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부문 강화, ‘비영리 이사회, 영리 부문 통제권 삭제’
비영리·AI안전 주력 주요 멤버들 대거 퇴사, 앨트먼 ‘새판 짜기’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오픈AI가 마침내 본격적인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25일 CEO 샘 앨트먼이 새로운 영리사업 부문인 ‘For Profit Benefit Corporation’의 지분을 받으면서 이같은 전환 작업이 표면화되었다. 이날 오픈AI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영리 부문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개편하면서 곧 비영리 이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게 된다. 다만 기존 비영리법인의 이사회는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만, 영리 부문의 지분은 계속 보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오픈AI는 보도자료를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AI를 만드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사회와 협력하여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있도록 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 행간에는 “영리 활동을 해도, 여전히 ‘공익’이란 소명은 잊지않을 것”이란 의례적 수사가 담겨있는 셈이다.
CTO 미라 무라티 등 핵심 인사 ‘줄줄이 퇴사’
이날 보도자료는 오픈AI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미라 무라티가 회사를 갑작스럽게 떠난 직후에 발표되었다. 무라티는 X 게시물에서 “나의 (개인적인) 탐구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물러난다”고 밝혔다. 무라티의 퇴사는 오픈AI 창립 이래 또 하나의 주요 사건이자, 전환점이다. 앞서 이미 ‘비영리’와 ‘공익’을 이념으로 함께 시작했던 창업멤버와 ‘동지’들은 대부분 샘 앨트먼을 떠났다. 특히 ‘AI 개발’에 주력하는 앨트먼과 달리, ‘안전한 AI’와 이를 위한 얼라인먼트를 강조한 인사들이 줄줄이 퇴사한 것이다.
앞서 이미 공동 창립자인 존 슐만이 올해 초 경쟁사인 앤트로픽에 합류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는데, 그는 오픈AI의 AI안전을 위한 얼라인먼트 부문의 책임자였다. 그 후 대표이사인 그렉 브로그먼도 연말까지 장기 휴가를 냈다. 앨트먼으로선 이제 자신의 향후 비전에 걸림돌이 거의 없어진 셈이다. 결국 ‘영리법인’으로 전환함으로써 그런 비전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오픈AI는 겉으론 여전히 ‘비영리’ 부문이 “사명의 핵심”이며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반복했다. 반면에 비영리 부문이 영리 부문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가질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이미 ‘영리’ 부문의 강화를 위해 구조 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리부문의 강화로 인해 샘 앨트먼이 받게 될 영리 부문의 지분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오픈AI의 가치는 약 1,5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으로 꼽힐 만한 규모다.
앨트먼, 새 영리부문 상당 지분 확보 예상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스’가 처음 보도했듯이, 오픈AI는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수익 상한선을 폐지할 것을 고려하면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애플과 같은 빅테크가 오픈AI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도 곁들여져 한층 관심을 끌었다.
또한 로이터에 따르면, 오픈AI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영리 이사회가 영리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통제권을 제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무라티가 회사를 떠난지 몇 시간 후 오픈AI의 최고 연구 책임자인 밥 맥그루와 연구 부사장인 배럿 조프도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를 통해 ‘오픈AI 신화’를 기록한 주역들이 거의 모두 떠난 셈이다.
이에 앨트먼은 이날 저녁 X에 게시한 게시물에서 두 명의 최근 사임에 대한 소감과 함께 향후 경영 시스템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미라, 밥, 배럿은 서로 독립적으로 우호적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하지만 미라의 결정은 시기적으로 합리적이어서 차세대 리더십으로의 원활한 인계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음을 시사했다.
앨트먼, ‘영리’ 겨냥한 대폭 구조조정
퇴사자들의 뒤를 이어 연구 담당 부사장인 마크 첸이 오픈AI 전체의 새로운 연구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보안 책임자였던 매트 나이트가 오픈AI의 최고 정보 보안 책임자가 되었다. 최고 제품 책임자인 케빈 웨일과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인 스린바스 나라야만이 오픈AI의 응용 팀을 계속 이끌게 되었다. 또 연구 과학자인 조쉬 애치엄이 새로운 역할인 임무 조정 책임자를 맡게 되었다. 앨트먼은 “이들 모두가 저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며 “저는 지난 1년 정도 조직의 비기술적인 부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부턴 기술 및 제품 부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