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소송 패소하면, 미국 내 ‘금지’ 또는 제3자 매각
앞으로 9개월…트럼프, 매각 반대 돌아서며 ‘美대선 이슈’로
‘금지’되면 메타•유튜브•X, “광고수익, 사용자 확보 등 큰 이익”
中정부 반대, 젊은층 반발, 공화당 지지층 적극 찬성 등 변수 많아

틱톡 로고와 이미지. (출처=블룸버그)
틱톡 로고와 이미지. (출처=블룸버그)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틱톡은 만약 법정에서 패소할 경우,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미국 내에선 금지당하게 된다. 지난 16일에도 다시 이에 반발한 틱톡에 대한 항소심이 열려 틱톡은 백악관과 미 의회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정말로 틱톡을 매각할까?

이에 대해선 회의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만의 하나 제3자에게 부득이 매각할 경우, 그 ‘제3자’는 어떤 기업이 될 수 있을까도 관심사다. 실리콘밸리에선 벌써 이를 둔 이런저런 전망과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제3자 매각시, 누가 ‘제3자’가 될까

틱톡을 인수하기 위해선 천문학적 자금력이 필요하다. 현재 비공개로 추정되는 틱톡의 가치는 약 2,680억 달러로 알려졌다. 그 중 미국의 사업 부문은 전체 일부분이긴 하지만, 적어도 약 4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론 머스크도 지난 2022년에 옛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어렵사리 인수, X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틱톡의 몸값이 이렇게 높다보니, 설사 제3자 매각을 서두른다고 해도, 선뜻 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자금력만 보면 메타와 구글의 알파벳이 거론되지만, 이들은 현재 미 연방정부와 EU 등 대서양 양쪽으로부터 ‘반독점’ 규제를 받으며, 법정 다툼도 벌이고 있어 ‘내 코가 석자’인 셈이다. 만약 이들 기업이 틱톡 인수에 나설 경우, 또 다시 ‘독점’을 이유로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오라클이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이미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는 틱톡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2020년 전 트럼프 대통령 재직 시절, 틱톡 매각을 강행하려 했을 때 인수에 관심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오라클 역시 현재 스스로 몸을 가누느라 힘든 처지다. 지난 2022년의 또 다른 대규모 인수를 한데 이어, 현재 약 845억 달러의 부채를 지니고 있어, 단독으로 인수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마이크로소프트다. 이 회사 역시 지난 2020년에 틱톡의 미국 사업 부문을 인수할 주요 후보 중 하나였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미국 안팎에서 ‘금지’나 매각 반대 기류도 거세

그러면 바이트댄스와 중국은 틱톡을 매각할 의사가 있을까.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바이트댄스는 엄청난 사업적 가치를 지니며 성장하고 있는 틱톡을 포기할 까닭이 없다. 중국 정부도 “틱톡의 모든 양도 계획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강제 매각에는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때문에 미 의회 일각에서도 또 다른 타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즉, 틱톡은 미국에 본사를 둔 별도 법인이 되고, 본사인 바이트댄스는 그저 투자자로 남는 방안이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11월 5일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재임 당시 취했던 ‘매각’ 입장을 뒤집고, 현재는 매각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매각이 ‘없던 얘기’가 될 소지도 크다.

그러면 과연 틱톡이 1억7천만명의 사용자가 있는 미국 시장을 포기할 경우 생존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가능하다”고 한다. 틱톡 스스로 “웹사이트에서 40개국 이상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라고 사실상 세계 제1의 소셜플랫폼임을 자랑한다. 비록 미국은 매우 큰 시장이지만, 월간 사용자 1억 7천만 명은 틱톡 전체 사용자 10억 명 이상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트댄스는 최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수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두윈(Douyin)이라는 틱톡 복제판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틱톡, 美시장 잃으면 장기적으론 ‘치명타’

그러나 그것만으로 틱톡의 앞날을 평가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시장은 틱톡으로선 가장 큰 광고주들이 있는 곳이다.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를 운영하기 위해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 미국 시장을 만약 다른 경쟁자에게 넘기면, 틱톡의 나머지 글로벌 시장들도 결국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게 틱톡의 위기감이다. 즉 “미국에서 퇴출당한 상황을 기억한 사용자들이 틱톡을 빠져나와 미국에 터를 둔 다른 소셜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금지 조치는 틱톡의 경영에도 치명적이다. 애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와 충동구매를 결합한 ‘틱톡 숍’의 미국 버전을 확장하려는 ‘야망’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틱톡 숍’이 제대로 먹혀들면, 적어도 금년 내로 10배로 성장할 것이란게 본래 기대했던 바다.

그러면 틱톡 매각으로 누가 가장 득을 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메타를 꼽을 수 있다. 메타는 이미 인스타그램을 갖고 있으며, ‘Reels’라는 틱톡에 대한 대항마를 내놓고 있다. 만약 틱톡이 제3자에게 매각된 후 뒤끝이 안좋거나, 매각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미국 내에서 금지된다면, ‘Reels’야말로 미국 사용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트럼프가 최근 틱톡 매각을 강제하는 것에 반대한 것도 메타때문이란 얘기도 있다. 메타는 지난 2021년 1월에 일부 게시물을 통해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폭력적인 폭동을 조장했다는 결론을 내린 후, 2년 동안 틱톡을 플랫폼에서 정지시켰다. 자신에게 ‘적대적’ 태도를 보인 메타가 이익을 취하는 것은 절대 봐줄 수 없다는게 트럼프 생각이다.

알파벳이 소유한 유튜브 등 다른 동영상 중심 소셜플랫폼들도 이익을 볼 수 있다. 사용자를 더 확보하는 것뿐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광고시장이다. 메타와 유튜브는 틱톡이 미국 내에서 차단될 경우, 그간 틱톡에 몰렸던 광고수익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미 의회에서 틱톡 강제 매각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후, 메타오 알파벳 주가가 급등한 것도 그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틱톡이 사라지거나 침체를 겪을 경우 X도 어부지리를 기대할 만하다. 사용자와 광고가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앞두고, 국내외적 민감한 현안으로 부상

그러나 틱톡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현안이 되고 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가 틱톡에 대해 그간의 입장을 바꿈으로써 공화당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공화당의 유력한 후원자와 지지자들도 변수다. 거액의 공화당 기부자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키스 라보이스 같은 인물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해당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기 직전 X 게시물을 통해 “일부 공화당 의원이 그랬듯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후보자에게는 절대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틱톡 추방에 찬성했다간 틱톡을 애용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공화당은 이래저래 고민이 큰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는 올해 틱톡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를 활용해 선거운동도 열심히 벌이고 있다. 최근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지난 1년 전보다는 틱톡 금지령에 찬성하는 숫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반응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정부가 강제 매각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분명하지만, 미-중 무역 및 외교 관계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수년 전 틱톡 매각을 압박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회사를 인수하는게 선례가 되어, 앞으로 다른 나라들도 미국 회사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며 이를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여차하면, 자신들도 중국 내 미국 기업에게 비슷한 조치로 보복할 것이란 으름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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