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정책, 당선자 따라 달라, 해리스 ‘규제’, 트럼프 ‘민간 주도 진흥’
둘 다 암호화폐엔 호의적, “특히 트럼프 당선시, 암호화폐 시장 ‘봄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AI와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관심사다. 사진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전기박람회로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AI와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관심사다. 사진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전기박람회로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5일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무엇보다 세계 디지털산업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AI 규제와 진흥 정책,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에 대한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AI 정책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에 암호화폐의 경우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좀더 친화적인 모습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특이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어느 정도 인공지능과 관련을 맺었던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형성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트럼프 역시 AI와 관련된 행정 명령에 서명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이들의 과거의 행적과 발언을 보면 두 가지 분명히 다른 접근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카말라 해리스는 소비자 보호와 남용에 대한 보호 장치 구축을 AI 정책의 초석으로 삼았고, 도널드 트럼프는 규제 완화에 집중했다.

해리스, 바이든 행정부 AI정책 이어받을 것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AI정책을 대체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초에 규제 위주의 AI 정책 토대를 마련하기 시작, 2023년 후반 본격화되었다. 그 전면에 해리스가 있었다. 그는 특히 런던 ‘글로벌 AI 서밋’에 참석,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AI 알고리즘으로 인해 노인들이 의료 보험에서 제외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AI의 크고 작은 결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에는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며 신뢰할 수 있는 인공 지능 개발 및 사용’에 대한 행정 명령이 발표되었다. 이 명령은 대체로 AI가 일으킬 각종 문제점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AI 시스템에 대한 표준화된 평가 작성’, ‘근로자 보호’, ‘소비자 개인 정보 보호’, ‘내재적 편견 퇴치’ 등에 초점을 맞춘 8가지 지침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AI 생성 콘텐츠를 식별하고 레이블을 지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성적 학대와 딥페이크 포르노를 묘사하는 이미지 생성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장치를 구축”하는 규정이 포함되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그 과정에서 해리스는 애플, 아마존, 앤트로픽, 구글, 인펙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코히어, IBM, 엔비디아, Palantir, 세일즈포스, 스케일 AI, 스태빌리티, 오픈AI 등이 “이같은 행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약속”하게 했다. 또한 31개국에서 ‘밀리터리AI에 관한 책임 있는 생성 및 사용에 관한 선언’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 했다. 다만 해당 목록에는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 많은 국가가 빠져 있다.

다만 선거 운동 기간, 해리스는 월가 모금 행사에서 “우리는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AI와 디지털 자산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장려할 것”이라고 진흥책도 언급했다. 그러나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술매체 엔가젯은 “물론 해리스는 실리콘 밸리와 강력한 인연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AI산업을 얼마나 규제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대부분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개발과 진흥보다는) 소비자와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고 요약했다.

트럼프, ‘헤리티지’ 등 보수적 싱크탱크 영향도

트럼프는 AI와 관련하여 행정 명령에 서명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러나 AI에 관해 그가 공개적으로 한 발언은 많지 않다. 그는 2019년 2월에 최초의 국가 AI 연구 기관을 설립하고 AI 연구 자금을 2배로 늘렸다. 이와 동시에 광범위한 규제 지침도 제시했다. 또한 정부 전체에서 연구와 정책을 조정하는 중심 허브 역할을 할 ‘American AI Initiative’를 만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 명령과 우방국들이 이에 맞춰 제시한 정책은 ‘민간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고 정부 감독을 제한하는 데 더 중점을 둔 것이다. 이에 지난 7월에는 바이든의 2023년 10월 행정 명령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AI 혁신을 방해하고 이 기술 개발에 급진적 좌익 사상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언론의 자유와 인간의 번영에 뿌리를 둔” AI 개발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 플랫폼과 트럼프는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진영의 ‘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와, 그에게 우호적인 헤리티니 재단이 최근 두 번째 대통령 임기 동안 트럼프가 해야할 AI정책이라며 제시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America First’는 올해 초 ‘밀리터리AI’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규제를 완화할 것을 촉구하는 문서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의 AI기술을 평가하고, 보안을 책임지고 주도하는 기관의 설립을 요구했다. 이는 이러한 노력과 책임을 연방 정부의 손에 맡긴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 명령과는 대조적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Project 2025(PDF)’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트럼프는 이와는 다소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어 주목된다. 재단은 922페이지 분량의 이 책에서 AI에 대한 담론의 초점을 중국에 두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에 대응하고,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특히 대학 캠퍼스에서 미국 이익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정보 수집과 분석에서도 AI와 머신 러닝 사용을 늘리는 동시에,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해 민간 부문에 더 많이 의존할 것을 요구한다.

