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된 데이터, 대규모로 공개 거래 등 사이버범죄 온상
불법 자금 세탁 통로 역할, “수 십억 달러 범죄 시장의 중심지”

텔레그램 이미지. (사진=로이터)
텔레그램 이미지. (사진=로이터)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텔레그램이 또 다시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번에는 유엔이 직접 나서 “동남아의 강력한 조직 범죄 집단이 텔레그램을 ‘범죄 소굴’로 활용하고 있다”며 자세한 근거 자료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폭로했다.

앞서 텔레그램의 창립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는 프랑스 사법당국에 의해 체포, 기소된 후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엔 마약 및 범죄 사무소(UNODC)가 “동남아시아의 강력한 범죄 네트워크가 대규모 범죄 활동을 위해 메시징 앱 텔레그램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전세계 대상 사이버범죄, 텔레그램 통해 자행

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UNODC는 “신용카드 정보, 비밀번호, 브라우저 기록을 포함한 해킹된 데이터가 텔레그램에서 광범위하게 공개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면서 “이 앱은 거의 통제받지 않은 채 광범위한 채널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텔레그램에선 각종 범죄를 위해 설계된 딥페이크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훔치는 맬웨어를 포함한 사이버 범죄에 사용되는 도구도 널리 유통되고 있다. 특히 허가받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금 세탁을 하는 유력한 통로로 애용되고 있다. 실제로 UNOC는 “우리는 해외에서 훔친 300만 USDT를 매일 (원하는 곳으로) 송금해주고 있다”라고 중국어로 쓰인 자금세탁 대행 광고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지하 데이터 시장이 이젠 텔레그램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은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국제 조직 범죄 집단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UNOC는 2024년 2월부터 8월까지 동남아시아의 일부 지하 텔레그램 마켓플레이스와 포럼에서 딥페이크 키워드가 급증하고 있는 실태를 보여주는 선형 차트도 함께 제시했다.

이미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이버범죄나 해킹 등을 시도하는 사이버범죄자들의 ‘소굴’로 변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이버범죄 산업의 주요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많은 중국계 사이버범죄단은 주로 인신매매로 끌려온 노동자들을 부려먹으며, 요새화된 단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UNODC에 따르면 사이버범죄 산업은 연간 274억 달러에서 365억 달러 사이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을 무대로 매년 딥페이크 증가세를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UNOC, 로이터)
텔레그램을 무대로 매년 딥페이크 증가세를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UNOC, 로이터)

범죄자들, 맬웨어, 생성AI, 딥페이크 등 기술 동원

UNODC 동남아시아 태평양 지역 부대표 베네딕트 호프만은 “텔레그램은 범죄자들이 쉽게 범죄를 모의하며, 타깃을 찾아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그는 또 “이는 일반 (텔레그램)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그 어느 때보다 사기나 기타 범죄 활동에 제공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들 범죄 집단은 그 동안 엄청난 범죄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최근엔 맬웨어, 생성AI, 딥페이크를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UNODC는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사이버 범죄에 연루된 범죄 집단을 특별히 고객으로 삼는 ‘딥페이크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업체’ 10곳 이상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UNOC는 특히 아시아의 다른 지역, 특히 딥페이크 포르노 범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한국에 주목했다. 이에 “한국 경찰은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를 통해 텔레그램이 온라인 성범죄를 방조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지난달 해커가 텔레그램에서 채팅봇을 사용, 인도 최대 보험사인 ‘Star Health’의 데이터를 유출했고, 이로 인해 보험사가 텔레그램을 고소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범인들은 채팅봇을 통해 이름, 전화번호, 주소, 세무 정보, 신분증 사본, 검사 결과, 의학적 진단이 포함된 정책, 청구 문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한편 텔레그램 CEO 두로프는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긴 하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체포 직후 “텔레그램은 곧 사용자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법적 요청을 하는 나라의 사법당국에 제공할 것”이라며 “또한 불법 활동에 악용된 일부 기능을 앱에서 제거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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