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질문에 대부분 ‘말조심’, ‘그록’만 분명하게 ‘트럼프’ 답변
“일부 매체 프롬프트 자체가 문제” 지적도, 그럼에도 AI챗봇 편향성 논란
‘그록’의 일부 답변 ‘가짜’·‘환각’ 단정, “실제 개표 결과와 일치”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미 대선 국면에서 특히 AI챗봇을 통해 판세를 전망해보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AI챗봇들은 뚜렷한 답변을 꺼리며 ‘몸조심’을 하는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불구, 일부 AI챗봇은 특정 후보에 대한 편향성 등이 문제가 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애플경제>도 최근 생성AI 기반의 주요 AI 챗봇을 통해 미국 대선 결과를 짐작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이들은 승부를 명확히 예단하기보단,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선 투표가 마감되기 직전까지도 주요 AI 챗봇 대부분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았따. X(이전 Twitter)에 내장된 챗봇인 그록(Grok)은 다른 챗봇들과는 달리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가 하면, 종종 실수를 하기도 했다.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니, 앤트로픽 클로드 등과는 달리 그록은 답변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환각에 노출시켰다. 5일(현지시각) 일부 언론매체가 투표 직전 “주요 접전 주에서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물었을 때 그록은 “트럼프”라고 대답했다. 해당 주에서 투표 집계와 최종 결과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를 두고 질문을 한 ‘테크크런치’는 “가짜 내지 환각”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테크크런치가 문제삼은 그록의 대답은 사실상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이어서, 그냥 ‘환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그록은 “웹 검색과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가 오하이오에서 2024년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했다.
기술매체 테크크런치 ‘과거형 질문’ 등 프롬프트가 문제
다만 테크크런치가 “누가 이겼는가”라고 과거형으로 질문한 자체가 ‘오류’라는 비판을 살만하다. 또 테크크런치는 “‘그록’은 또한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겼다고 거짓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역시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 ‘이겼는가’라는 과거형으로 질문한데다, 실제 개표 결과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트럼프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테크크런치가 오히려 선입견을 갖고 AI챗봇을 대한 셈이다.
선거 관련 질문에 대해 ‘그록’은 일단 사용자들에게 선거전문사이트 ‘Vote.gov’에서 최신 결과를 확인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권위 있는 출처’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답변을 거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테크크런치의 질문에 ‘그록’은 여러 차례 맥락 없이 “도널드 트럼프가 오하이오에서 2024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했고, 이에 재차 근거를 묻자 “사용 가능한 정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가 오하이오에서 202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단언해 비판의 소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잘못된 정보의 출처는 다른 선거 연도의 트윗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출처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를 아예 ‘잘못된 가짜 정보’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모든 생성 AI와 마찬가지로 Grok은 접전 선거를 포함하여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시나리오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과거 선거 결과가 반드시 미래 선거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록’의 예측은 실제 개표 결과와 일치함으로써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그럼에도 AI챗봇의 한계는 이 참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록’은 어떤 질문엔 ‘트럼프가 “오하이오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이때는 투표가 진행 중이었다. 질문의 방식이 그런 차이를 만든 것이다. 다시 “2024년 오하이오 선거에서 누가 이겼나”라는 질문에서 ‘선거’ 앞에 ‘대통령’을 추가하면 “트럼프가 이겼다”는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낮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6일 개표 결과 오히려 테크크런치의 판단이 틀린 셈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선거 상황엔 ‘AI챗봇’들 부정확
이에 비해 다른 주요 챗봇은 선거 결과에 대한 질문에 무척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오픈AI는 최근 출시한 ‘챗GPT Search’에서 결과에 대해 묻는 사용자를 AP통신이나 로이터통신으로 연결시키곤 했다. 5일 이번 대선을 겨냥해 ‘선거 추적기’를 출시한 메타의 경우 메타AI 챗봇과 AI 기반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는 투표가 실시된 후 선거 관련 질문에 답했다. 그러나 이들은 신중하면서도 모두 트럼프가 “오하이오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결과적으로 ‘오답’인 셈이다.
한편 ‘그록’은 최근 선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는 비난을 공개적으로 받았다. 친 트럼프 성향의 일론 머스크가 오너인 X에 적용된 AI챗봇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그록’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미국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가 일부 미국 대선 투표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잘못 답변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그록’은 해리스의 자격에 대한 질문에 “9개 주에서 후보 등록 마감일이 지났다”는 엉뚱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등록 마감일은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록’의 잘못된 정보는 널리 퍼져서 수정되기 전까지 X와 그 외 지역의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