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군사용 中칩 제조업체 CXMT 등 상당수 제재 대상 제외
CXMT 등과 거래 韓 칩 장비업체, “단기적으론 반사이익”

미국의 대중제재에서 빠진 중국 메모리칩 제조업체 CXMT의 제품 이미지. (출처=CXMT)
미국의 대중제재에서 빠진 중국 메모리칩 제조업체 CXMT의 제품 이미지. (출처=CXMT)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와중에 메모리칩 구성 요소를 생산하는 중국의 대표적 제조업체인 창진 메모리(ChangXin Memory Technologies, CXMT)가 제재 목록에서 빠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회사에 칩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한국의 주성엔지니어링 등 해당 업계는 오히려 주가가 반등하는 등 반사 이익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CXMT가 제외된 배경에 대해선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추측하기론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제재의 기준으로 삼은 ‘군사 목적’ 여부다. 즉, 미국 반도체 기술이나 이를 기반으로 한 장비가 중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즉 중국의 군사적 응용 프로그램을 위한 AI를 발전시키거나,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칩에 대한 접근 또는 생산 능력을 제한한다는 목적이다.

CXMT의 경우는 이런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아 제재 목록에서 빠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나 미국의 마이크론 등 대기업과는 달리, CXMT에 장비를 공급하는 일부 한국 기업의 주가는 미국의 대중 제재 발표 직후부터 강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유영호 애널리스트는 “(CXMT가 제외된) 이번 사례는 한국의 칩 산업 부문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가져다주었다”면서 “중국으로부터 거둔 수익이 당장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XMT 공급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대중제재 발표 다음 날 오전 거래에서 7.7% 상승했다. 이는 대중 제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전 거래일에 7% 가까이 하락한 이후의 일이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또 다른 한국 칩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코퍼레이션도 올해 상반기에 총 매출의 약 15%를 CXMT에서 얻었다. 올 들어 지금까지만 CXMT와 약 90억 원(641만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 역시 대중 제재 발표 다음 날 오전 거래에서 전 거래일 대비 7%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발표 이후 지금까지 주가는 1.4% 상승했다.

국내 칩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 미래코퍼레이션 등 일부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자사의 납품업체인 중국의 칩 제조업체 CXMT가 미국의 대중 제재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주가가 상승하는 등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사진=주성엔지니어링)
국내 칩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 미래코퍼레이션 등 일부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자사의 납품업체인 중국의 칩 제조업체 CXMT가 미국의 대중 제재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주가가 상승하는 등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사진=주성엔지니어링)

CXMT와는 달리,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테스트 시스템 공급업체인 ‘Beijing Huafeng Test & Control Technology’ 등과 같은 회사들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매체인 ‘21세기 비즈니스 헤럴드’에 따르면 이들 기업도 이미 대중제재에 대비, 공급망을 완전히 현지화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중국 당국은 백악관의 조치를 “경제적 강압”이라며 반발하지만, 사실상 칩 제조 주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 반도체 산업은 제조에 외국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 현지 애널시스트들은 대중제재로 인해 내년 중국 칩 산업의 자본 지출이 100억 달러, 즉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350억 달러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분석가들은 중국 칩 회사들이 작년부터 네덜란드 리소그래피 기계 제조업체인 ASML과 미국 공구 제조업체인 Lam Research 등과 같은 외국산 장비 구매를 늘렸기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 제재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더욱이 앞서 CXMT처럼 비군사용으로 분류된 칩 관련업체들의 경우 오히려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론 이들과 연계된 한국 장비업체들도 틈새 이익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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