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천개 채널 분석, “마약상, 백인 우월주의자, 사기꾼 등 활개”
ISIS 등 테러집단 메신저 역할, 증오와 혐오, 신파시스트들의 ‘잔치’
‘다크 웹’의 익명성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사용 ‘편의성’ 결합
각국 정부 손길 못미쳐, ‘애플․구글은 앱스토어로 텔레그램 통제 가능“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최근 동향만을 본다면 텔레그램은 그야말로 불법과 극단주의자들로 가득한 ‘무법천지’와도 같다. 두로프가 파리에서 체포된 직후 ‘뉴욕타임스’가 텔레그램의 16,000개 채널에서 320만 개 이상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그야말로 온통 범죄와 불법, 극단주의자들의 패악질 등으로 침수(浸水, inundated)되다시피 한 상태다.
NYT 조사 결과를 인용한 테크크런치 등 다른 매체들 역시 이를 연일 클로즈업하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것만 봐도 팔로워가 7만명이 넘는 백인 우월주의자가 운영하는 채널 1,500개, 무기 판매 채널 20개,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엑스터시나 코카인, 헤로인 등 마약 배달 광고 채널이 최소 22개에 달한다. 마약상, 사기꾼, 백인 극단주의자가 이 플랫폼에서 공개적으로 돈벌이를 하고, 유해한 선동과 발언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테러집단들, 수십 개 ‘채널’ 통해 팔로워 모집
더욱이 하마스, ISIS 및 기타 테러 집단들도 텔레그램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흔히 수십 개의 채널을 통해 수많은 팔로워를 모으고 있다. 하마스와 관련된 40개 이상의 채널을 분석한 결과, 이-팔 분쟁 발발 이후 평균 시청률이 최대 10배까지 급증했고, 한 달 평균 4억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야말로 텔레그램은 범죄 활동, 허위 정보, 아동 성적 학대 , 테러리즘, 인종 차별 선동의 ‘글로벌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범죄자, 테러리스트 및 사기꾼이 대규모로 활동하며,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가 되고 있다. “불법적이고 극단주의적인 활동이 앱에서 공개적으로 번창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실정이다.
설립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체포되었다. 프랑스 당국은 “텔레그램의 콘텐츠 검열 소홀로 인해 두로프가 사실상 플랫폼을 통해 불법 활동에 공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39살의 두로프는 애초 텔레그램을 만들 때부터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말하거나 하는 일에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각별한 신념을 내세웠다.
그는 “우리는 항상 사용자에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제공할 것이다. 검열되지 않은 정보와 의견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제공해, 사용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단 그 초심은 ‘선의’에서 출발할 것으로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악용한 증오와 혐오, 폭력, 음란물, 사기, 범죄 등이 각국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한껏 자유롭게’ 자행되고 있다.
폭동, 증오, 폭력, 살인 등의 기폭제 역할
텔레그램에서 퍼진 증오적인 담론은 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폭동이나, 아일랜드의 이주민 주택 센터 방화 사건과 같은 사건의 기폭제 역할도 했다. 또 ‘신파시스트들’이 폭력을 조장하는 메시지와 영상을 공유하며 ‘테러그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텔레그램을 악용하기도 했다. 이들 이질적인 범죄집단은 지난 2022년 슬로바키아의 ‘L.G.B.T.Q’(성적 소수자들) 바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을 포함한 파괴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 사용자가 10억 명에 가까워지면서 텔레그램은 “다른 소셜미디어들과 차별화를 실현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랑하고 있다.
한 마디로 텔레그램은 ‘다크 웹’의 익명성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사용 ‘편의성’을 결합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총기, 불법 마약, 처방약, 복제 신용카드 등을 사고파는 사기성 ‘ATM 카드’를 판매하는 채널을 손쉽게 검색, 찾아낼 수 있다. 또한 판매 가능한 상품의 사진이나 비디오와 함께 딜러는 버젓이 텔레그램에 자세한 정보를 남길 정도다. 마치 여느 세일즈맨처럼 행동하며, 때로는 ‘성공적인 배송’을 축하하거나, ‘할인 이벤트’를 홍보하기도 한다.
이런 불법적인 온갖 행위가 가능한 것은 텔레그램 특유의 구조 때문이다. 대표적인게 ‘채널’과 ‘슈퍼그룹’과 같은 고유한 기능이다. 이를 두고 텔레그램은 “다른 소셜미디어와의 차별화”라고 자랑하기까지 한다.
