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사람’ 인사담당자 대신 AI 도입, 구직자 면접과 평가
구직자들도 AI도구로 대응, “기계로 나를 평가?” 분노하기도
‘AI는 인간의 도구 불과’ 경고 불구, 채용시장 AI도입 가속화

AI 인사담당자가 구직자 면접을 보고 있는 상상도. (사진=딥크립트)
AI 인사담당자가 구직자 면접을 보고 있는 상상도. (사진=딥크립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기업체와 구직자가 서로 AI아바타를 내세우면서, 구인구직 시장에 이른바 ‘AI결투’가 벌어지고 있다. 기업체들이 인사 담당자 대신에 ‘AI 아바’를 통해 구직자를 선별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비롯된 일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선 이런 풍경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체가 인사 담당자 대신 AI아바타를 내세운 것은 “인사와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란 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인간 인사관리자를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 속에서 구직자들 또한 AI 도구를 적극 활용해 면접이나 채용시험에 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AI아바타에 맞선 AI 기반의 서식이나 온라인 대화가 맞부딪히며, 마치 AI도구에 의한 ‘결투’의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AI채용에 대한 의구심, 불만도 커

그 바탕엔 AI아바타를 내세워 자신들을 ‘기계’로 검증하려드는 기업 행태에 대한 구직자들의 ‘분노’가 깔려있다. 기업들이 AI 아바타를 내세우자, 이에 화가 난 구직자들 역시 AI를 이용하며 인터뷰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를 두고 기술매체 딥크립트는 “현대 사회의 채용방식이 하이테크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비꼬았다.

소비자와 시장 분석회사인 티도(Tidi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체 채용 담당자의 85%는 “AI가 채용 프로세스의 일부 측면을 대체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AI가 구직자, 즉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을 검증하고 선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데 대해선 인사담당자나 취업지망생 모두 불만과 의구심이 크다. 즉, “기계가 과연 사람의 됨됨이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을 뽑아본들, 과연 그 결과가 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의문과 의구심은 최근 X에 게시된 게시물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문제의 X 게시물은 AI 에이전트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디지털 아바타가 구직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강조한 셈이다.

문제의 AI에이전트를 제공한 ‘젤리게이트’라는 회사는 “전반적으로 AI는 여전히 두려움, 불확실성, 의심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채용시장의) 선구자(앞서가는 기업)들은 일찍 뛰어들었고 확실히 그 잠재력을 알아봤다.”고 자사 제품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이 확실히 AI에이전트의 가치를 인정은 하면서도, 정작 AI를 채용 과정에 투입하는 것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2025년까지 AI 채용은 한층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생성 AI로 구동되며, 인간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AI아바타는 이미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 페르소나’는 이미 기업 프레젠테이션, 고객 서비스 등엔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마침내는 신입사원 채용에도 이를 투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역시 이 분야 스타트업인 치포틀(Chipotle)사와 AI 개발업체인 패러독스(Paradox)는 함께 ‘아바카도’(Ava Cado)라는 ‘가상 인사팀원’을 만들었다. 그래서 “대화형 AI ‘아바카도’는 신입 직원을 고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75%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게 이들 개발사들의 설명이다. 이런 경향은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AI에이전트’ 등이 소개되면서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I가 최종 입사 결정 ‘안될 말’” 목소리 높아

그러나 앞서 ‘젤리게이트’사는 “고용주(기업체)가 AI로 하여금 인사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도록 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해 눈길을 끈다. 회사측은 “인사에는 반드시 ‘인간’이 필요하다”면서 “AI 에이전트는 그저 사람들이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돕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과 고용주들은 여전히 채용 프로세스를 AI아바타로 완전 대체하고 싶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취업지망생 내지 구직자들은 AI아바타가 오히려 공정한 선발과 채용을 보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이미 퓨 리서치가 이미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41%가 “AI가 구직 신청서를 검토하는 데 반대한다”고 했고, “AI가 최종 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은 무려 71%에 달했다.

채용 및 네트워킹 소셜 미디어 사이트인 링크드인은 그런 반면교사이자 대표적인 사례다.이 회사는 헤드헌팅이나 인재 선발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그러자 구직자들도 이에 맞서 면접이나 이직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즉 ‘AI에는 AI로 맞선다’는 식이다. HR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 간의 AI 전쟁 내지 ‘결투’”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 HR전문가들은 “기업이 지원자를 찾고 선별하기 위해 AI를 동원하면서, 이에 맞서 지원자들 역시 AI를 사용하여 이력서나 각종 입사 서류나 면접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보니 모든 구직자들이 비슷하거나, 아예 똑같은 내용의 직무 설명과, 소름돋을 정도로 비슷한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 웃지못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구직자들이 모두 특정 기업 입사에 맞는 용도의 AI를 사용한 결과다. 그래서 “이런 식이라면 ‘사람’은 아예 빠지고, 대신에 AI 채용 담당자와 AI 구직 아바타가 서로 면접을 보는 채용문화가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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