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라 무라티 등 핵심 인사 20여 명 ‘영리’에 반발, 퇴사 행렬
창업 이래 최대 분열상, 샘 앨트먼의 개발 속도전과 ‘영리’ 전환에 반기
실리콘 밸리, 세계 IT업계, “새로운 제2의 창업 가능할까” 예의주시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오픈AI가 과연 어디로 갈까. 최근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내부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오픈AI의 향후 행보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애초 공익법인으로 출범했던 오픈AI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양극단의 서로 다른 시각들이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로이터통신은 “영리기업화를 두고 오픈AI가 갈갈이 찢기고 있다”(Turning OpenAI Into a Real Business Is Tearing It Apart)고까지 했다.
한켠에선 ‘진정한 공익’을 위해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라며, 샘 앨트먼의 영리법인 전환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에 오픈AI 창립 당시의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특히 영리추구를 비판하면서 창업 공신들을 비롯한 인재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면서, 창업 이래 최대의 분열상이 빚어지고 있다.
수익 추구, 재정적 기반 중요 vs 창업 ‘초심’ 잃어버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오픈AI는 2022년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하면서 사실상 새로 태어났다. 그저 애매 모호한 기술의,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영리 연구소에서 벗어나 세계 AI혁명의 본거지로 각인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회사가 챗GPT로 쏘아올린 생성AI는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버전’을 인류에게 선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리기업 전환이라는 변수가 돌출하면서, 창업 이래 유례가 없었던 분열과 내홍,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오픈AI의 최고 기술 책임자(CTO) 미라 무라티가 사실상 영리 법인 준비에 나선 샘 앨트먼에 반발하며 회사를 떠나면서 이런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미라티는 챗GPT를 비롯한 오픈AI의 AI 기술적 성취를 주도해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퇴사는 작년 11월 CEO 샘 알트먼을 잠시 퇴출시켰다가 다시 그가 복귀한 이후 내재되었던 사내 갈등과 긴장이 공개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이런 갈등은 오픈AI의 원래 사명(使命)인 ‘공익을 위한 AI 개발’과, 이와는 정반대의 ‘수익성 있는 제품’을 배포하려는 새로운 비전이 맞부딪히면서 빚어진 것이다. 또한 AI 안전성을 둘러싼 임원들 간의 혼란과 내분의 결과이기도 하다. CEO 샘 앨트먼을 비롯한 AI 개발 속도론자들과, 이에 맞서 AI 안전을 우선으로 한 신중론자들 간의 대립이기도 하다. 그런 갈등 속에 CTO 미라 무라티가 사표를 내면서, 올해 들어서만 샘 앨트먼의 공동 창업자들을 포함해 이 회사의 연구원과 임원 등 20명 이상의 핵심 인물들이 이 회사를 떠났다.
미라 무라티 CTO 퇴사로 사내 갈등 ‘최고조’ 달해
앞서 앨트먼과 동고동락하며 오픈AI 창업에 동참했던 일리야 셔츠케버를 비롯해 역시 공동 창립자인 존 슐만이 경쟁사인 앤트로픽에 합류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슐만은 오픈AI의 AI안전을 위한 얼라인먼트 부문의 책임자였다. 곧 이어 대표이사인 그렉 브로그먼도 연말까지 장기 휴가를 냈다. 사실상 퇴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무라티가 회사를 떠난지 몇 시간 후 오픈AI의 최고 연구 책임자인 밥 맥그루와 연구 부사장인 배럿 조프도 사표를 냈다. 챗GPT를 통해 ‘오픈AI 신화’를 기록한 주역들이 거의 모두 떠난 셈이다.
이들은 ‘퇴사의 변’을 통해 하나같이 “오픈AI가 제품 배포와 안전 테스트를 서두르다보니, 경쟁 AI 개발업자에 대한 우위를 잃었다”고 샘 앨트먼의 노선을 비판하곤 했다. 그러면서 “앨트먼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면서 앨트먼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앨트먼은 65억 달러의 모금 계획을 내세우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자사의 AI기술력을 홍보하는 한편, AI가 작동할 칩과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것이다.
오픈AI는 앨트먼이 작년 퇴출 일주일만에 다시 복귀한 이후로 근본적인 체제 변화를 겪고 있다. 사실상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과 함께 작년 11월 770명에서 금년 9월 현재 1,700명으로 직원들이 늘어났다. 그리곤 창업 이래 최초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임명했다. 돈과 수익성을 위한 영업, 제품 생산에 무게를 둔 조치로 해석된다. 또 이사회에는 기업과 군사 분야의 전문가들을 추가했다. 국방 분야 프로젝트 등을 염두에 둔 조치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등을 포함해 본격적인 수익모델 구현에 필요한 자금 65억 달러를 모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품’으로서 AI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순수한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수익과 공익, ‘두 마리 토끼’…“현실적으로 어려워”
사내에선 또 앨트먼의 노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다. 오픈AI가 재정적인 기반을 갖추려면 이러한 (상품화 할 수 있는 제품)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자면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수십억 달러가 들기 때문에 거액의 모금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AI가 실험실을 넘어 세상으로 나아가 사람들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창업 이후 오래도록 이 회사에 몸담아온 AI 엔지니어를 포함한 또 다른 직원들은 “현금 투입과 엄청난 이익에 대한 기대가 오픈AI의 문화를 타락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공익을 염두에 둔) 임무 중심의 연구 운영과,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성장 과정의 고통을 초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은 어렵다. 제품(상품) 중심 문화는 연구 문화와 매우 다르다.”고 지적한다. 오픈AI 초창기 멤버였다가 현재는 다른 AI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선) 현재와는 다른 자질의 인재들을 유치해야 할 것”이라며 “샘 앨트먼은 분명 다른 종류의 회사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앨트먼은 지난 주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Italian Tech Week’에 참석, 노변 담화를 통해 일단 최근의 잇딴 퇴사 행렬이 구조 조정 계획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모든 사람에게 큰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오픈AI는 그 동안 모든 고비에 부딪힐때마다 그랬듯이, 더욱 강력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도 일일이 편지를 보내, 이번 주까지 자금 조달 라운드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샘 앨트먼 모금 행사로 분주, “새로운 체제 구축” 관심사
그 동안 오픈AI는 챗GPT 개발 이래 꾸준히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실적을 기반으로 한 연간 매출 예상액은 약 40억 달러로 전망되면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연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인가는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도약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 회사의 차기 기반 모델 GPT-5는 현재 주춤한 상태다. 일부 언론은 심지어 “좌절과 지연에 직면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반면에 구글, 메타, 앤트로픽, 퍼플렉시티AI, xAI, 애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쟁사들은 오픈AI의 GPT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AI 모델을 출시했다. 그 중 앤트로픽과 일론 머스크의 xAI는 본래 오픈AI를 창업하거나 회사를 일궈왔던 인사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처럼 치열해지는 경쟁 분위기는 (공익적 소명의식으로) 오픈AI에서 일하는 것을 소중히 여겨온 연구자들을 좌절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들 스스로 “오픈AI는 AI 분야의 선구자”라고 자부했던 터라 더욱 그런 좌절감은 컸다. 이에 대해 오픈AI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본사는 단 2년 만에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고급 AI 연구를 제공했으며, 그런 과정에서 성장과 적응이 필요했다”면서 “특히 이를 위해 앨트먼이 사세 증대를 위한 전략과 인재 채용에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제품 부서의 확장을 주도했다”고 영리법인 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