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무제한 수익” 조건부 투자 의향, “‘영리법인화’해야 가능”
‘투자수익’ 제한 철폐 고민, 앨트먼, “‘비영리’ 벗어날 준비돼있어”
“내년 중 전환”설도, 영리법인 전환시 ‘시장가치 1500억 달러’ 예상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오픈AI가 그간의 비영리 구조를 벗어나 본격적인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오픈AI와 CEO 샘 앨트먼은 비영리 법인을 표방, ‘공익적 차원’에서 AI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초엔 세계 최초로 생성AI 기반의 챗GPT를 출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에 샘 앨트먼은 새로운 생성AI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바 있다.
그런 앨트먼이 지난 13일 자사 직원 회의에서 “창업 당시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므로, 이제 ‘비영리’의 통제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선언하면서 이같은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었다. 이는 실리콘 밸리와 세계 IT업계의 또 다른 빅뉴스가 되었다.
처음 ‘포천’지에 의해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를 거의 모든 언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생성AI 기술과 산업에서 오픈AI와 샘 앨트먼이 갖는 위상이나 존재감을 다시금 실감케하는 모습이다.
엘트먼, 직원회의서 ‘전환’ 가능성 시사
그 중 기술매체 ‘매셔블’은 “이번에 앨트먼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거액의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 알려지기론 약 65억 달러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투자자들이 좀더 큰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단언했다.
즉 “비영리 조직이다보니, 투자를 통해 건질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그 간의 투자자들의 불만을 의식한 것이다. 이 참에 영리법인으로 전환해 더 큰 투자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려들게 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이를 위해 빠르면 내년부터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않다. 시장에선 그럴 경우 오픈AI의 시장가치는 무려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현재 시장 가치 3위 엔비디아나 4위 메타 다음의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앨트먼은 이런 계산을 토대로 “이제 비영리 통제에서 벗어날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심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오픈AI는 비영리 단체가 통제하는 ‘제한된’ 사업 방식의 유한회사 형태다. 오픈AI 이사회는 지난해 11월에 앨트먼을 CEO에서 전격 축출, 해고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비영리 조직 구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사회는 당시 “앨트먼이 AI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며, 이사회에 거짓말을 하며 업무를 방해했고, 비영리 법인으로서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앨트먼은 불과 일주일 만에 복직되어 오픈AI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다시 회사를 장악한 바 있다.
복귀 후 앨트먼은 더욱 수익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사업을 탐색해왔다. 사실상 영리법인만이 가능한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엔 애플이 오픈AI에 투자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다른 대형 후원자들과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65억달러 투자 협상 중, ‘수익 상한선 철폐해야 타결’
1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오픈AI가 투자수익 상한(선)을 철폐하는 조건으로 투자할 의향을 내비친 경우가 많다. 이를 수용하려면 결국 비영리법인이 폐지되거나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시장 가치 1,500억 달러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현재 65억 달러를 모금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 여부는 투자자를 위한 이익 상한선을 다시 설정하거나, 아예 폐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즉 영리법인으로 전환해야만 투자가 성사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가 성사될 경우 새로운 자금 조달은 전환사채 형태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막강한 재원의 내로라하는 투자기업들이 ‘영리법인 전환’을 조건으로 투자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앞으로 2주 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나온다.
일단 ‘Thrive Capital’이나, ‘Khosla Venture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기존 투자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엔비디아, 애플 등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자들도 투자의향을 내비치고 있으며, 한때 투자의사를 철회했던 ‘Sequoia Capital’도 다시 협상 중이다.
오픈AI로선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만약 (영리법인 전환 등)구조 조정이 실패하면 지분 투자와 가치 평가를 투자자들과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훨씬 적은 금액에 머무를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다.
영리법인화, ‘넘어야 할 산’도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AI는 표면적으론 “비영리 단체는 우리가 부여받은 사명의 핵심이며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영리법인 전환을 위해선 일단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영리법인화를 위해 이익 상한선을 철폐하려면 최고 경영자 샘 알트만, 기업가 브렛 테일러, 그리고 다른 7명의 이사로 구성된 오픈AI 비영리법인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선 근본적인 기업 구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해보인다. 그 동안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에 대한 상한선을 따라야 했고, 이를 넘는 추가 수익은 비영리 기관으로 이전되었다. 투자수익 상한선을 없애면, 기존 투자자들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영리법인화될 경우 오픈AI의 거버넌스와 비영리 사명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오픈AI는 애초 설립 당시부터 설정했던 투자상한선에 대해 “맹목적으로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상업성과 안전성, 지속 가능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AGI를 연구, 개발, 배포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나름의 명분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업계와 시민사회의 신뢰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오픈AI와 샘 앨트먼은 막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이처럼 ‘명분과 실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