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멤버, 최고인재 이탈 속, AGI 최고 책임자도 ‘사표’
샘 앨트먼 ‘AI 과속 개발’에 반발, 오픈AI 만든 인재들 줄사표
이탈 인재들 창업, GPT 능가한 모델 개발, ‘오픈AI’ 궁지 몰려

 오픈AI 로고. (사진=테크레이다)
 오픈AI 로고. (사진=테크레이다)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오픈AI가 사실상 ‘위기’라고 할 만하다. 샘 앨트먼이 필생 사업의 성패를 건 AGI(‘일반’ 또는 ‘범용’인공지능)의 핵심 브레인이자 책임자인 마일즈 브런디지가 25일 사표를 내던졌다. 그의 사표를 계기로 앞서 대거 회사를 떠난 창업 멤버들과 업계 최고 인재들의 이탈이 오픈AI에 미칠 영향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브런디지의 퇴사 역시 앨트먼 주도의 ‘AI 속도론’에 치우친 오픈AI에 심각한 균열과 동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브런디지는 이날 소셜 미디어 ‘서브스택’에 “안전한 AI와 정책을 연구하기 위한 비영리 단체에 가입하거나, 아예 만들 것”이라고 사퇴의 변을 남겼다.

브런디지 퇴사로 앨트먼 승부수 ‘AGI’ 차질 예상도

이직이나 퇴사는 직장 사회에선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오픈AI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애초 샘 앨트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창업을 했던 ‘동지’들이 근본적인 노선 차이로 모두 떠나간 것이다. 대부분 앨트먼의 AI개발 속도전에 반발, “안전한 AI”를 주창하며 빚어진 노선 갈등이 원인이다. 이들은 모두 오픈AI의 오늘을 있게 한 일등공신들이다. 당연히 실력과 역량면에서도 실리콘밸리 최고의 인재들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앨트먼의 ‘위험을 무릅쓴 AI개발 지상주의’를 비판하며, 안전한 AI 개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결국 앨트먼과 결별한 이들은 그 동안 갈고닦은 최고의 실력을 바탕으로 이젠 오픈AI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퇴사 후 앤트로픽, 퍼플렉시티AI, SSI 등을 창업하거나 입사한 후, ‘클로드’, ‘퍼플렉시티’ 등 챗GPT를 능가하는 수준의 AI모델을 개발, ‘친정’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오픈AI를 떠난 브런디지는 AGI의 최고 전문가다. 그가 없으면 오픈AI의 AGI 연구 자체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AGI 준비 총 책임자인 브런디지가 사표를 쓰면서, 그가 이끌던 AGI 준비팀은 해체되고 말았다. 샘 앨트먼이 사업의 운명을 걸다시피한 AGI 개발 전략이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오픈AI CEO 샘 앨트먼. (사진=블룸버그)
오픈AI CEO 샘 앨트먼. (사진=블룸버그)

“오픈AI 등 기업과 전 세계, AGI 감당할 준비 안돼”

브런디지는 회사를 떠나면서 앨트먼과 오픈AI에게 뼈아픈 충고와 비판을 남겼다. 무엇보다 “오픈AI 등 기업들과 전 세계는 아직은 AGI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 역시 AI 안전을 강조해온 인사인 만큼, 앨트먼과는 결이 다른 ‘과속 경계론’을 다시 부각시킨 것이다. 소셜 미디어 ‘서브스택’ 게시물에서 브런디지는 이런 비판과 함께 “AI 정책 연구와 옹호에 집중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를 시작하거나 가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오픈AI가 목표로 한) AI는 안전하고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기 위한 협력과 노력도 없다”고 앨트먼과 오픈AI를 정면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또한 “오픈AI에 있는 동안 다양한 중요한 연구 주제를 다룰 시간이 없었고, 조직 내 (안전한 AI 개발을 위한) 공정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면서 “(AGI를 감당할 만한) ‘세계’의 준비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오픈AI 외부에서 더 효과적으로 (AI 안전을 위한) 노력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 의회가 AI 정책에 대한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AI 안전 연구소’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서브스택’ 게시물을 통해 그는 “간단히 말해서 오픈AI는 물론, 다른 어떤 AI개발 연구소도 AGI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브런디지는 2018년에 오픈AI에 입사했다. 나중에 회사의 정책 연구 책임자가 된 후 회사의 AGI 준비 팀을 이끌었다. 요직 중의 요직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의 주요 관심 분야는 언어 모델과 AI 에이전트의 사회적 의미, 파이어니어 AI 규제, 컴퓨팅 거버넌스 등이다. 대부분 최첨단 AI가 장차 ‘인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연구하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브런디지의 퇴사와 함께 AGI 준비팀도 해체되었다. 최근까지 AGI 준비의 하위 팀이었던 경제 연구팀은 다른 사람의 지휘를 받게 되고, 나머지 팀은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앞으로도 이어질 인재 이탈…오픈AI 최대 위기

