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성능 좌우 ‘에너지밀도 높여’, 친환경·저비용 수계 공정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이차전지의 에너지밀도는 제품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이차전지의 에너지밀도는 전지가 적용된 기기의 사용 시간과 설치 공간 등에 큰 영향을 미쳐, 이차전지의 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다.
최근 이차전지의 에너지밀도를 약 20% 향상시킬 수 있는 셀 설계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를 경량화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이차전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11일 “집전체를 제거한 새로운 이차전지 셀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집전체 제거로 이차전지의 무게를 줄이고, 이를 통해 무게 대비 성능인 에너지밀도를 안정적으로 개선,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차전지에서 집전체를 완전히 배제하는 새로운 설계 방식을 고안하고 이를 검증한 것이다.
집전체는 이차전지가 충·방전될 때 음극과 양극에서 전기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집전체의 높은 밀도는 전지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집전체의 두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에 집전체 없이 분리막 위에 전극을 직접 도포하는 혁신적인 전극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 친환경적이고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수계 공정을 적용, 해당 설계의 적용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나아가, 물에 젖는 정도(Wettability)가 낮은 분리막 위에 전극을 균일하게 도포하기 위해 수계 공정에서 폴리비닐알코올(polyvinyl alcohol) 고분자 바인더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그 과정에서 고려대학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 고분자가 계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검증했다. 또한, 새롭게 제시된 전극 구조는 기존과 달리 전해질이 원활하게 통과할 수 있어, 신규 전극을 다층으로 적층한 새로운 형태의 전지 설계가 가능해졌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기존 이차전지 대비 에너지밀도가 약 20% 개선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새로 개발된 전극 설계는 분리막의 안전성을 개선하고 전극의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며, 전극 내 전기화학 반응 분석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장점도 확인되었다.
이차전지는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무인 항공기 등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의 에너지밀도를 개선하기 위해 소재 단위에서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광물 매장지역의 불균일성, 특정 원소의 희소성, 자원 수급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 등의 요인이 큰 장애물이었다. 그 때문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밀도가 개선된 이차전지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ETRI 연구진은 소재 의존성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밀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주영 선임연구원은 “이차전지의 에너지밀도 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일종의 전지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라며 “특히 이번 연구는 ETRI 신진연구자의 지원·발굴을 위한 차세대주역 신진연구사업을 통해 이뤄져 더욱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이번 연구개발의 결과를 보다 확장하여 에너지밀도가 더욱 개선된 이차전지를 구현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에너지밀도와 고출력이 동시에 가능한 전극 설계 등 연구를 지속 수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