 경우 데이터 센터는 2026년까지 국가 전체 전기의 최대 32%를 소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3년 모든 도시와 주택의 전기 소비량을 합한 규모를 초과할 전망이다.
그 결과 AI개발과 확장은 제한될 수도 있다. 앞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지속 가능성 연구소’ 소장인 레미 파쿠와, 트벤테 대학교의 준교수인 폰스 와이노벤 교수는 향후 10년 동안 AI 전기 소비에 대한 ‘네 가지 잠재적 시나리오’를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이로 인한 AI 추론 기능의 분배와 에너지 문제 측면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10년 간 예측되는 시나리오들
첫 번째 시나리오는 AI가 주도하는 에너지 효율성과 리소스 최적화의 발전으로 데이터 센터 운영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또 AI와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 간에 공생적 순환이 나타난다. AI는 또한 재생 에너지 공급, 수요 측 전기화, 그리드 관리를 통해 시스템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이는 다시 지속 가능한 AI 개발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 결과 “생성AI 추론이 지배적인 전기 소비자로 부상하지만, 기존 AI는 탈탄소화 노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생성AI 훈련은 에너지 절약적인 모델을 사용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에너지 소모로 인해 AI 발전이 지체되거나 멈추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데이터 부족이나, 재료와 광물 부족, 연산 리소스의 한계, 규제 제한 등이 이유이긴 하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전기 등 과다한 에너지 소모다. 이는 결국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전기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제각기 다른 규제와 지역적 정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데이터 부족을 메꾸기 위한 합성 데이터나, 멀티모달 학습 등이 늘어날수록 AI 훈련과 관련된 해당 지역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특히 많은 데이터와 전력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역에서 AI 개발이 집중될 수 있다. 그럴 경우 해당 지역의 에너지 문제는 날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AI의 효율성이 날로 높아질수록 에너지 소비는 더욱 늘어난다. 결국 이같은 ‘AI 붐’에 의한 막대한 에너지 소비는 일종의 ‘AI 에너지 위기’를 초래하고, 그로 인해 다른 산업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는 대형 에너지 위기를 가져올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앞서 슈나이더 일렉트릭 보고서는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에너지 소비의 연평균 성장률(CAGR)이 엄청난 수준에 도달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연 25%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는 특정한 지역의 에너지 수급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가 밀집하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지역은 날로 규제도 심해지고, 정전에 의한 블랙아웃이 일상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