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아성, AMD의 공략에 시장 점유율 완전히 상실
2년 전 출시 ‘Arc Alchemist’, “어중간한 중간급 제품, 외면받아”
그간 업그레이드, 신기술 일절 없어…최근엔 퀄컴 인수설까지

시장 점유율 0%로 기록된 인텔의 'Arc' GPU. (출처=인텔)
시장 점유율 0%로 기록된 인텔의 'Arc' GPU. (출처=인텔)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GPU 시장에선 인텔이 사실상 ‘퇴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일군의 시장조사기관과 기술매체들에 의하면 2023년 2분기까지 2%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결국 금년 들어선 아예 ‘0%’로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애초 인텔은 지난 2022년에 1세대 ‘Arc Alchemist’ 카드를 내놓으며 야심차게 치열한 GPU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그러나 결국 엔비디아의 위세와 AMD의 등쌀에 명함도 제대로 못내밀다가, 결국 사실상의 퇴출을 당하고 만 것이다.

2022년 출시 당시만 해도 인텔의 Arc GPU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고급과 대중용 가운데 이도저도 않은 어중간한 제품이란 점이었다. 이른바 ‘중급 카드’로는 제대로 경쟁조차 힘든 것이 살벌한 GPU시장이다. 게다가 게이머들간엔 “드라이버가 끔찍한 수준”이란 혹평도 뒤따랐다. 이에 인텔은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그 후 2년 동안 제대로 된 GPU를 출시조차 하지 못했다. 새로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만한 기술과 장비가 부족했던게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최근엔 시장조사기관들이 굳이 인텔의 시장점유율을 거론하며, 하나같이 ‘0%’로 집계하고 있어 이 회사의 위신이 추락할대로 추락했다.

고품질 제품 생산 기술, 장비 부족

그런 가운데 지난 주엔 엎친데 겹친격으로 퀄컴의 인텔 인수설까지 나돌았다. 양사 모두 시장경쟁에서 뒤진 상태긴 하지만, 인텔이 더욱 절박한 처지인 것처럼 소문이 나면서, 인수 합병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미 인텔은 실적 부진의 연속에 최근 1만5천명 직원을 대량 해고하는 등 악재가 이었졌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을 한 가지로 요약할 순 없다. 그러나 “GPU 시장에서의 탈락처럼 기술 부족과 전략 실패가 이 회사의 부실을 부른 중요한 원인”이란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욱이 문제의 ‘시장 점유율 0%’라는 숫자는 이 회사로선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인 존 페디 리서치는 CPU 및 GPU 시장에 대한 분기별 보고서에서 굳이 ‘0’이란 수치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존 페디가 심술궂다”는 표현까지 했다.

이 회사의 2024년 2분기 수치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88%, AMD가 12%를 장악하고 있으며 Intel은 0%로 나와 있다. 1년 전 그나마 ‘2%’에서 아예 ‘제로’가 떨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를 넘어, GPU 시장에서 인텔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1년 전 인텔의 ‘2%’마저 엔비디아가 갖고 갔다는 추측이 유력하다.

하긴 AMD도 지난해에 점유율 17%였으나, 금년들어 ‘엔비디아’ 열풍에 자리를 내주며 12%로 주저앉았다.

GPU 시장 점유율 변동 상황. (출처=TechSpot)
GPU 시장 점유율 변동 상황. (출처=TechSpot)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TechSpot’에 따르면 AMD와 엔비디아는 모두 호조를 보이고, AMD 역시 기왕의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유독 인텔만이 맥을 못췄다. 반면에 생성AI 붐으로 인해 GPU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면서, 1분기에 비해 무려 9.4%나 증가했다. 출하된 GPU는 950만 대에 달했으며, 1년 전보다 물량이 48%나 증가했다.

그렇게 늘어난 물량을 엔비디아와 AMD가 나눠 공급한 만큼, 양사의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이는 2022년과 2023년에 겪었던 PC 시장의 침체가 끝났고 2024년이 PC 회복의 해라는 증거”라는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에 가깝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러나 AMD는 자신 나름의 지위를 유지 한 셈이다.

마지막 남은 ‘2%’ 점유율, 엔비디아가 뺏어가

그러나 인텔은 시장에서 ‘완전히 제거’되었다. 존 페디 리서치는 “인텔은 한때 4%의 시장 점유율을 누렸으나, 그 다음에는 2%, 그리고 마침내 0%에 도달했다”면서 “여기에는 분명히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이 회사 분석에 따르면 우선 지난 2년 동안 후속 카드나 중간 주기의 업그레이드가 일절 없었다. 또 광역 소매상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이나 파트너쉽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인텔은 2023년 3분기 로드맵에 ‘Alchemist 리프레시’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 인텔은 2세대 ‘Arc Battlemage] GPU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제품군은 크게 개선된 드라이버와 함께 출시될 예정이므로 이번에는 과연 많은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그러나 시장에선 여전히 과거에도 인텔은 업그레이드나 신기술을 언급하다가 무산되었듯이, 이번에도 잘해봐야 미드레인지(중간급) GPU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회의적이다.

시장조사기관과 언론은 “지금까지 인텔의 궤적을 봤을 때, 과연 이 회사가 앞으로도 GPU 시장에서 계속 경쟁할 수 있을지도 두고 볼 일”이라고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엔비디아는 물론, AMD와의 경쟁도 매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최근 “장기적으로 ‘Arc’ 개발과 판매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일부 기술매체들은 “절벽에서 떨어지기 전에 (무리한) 선언을 했고, 1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년 한 해동안 무자비한 효율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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