가장 큰 관건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나 헤리티지 재단의 ‘Project 2025’ 제안을 얼마나 채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그의 공식 플랫폼은 ‘Project 2025’의 많은 정책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누가 되든 암호화폐 시장 ‘기지개’ 예상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선, 백악관을 누가 차지하든 전보다는 더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트럼프는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해리스 부통령 역시 바이든보다는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리스는 아직 암호화폐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디지털 자산 혁신을 촉진하고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는 있다.

실제로 이는 외신들도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로이터통신, 테크크런치 등 대부분의 언론들이 그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Bitwise와 Canary Capital 등 암호화폐 자산 관리업체들은 지금보다 더 우호적인 행정부가 들어설 것을 확신하면서 이미 새로운 제품을 계획하고 있다. 또 리플(Ripple)을 포함한 업계는 새로 출발할 차기 의회에서 암호화폐 입법이 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회사 ‘Polygon Labs’ 역시 “누가 이기든 암호화폐를 추진하는 방식에 새로운 접근 방식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 모습. (사진=블룸버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 모습. (사진=블룸버그)

특히 로이터통신은 “해리스의 대리인이자 암호화폐 애호가인 억만장자 기업가 마크 쿠반은 또한 바이든이 임명한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게리 겐슬러의 암호화폐 규제에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쿠반은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해리스 행정부 하에서는 확실히 더 우호적일 것”이라며 “암호화폐 사용자를 보호하겠다는 그녀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겐슬러와 미 SEC는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관련기업들을 상대로 수십 건의 집행 조치를 취했으며, 미국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2026년에 임기가 끝나는 겐슬러는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트럼프는 “겐슬러를 해고하겠다”고 했지만, 해리스는 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암호화폐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여러 거대 암호화폐 기부자들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리플 회장인 크리스 라센 등 또다른 업계 거물들도 해리스에게 기부했다. 두 사람 모두 암호화폐에 호의적이거나, 적어도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란 판단에서 양 진영에 대한 기부가 이어진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 걸림돌 ‘‘SAB 121’ 지침 폐기 가능성

특히 암호화폐 규제의 대명사격인 ‘SAB 121’ 연방정부 지침이 문제다. 이는 엄격한 자본 규칙에 따라 은행은 부채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기관 대부분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이에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출 기관에 암호화폐를 보관할 수 있다면 암호화폐가 더 인기를 끌 것”이라는게 업계의 기대다. 미 의회는 지난 5월에 양당 합의로 ‘SAB 121’ 조항을 철폐하도록 했지만,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되었다.

그러나 최근 양당이 모두 이 조항을 지지한데다, 두 후보의 암호화폐 친화적이거나 유연한 태도로 미뤄 ‘SAB 121’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획기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지난 8월에 ‘State Street’ 은행이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SEC도 결국 해당 지침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이미 이를 기정사실화하면, 암호화폐 시장의 ‘진정한 해빙’을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SEC 역시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일부 회사에는 SAB 121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또 BNY은행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보유해도 이를 부채로 간주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이의 없음’ 입장을 내보냈다. 심지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겐슬러도 “다른 은행들도 이런 모델을 모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디지털 자산이 긍정적인 경제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 BNY의 (SEC)승인은 정치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암호화폐 ‘봄날’을 예고하기도 한다.

Bitwise 측도 “누가 승리하든, 암호 시장은 새해에 새로운 행정부에서 더 유리한 규제 환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나리아 캐피탈 역시 “진보적인 규제 완화의 징후를 계속 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비트코인과 이더를 넘어 이미 전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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