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성향 강했으나, 최근 해리스 진영도 적극 ‘표심’ 공략
해리스, 암호화폐 투자자들 의식, “디지털자산 기술 혁신 장려할 것”
트럼프, 가상자산 플랫폼 ‘WLF’로 코인 발행, “시장 주도자로 나서”
리플 크리스 라슨 해리스 기부, 벤 호로비츠 변심 등 미묘한 기류 변화도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11월 미국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격전지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가상자산 플랫폼 ‘World Liberty Financial’(WLF)이 새로운 토큰 ‘WLFI’를 발행한데 이어, 다음 날인 15일(미 현지시각) 해리스 진영으로 분류되는 리플(XRP) 창립자 크리스 라슨이 15일(미 현지시각) 해리스 캠프에 100만 달러 상당의 XRP 토큰을 기부하면서 그런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본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암호화폐 친화적인 전략을 구사해 시장 참여자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해리스, 암호화폐 시장에 ‘추파’
그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에 방점을 찍으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최근 대선 후보자로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뒤늦게나마 암호화폐 시장에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최소 1억 이상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시장 투자자들을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9월 말에 해리스는 마침내 대중 연설에서 암호화폐를 ‘높이 평가’했다. 해리스는 당시 뉴욕에서 열린 대규모 모금 행사에서 “우리는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AI와 디지털 자산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장려할 것”이라며 특히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라는 아젠다를 공개했다. 이때 제시한 아젠다는 미국에서 자신 나름의 암호화폐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해당 자산을 보호하도록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특히 흑인 미국인의 20% 이상이 디지털 통화를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흑인들의 ‘표심’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 과정에서 최근엔 트럼프 진영에 엄청난 기부를 해온 미국 VC업계의 거두인 벤 호로비츠가 해리스에 대해 호감을 보이는가 하면, 다수의 기업들도 해리스에 대한 기부행렬에 서고 있다. 특히 애초부터 친 해리스 내지 친민주당 성향이었던 리플 창립자 크리스 라슨이 해리스의 정치활동위원회(PAC)인 ‘퓨처 포워드’에 거액의 기부금을 투척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CNBC와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사이트에 따르면 라슨은 해리스의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총 190만 달러나 기부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31억 달러이며, 주로 XRP 소유와 금융회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하는 리플이 주 사업이다. 이처럼 대선 당일까지 불과 3주를 앞둔 시점에서 암호화폐 시장 상당수가 해리스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트럼프 위해 수천만달러 기부’
그러나 크리스 라슨처럼 극히 일부 인사를 제외하곤, 지난 수개월 동안 암호화폐 회사와 임원들은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위해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었다는게 정설이다. 특히 트럼프는 아예 자신이 만든 가상자산 플랫폼 ‘WLF’를 통해 14일 ‘WLFI’라는 토큰을 발행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선수’로 이를 주도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날 X를 통해 열린 이벤트에서 이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들은 “10만 명의 고객이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되었다”고 세를 과시했다. 애초 ‘World Liberty’는 고객이 암호화폐를 빌리고, 빌려주고, 투자하도록 장려하는 일종의 암호화폐 은행으로 세워졌다. 트럼프의 종합 거래사이트인 ‘콜렉트트럼프카즈’처럼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수익사업이 흥행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는 X에 게시한 글에서 WLFI 판촉전을 벌이며, 팔로워들에게 “금융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기회”라고 말했다.
트럼프 WLFI 판촉전 벌이며, 암호화폐 ‘선수’로 나서
그러나 WLF에 대해선 공식 백서나 공식적인 사업 계획이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그저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아직 출시되지 않은 WLF 플랫폼에 대한 투표권을 사용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란 내용 정도다. 다만 암호화폐 매체인 ‘The Block’은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로드맵을 보면 WLF는 15억 달러 시장 가치를 내세우며, 우선 코인 WLFI를 통해 3억 달러를 모금하려 한다”고 전했다.