텔레그램은 지난 2014년에 처음 방송 기능을 추가하기 전에는 ‘아이메시지’(iMessage)나 ‘왓츠앱’과 유사한 표준 문자 메시지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게 발전된 ‘채널’은 이제 각종 뉴스 매체, 세계적 정치 지도자나 명망가, 정부 기관 등이 텍스트, 이미지, 링크, 영상을 공유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도구로 자리잡았다.
텔레그램은 그 후 다시 험악한 초기 온라인 채팅방 시대를 방불케 하는 ‘슈퍼그룹’을 도입했다. 이는 새로운 사용자들을 대거 확보하는데엔 성공했지만, 그 만큼 위험도 크고, 텔레그램 전반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었다.
왓츠앱은 그룹 채팅 크기를 수백 개로 유지하고, 링크 공유를 제한함으로써 허위 정보의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반면에 텔레그램은 그런 노력을 하지않고 있다. 채팅 그룹이 무한정 규모를 키워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렇다보니 2019년 무렵엔 최대 20만 명의 사용자가 있는 웬만한 도시 규모의 ‘채팅’ 그룹도 여럿 생겨날 정도였다. 그런 채팅 그룹은 온갖 악성 루머나 범죄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널리 확산시키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엔 ‘채팅’을 통해 암호화폐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텔레그램은 암호화폐 세계에서 자사와 연계된 ‘TON’ 코인을 유통시키며, 수익원을 창출했다. 이에 채팅 그룹은 ‘TON’을 비롯한 디지털 코인 투자 정보가 활발히 오가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극단주의자나, 극렬한 테러집단, 허위 정보 유포자, 마약 등 불법 거래자 등의 ‘장마당’으로 변질된 것이다.
각국 정부, 애플․구글 통해 텔레그램 정보 요청
현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정규 직원은 약 60명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소규모 스타트업 규모다. 이와 별개로 관리자로 일할 계약직 직원 수백 명 정도가 있다. 마치 은밀한 범죄집단처럼 소규모 조직을 통해 대규모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결코 “정상적인 기업 운영 패턴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조직과 운영을 그처럼 익명의 비밀주의로 일관하면서, 각국 사법당국의 콘텐츠 통제 등에 대한 요구를 들은체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예 각국이 협조나 시정조치를 요구해온 이메일 ‘받은편지함’을 거의 확인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 공격사건 이후 이를 조사하는 미 하원 위원회가 15개 인터넷 플랫폼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을 때, 유일하게 텔레그램만 응답하지 않았다. 반면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틱톡 등은 자체 적으로 관련 전담 부서를 꾸리는 등 미 의회와 사법당국의 요청에 성실하게 응했다. 이들은 각자 수천 명의 관리자를 두고 의사당 공격을 선동하는 등의 불법적이고 유해한 자료를 찾아 당국에 넘겼다.
결국 앱스토어에서 여차하면 텔레그램을 추방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애플과 구글에 의해 텔레그램의 불법적인 메시지들이 제공되었다. 결국 텔레그램은 자의보단 타의에 의해 당시 의사당 공격을 선동하는 등의 유해한 자료를 제거하고, 해당 정보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했다. 그 후로 각국 정부는 애플이나 구글의 협조를 얻어 텔레그램을 압박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불법 근절’ 위한 성의있는 노력 전혀없어
사실 텔레그램은 여러 채팅 그룹이나 개별 채팅은 제외한, 공개된 콘텐츠에 대해선 이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거나, 이를 위한 AI도구를 보유하고 있다. 스스로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검토하고, 사용자 불만을 처리하고, 아동 성적 학대 자료에 대한 일일 보고서를 게시하는 것을 포함하는 검토 프로세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은 그러나 이런 불법활동을 근절하기 위한 제대로 된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한 인력 충원도 거의 없다. 이번 ‘뉴욕타임스’의 조사 결과, 총기, 마약 및 사기성 직불 카드를 포함, 불법 품목을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채널만 최소 50개 이상이 발견되었다. 이들 채널은 불법적인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면 이를 ‘터치다운’이라는 속어로 부르기도 한다.
텔레그램의 이런 속성과 함께 경찰 등 사법당국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 등은 날이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사용자가 종단 간의 암호화가 적용된 비밀 채팅 옵션을 선택하면, 텔레그램 자사도 그 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각국 정부가 예의주시해오던 중에 마침내 프랑스가 여행 중 경유차 자국에 잠깐 들른 두로프를 체포하기에 이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