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 관련기업들 ‘골대’ 옮기듯, 완전자율 시점 계속 연장
최근 로보택시 출시 머스크 또 호언장담, ‘거짓말쟁이’ 비판도
일부 기업들 개발 포기 속출, 일각선 2035년 예측, “불투명”

GM 크루즈의 제한적 자율주행기술. (출처=GM 시보레)
GM 크루즈의 제한적 자율주행기술. (출처=GM 시보레)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지난 11일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We, Robot 이벤트’에서 최대 2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다는 ‘로보밴’을 직접 소개하며 “2026년까지 본격 출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제시한 일정을 넘어서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오히려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또 반복된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완전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강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아예 “완전한 자율주행기술인 ‘레벨5’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다.

주요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여전히 레벨2 내지 레벨3의 초보 수준 정도에 머무르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만 해도 앞서 지난 2019년에 투자자들에게 “테슬라가 내년(2020년)까지 100만 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도로에 투입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후 단 한 대의 자율주행차도 내놓지 않았다. 이번 ‘로보 밴’ 역시 말로는 “2026년에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완전자율주행으로 어떻게 도약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언급조차 없었다.

날로 ‘레벨 5 불가론’ 확산

최근 자율주행차 업계 안팎에선 ‘레벨5 불가론’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그간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15년 당시 포드는 심지어 “자율주행차가 5년 ​​안에 도로에 나올 것”이라고까지 했다. 또 다음해는 머스크가 나서 “테슬라가 2017년 말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시연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처럼 ‘골대’가 자꾸 뒤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에 “‘레벨 5’ 수준의 진정한 자율주행차는 2035년 이전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선 그 이후로도 아마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를 약간 확대 해석하면,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 가운데 결국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과도한 비용과 실용성, 기술적 결함 등이 이유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 등 주요국들은 ‘레벨5’를 목표로 한 ‘레벨’을 높이려고 여전히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핸즈프리 운전이나, 충돌 방지 시스템과 같은 제한된 자율기능을 대량 생산 모델에 넣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운전을 더 안전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매년 큼직한 충돌 사고가 잇따르면 심지어 사망자를 내기까지 했다.

GM 자율 주행 크루즈도 대표적인 사례다. 202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로보택시 중 하나가 보행자를 들이받았다. GM이 사고의 전말을 은폐하려다 들키는 바람에 캘리포니아주는 운영 면허를 정지시켰다. 결국 GM은 크루즈가 운영되었던 3개 주에서 운행을 중단하고 최고 경영진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다시 얼마 후 캘리포니아의 공공 도로에서 로보택시를 다시 운행하겠다고 발표했고, 텍사스와 애리조나에서 사람이 동반한 자율 주행차를 테스트하는 등 미련을 못버리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바이두 역시 웨이모처럼 도심 운행을 시도하고 있다. 알파벳도 미국 내 3개 도시로 자율주행 택시를 확대하느가 하면, 지난 7월에는 이 분야에 50억 달러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텍사스의 오로나 이노베이션이나, 코닥 로보틱스, 가틱 등도 “수년간의 테스트 끝에 인간 안전 운전자를 없애고 올해 말까지 자율 주행 트럭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자율주행 위한 ‘ADAS’도 문제 많아

잘 알려져있듯이, 업계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을 레벨 0에서 5까지 분류한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는 독일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전방을 주시할 필요가 없는 ‘레벨 3’ 자율주행차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미국과 중국의 제한된 지역에서 시험 운행 중인 로보택시는 일부 전문가들이 보기엔 ‘레벨 4’ 시스템으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해당 차량들이 운행될 장소는 제한적이다. 모든 곳, 모든 조건에서 자율 주행이 가능한 ‘레벨 5’는 아직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본래 자율주행기술은 ‘ADAS’, 즉 ‘고급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가 안전히 주차할 수 있게 하고, 차선을 유지하며 카메라, 레이더, 기타 전자 센서를 통해 물체를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잠시 차량을 제어할 수도 있다.

(사진=어도비스톡)
(사진=어도비스톡)

이 정도 기술은 거의 모든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가 달성한 상태다. GM은 2017년부터 캐딜락 CT6에 운전자가 잠시 동안 핸들에서 손을 떼도 되는 ‘슈퍼 크루즈(Super Cruise)’ 기술을 도입했다. 메르세데스의 주력 전기 세단인 EQS에는 운전자가 운전 불능 상태가 되면, 차량을 멈추고 비상 전화를 거는 기능도 있다. 또 중국 바이두는 돌핀 세단에 자동 비상 제동, 차선 유지 지원 등 각종 자율기능을 제공한다 최근엔 운전자가 특정 상황에서 핸들에서 손을 떼고 페달에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되는 ‘내비게이션 온 오토파일럿’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ADAS는 문제가 여전히 적지 않다. 이와 관련된 치명적인 충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머스크는 “오토파일럿이 생명을 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으로 작동하는 자동차가 충돌 현장에서 소방차와 경찰차와 충돌하기도 했다. 결국 200만 대 이상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수정을 하는 사상 최대의 리콜을 실시했다.

이 밖에도 과속을 위해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을 악용하거나, 한 자동차 제조업체 엔지니어처럼 테스트 중에 졸기도 한다.

포드·폭스바겐, 애플 등 “결국 자율주행차 포기”

결국 포드와 폭스바겐은 2022년 10월에 자율주행 사업인 ‘Argo AI’를 폐쇄, 관련 사업을 포기했다. 졸지에 2,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해고당했고, 검토했던 신규 주식 공모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대신 이들 회사는 ‘Argo’에 쏟을뻔한 투자금 27억 달러를 ADAS 기능에 집중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아우디(Audi) 자율주행차 계획을 중단했다.

애플 역시 레벨 4 또는 레벨 5 기능의 자율주행차를 목표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결국 지난 2월 자동차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여러 소규모 무인자동차 스타트업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있다.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과연 완전자율주행을 향한 여정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라거나, “결국은 모두 포기하고 현 수준의 레벨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등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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