다만 ‘WLF’는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의 모회사인 ‘Trump Media & Technology Group’과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DJT’라는 심볼로 알려지기도 한 ‘트럼프 미디어’는 특수 목적 인수 회사(SPAC)를 통해 상장한 후 지난 3월에 거래를 시작했다. 3월 말에 주가 80달러에 가까운 정점을 찍은 후, 지난달엔 12.15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험난한 여정을 걷고 있다. 다만 9월에 바닥을 친 이후 DJT 주가는 150% 가까이 상승하여 29.95달러에 이르렀고, 회사의 시가총액은 6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는 DJT 유통 주식의 약 57%를 소유하고 있지만, ‘WLF’에 대한 잠재적 통제력은 불투명하다는게 시장 분석가들의 얘기다. 그럼에도 WLF 프로젝트 개발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공동 창립자 재커리 포그맨은 “WLF 토큰의 20%가 트럼프 가족을 포함한 창립 팀에 할당될 것”이라고 ‘딥크립트’에 밝혔다. 이처럼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 암화화폐 시장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딥크립트는 “만약에 당선되어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실제 정책은 달라질 수도 있으나, 지금으로 봐선 트럼프야말로 ‘암호화폐 시장의 수호자’인양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진 ‘암호화폐 시장 기부금 3분의2가 트럼프로“
적어도 지금까지는 암호화폐의 거물급 혹은 기관투자자들은 친트럼프 성향을 보이고 있다. 비영리 감시 단체 ‘Public Citize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선 선거전에 유입된 기업 자금의 거의 절반이 암호화폐 산업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기부는 코인베이스, 리플, 그리고 대표적인 벤처 기업 안드레센 호로비츠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연도에 모은 금액의 약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암호화폐 회사들이 석유 대기업이나 금융계보다 더 많은 돈을 기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야말로 암호화폐 시장이 미국 대선의 가장 큰 ‘돈줄’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지 외신들이 분석한 FEC 데이터에 따르면, 암호화폐 기부금의 약 3분의 2가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민주당에 반대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400만 달러 이상의 토큰을 기부받았고, 지난 7월에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 2024’에 직접 참석, 기조연설을 함으로써 암호화폐 시장의 지지를 선점하기도 했다.
이에 해리스도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해리스에 대한 굵직한 암호화폐 참여자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이 경쟁에서 탈락한 지 이틀 후, 분산 거래소 ‘Uniswap’의 법률 책임자인 마빈 애머리는 ‘해리스 (액션) 펀드’에 기부했다. 역시 벤처기업 스카이브릿지 캐피털의 앤소니 스카라무치는 민주당 후보자를 지지하며, 36,000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스카라무치는 잠시나마 트럼프 행정부에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근무한 적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자신이 “암호화폐 옹호자 그룹에 속해 있으며, 해리스의 캠페인 정책을 디지털 자산으로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인시장 트럼프 지지세, 대선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
특히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안드레센 호로비츠의 창립자 벤 호로비츠의 최근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7월에 트럼프 진영에 거액의 기부를 한 바 있다. 그러던 그가 바이든의 대안으로 해리스가 나선 10월 초순경엔 미묘한 심경 변화를 보인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그는 내부적으로 자사 직원들에게 “해리스의 선거 운동에 ‘상당한’ 개인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로비츠는 자신과 부인 두 사람 모두 “해리스 부통령을 10년 이상 알고 지냈고, 그동안 그녀는 우리 둘 다에게 좋은 친구였다.”고 해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시장의 기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지지세가 조금 더 강한 것이란 분석이지만, 선거 막바지까지 반드시 그런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15일 라슨이 민주당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재지자, 소셜 미디어에선 그에 대한 리플 투자자들의 비난의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체로 친 트럼프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암호화폐 매체들은 “리플 커뮤니티와 심지어 암호화폐 커뮤니티 전체가 카말라의 후보 자격이나, 그녀가 시행할 정책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정서르 전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