오픈AI의 인재 이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브런디지의 퇴사는 오픈AI에서 일어난 일련의 유명 인사나 고급 인재 이탈의 최근 사례일 뿐이다. 이미 지난달 최고 기술 책임자 미라 무라티가 퇴사했고, 최고 연구 책임자 밥 맥그루, 연구 부문 부사장 바렛 조프가 모두 회사를 떠나갔다. 모두 챗GPT 개발 당사자이며, AGI 등 최첨단 AI를 연구, 개발하는 인재들이다. 오픈AI의 AI연구 개발의 핵심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샘 앨트먼과 함께 오픈AI를 창립했던 일리야 서츠케버와, AI안전 책임자 얀 라이크가 떠났고, 역시 공동 창업자인 존 슐만은 지난 8월에 오픈AI 출신들이 만든 앤트로픽으로 옮겨갔다.

서츠케버는 퇴사 후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목표하에 자체 벤처인 ‘Safe Superintelligence’(SSI)를 공동 창립했다. 지난 9월 이 회사는 세계 최대 VC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를 비롯, 세콰이어 캐피탈, DST 글로벌, SV 앤젤 등 내로라하는 VC의 펀딩 라운드에서 무려 10억 달러를 모금했다. 이런 움직임에 샘 앨트먼도 매우 불편해하며, 긴장하는 모양새다. 앞서 역시 안드레센 호로비츠 등으로부터 65억달러 펀딩에 성공한 앨트먼은 “다른 경쟁사들(앤트로픽, 퍼플렉시티 등)에게는 중복해서 투자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 만큼 오픈AI 출신 인사들의 반격이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VC 등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앨트먼의 조건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픈AI 창업멤버였으나, 샘 앨트먼과의 노선 차이로 퇴사, 최근 SSI를 창업한 일리야 서츠케버.(사진=픽사베이)
오픈AI 창업멤버였으나, 샘 앨트먼과의 노선 차이로 퇴사, 최근 SSI를 창업한 일리야 서츠케버.(사진=픽사베이)

앨트먼, 투자자들에 ‘퇴사자 창업 기업 투자 금지’ 요청도

샘 앨트먼으로서도 이같은 자사 인재들의 끝없는 ‘엑소더스’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앞서 AGI 추진과 AI 안전을 둘러싼 노선 갈등 끝에 그는 작년 11월 이사회와 회사로부터 축출당한 적도 있다. 비록 ‘일주일 천하’로 끝나면서 엘트먼은 다시 회사로 복귀했으나 자신으로선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인재 이탈과, 이로 인한 회사 내 균열은 차원이 다른 위기라는 분석이다.

급기야 지난 여름에는 “AI기술이 인류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것을 회사가 불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일부 직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사 이탈 인재들이 설립한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등은 GPT 성능을 뛰어넘는 AI모델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나아가선 서츠케버의 SSI도 기술 경쟁을 벼르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들은 오픈AI와 샘 앨트먼에게 창업 이래 가장 큰 도전이자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브런디지의 전격 퇴사는 ‘흔들리는 오픈AI’의 모습을 단적으로 노출한 셈이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