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벤트’보다 몇 시간 후 전격 출시, 현지선 “美 제재 이긴 쾌거”
그러나 비싼 가격 비판도, “대부분 소비자들, 당장 구매 의사 없어”

화웨이의 3번 접는 트리플 폴더블 폰. (사진=로이터)
화웨이의 3번 접는 트리플 폴더블 폰. (사진=로이터)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애플이벤트 2024’에서 아이폰16의 포장이 벗겨지던 지난 9일(미 서부 시각) 오전 10시, 태평양 건너 중국에선 그보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화웨이는 3번 접히는 트리플 폴더블 폰 ‘Mate XT’을 출시했다. 애플의 잔치인 ‘애플 이벤트’에 재를 뿌리며,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날 화웨이의 ‘트리플 폰’ 출시 소식은 거의 모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블룸버그, 테크크런치,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 대부분 언론들은 “‘애플이벤트’와 같은 날”을 강조하며, 행간에 편치않은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로이터는 “(트리플 폰이)중국인의 자부심을 자극하지만 2,800달러(한화 약 375만원)의 비싼 가격으로 비난을 살 여지가 크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출시된 트리플 폰은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유리 케이스에 전시되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화웨이 측은 이 제품이야말로 “미국 제재에 대한 승리”로 여기는 듯한 분위기다. 화웨이의 중국 소비자들 역시 “화웨이가 애플보다 더 혁신적”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웨이보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당장 사고싶은 마음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생활수준에 비해 가격이 너무나 비싼 탓이다. ‘Mate XT’에 대한 중국 웨이보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약 9,200명의 응답자 중 966명만이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4,700명 이상이 가격 때문에 구매를 꺼려했고, 3,500명은 아예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의 새로운 3중 폴더블 스마트폰은 중국의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불러일으켰고, 소셜 미디어에선 애플보다 혁신적이라며 떠들썩한 분위기”라며 “ 2,800달러 가격표에 반발하면서 모처럼 미국의 제재를 이겨냈다며 환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Mate XT’와 애플의 아이폰16은 모두 9월 20일에 함께 판매될 예정이다. 다만 ‘Mate XT’는 중국에서만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이참에 애플을 중국 땅에서 몰아내겠다는 결기도 엿보인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 한 사용자는 “애플은 몰락하지는 않은 수준이지만, 화웨이는 진짜 다시 떨쳐 일어났다”고 의기양양해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헛수고였다.”라고 했다.

이날 웨이보에선 중국의 애플 매장 직원들이 화웨이 매장의 ‘Mate XT’ 출시를 지켜보는 모습이 13시간에 걸쳐 2위 트렌드 항목이 되었다. 조회수도 9,100만 건에 달했고, 댓글이 6,600개가 넘었다.

‘Mate XT’를 출시한 화웨이는 작년에 ‘Mate 60’ 시리즈로 5G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이어서 올해는 자국내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내장한 고급 ‘Pura’ 시리즈 휴대폰으로 다시 부상한 셈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이 회사가 “첨단 미국 칩 기술 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의 제재에 대한 승리”로 여겨지고 있다.

앞서 워싱턴은 화웨이를 국가 안보의 위험요소로 보고 있지만, 이 회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날로 미국의 제재는 확대되어 모든 중국 기업에 고도로 진보된 미국의 첨단 칩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특히 중국군의 첨단 무기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화웨이 팬들은 또한 애플이 아이폰16 제품군을 구동할 중국 내 AI 파트너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애플의 야심작인 애플 인텔리전스 AI는 내년에 중국어로만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민족주의적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Mate XT의 시작 가격인 19,999위안은 일반 소비자의 손이 닿지 않는 가격”임을 지적하며,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일반 시민들이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시기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Mate XT’는 심지어 대용량 메모리 등 보다 정교한 기능이 있는 버전은 최대 23,999위안(3,300달러)에 달하기도 한다.

이에 자신을 화웨이 열성팬이라고 소개한 한 사용자는 “아무리 화웨이 제품을 좋아하더라도 이런 가격표는 미친 소리 같다. 어쩌면 화웨이가 저 같은 서민들을 겨냥하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고 로이터에 볼멘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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