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지닌 다수 기업들 인수, 자체 기술 네트워크 보강
“엔드투엔드 AI 솔루션 기술 보강, SW 역량 강화…AMD 생태계 구축”
시장점유율 엔비디아의 10분의1, 맹렬한 M&A, R&D로 가장 적극적인 추격세”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세계 AI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기술 자립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AMD가 가장 활발한 투자와 움직임을 보이며 선두에 서고 있어 주목된다. 더욱이 AMD는 여느 빅테크와 달리 기왕의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괄목할 만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 역시 AMD에 특히 주목하며, 긴장하고 있다.
최근에도 사일로 AI, ZT시스템스 인수․투자 등 과감한 행보
특히 AMD는 기술력을 지닌 기업들을 과감히 인수,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로 더 이상 독자적 기술력만으로 기술혁신 속도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빅테크들도 이런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AMD는 그 중에서도 가장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엔비디아를 추격하며, AI 반도체 시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AMD, 지난 7월에도 사일로 AI, ZT시스템스(ZTSystems) 등을 인수했다. 사일로 AI는 핀란드 헬싱키에 기반을 둔 유럽 최대 AI 민간연구소다. 인수 후 사일로 AI 팀은 AMD의 인공지능 그룹(AIG)에 합류했다. 그렇다면 사일로 AI 인수가 AMD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일로 AI는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 운영에 AI를 빠르고 쉽게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AI 기반 솔루션 부문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부족했던 AMD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사일로젠(SiloGen) 모델 플랫폼과 AMD 플랫폼에서 포로(Poro), 바이킹(Viking)과 같은 최신 오픈소스 다국어 LLM을 생성할 수도 있다. 이에 “이번 인수는 개방형 표준을 기반으로 엔드투엔드 AI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AMD 전략의 일환이며, 기업용 AI 솔루션을 구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따른다.
이미 AMD는 지난 2023년에도 개방형 표준을 표방하는 엔드투엔드 AI 솔루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밉솔로지와 노드.ai를 인수한 바 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할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AI 훈련 클러스터 위한 설계 디자인 기술 확보
AMD는 또 ZT시스템스를 지난 8월에 인수해 더욱 엔비디아 추격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ZT시스템스는 서버, 서버랙, 데이터센터 인프라 설계와 제조 분야 기술력을 보유학고 있다. 기술매체 ‘더 버지’는 “지난 2022년 프로그래밍 가능 칩 설계업체 자일링스(Xilinx)와, 2006년 ATI테크놀로지를 인수한데 이어 세 번째로 큰 인수 거래 규모”임을 강조했다.
ZT시스템스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구축하고, 엔비디아 시스템을 설계, 제조하는 등 인프라 업계에서 선도적인 공급업체로 평판이 나있다. 서버와 같은 핵심 인프라 제품을 설계·제공하고, 특히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AMD는 ZT시스템스를 인수, 고객사의 AI 훈련 클러스터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설계 디자인팀을 갖추게 되면서, 특히 “최신 AI GPU를 테스트하고 배포하는 속도를 높이여 엔비디아를 추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앞으로 ZT시스템스의 서버 제조 사업 부분은 분리해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즉, ZT시스템스 인수 후 이 회사의 연간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 부문은 매각하고, 전력·열·네트워킹 및 랙 설계 전문 엔지니어 1,000여 명과 설계 부문만 잔류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인수 형태의 고용, 즉 ‘acqui-hire’인 셈이다. 인수는 하되, 소유는 하지 않고 대신 피인수 회사의 고급 기술 인력들을 재고용하는 형태다.
제조 시설이 없는 AMD 입장에서는 굳이 낮은 마진 경쟁을 하는 서버 제조 분야에 뛰어들기보다는, 점점 복잡해지는 AI 서버 내부를 효율적으로 설계하여 ‘고객 맞춤형 AI 서버’를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ZT시스템스 제조 부문을 델이나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와 같은 서버 제조업체에게 매각할 수만 있다면, 델, SMCI 등은 자사 서버 제품에 AMD 칩을 구매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판단이다.
AI 통합 솔루션, 맞춤형 지원 등 엔비디아 ‘아성’ 맹공격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인수는 AMD가 고급 시스템 설계 전문 기술과, 다수의 전문 엔지니어를 확보해 AI 통합 솔루션을 확장하고 맞춤형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엔비디아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도 궁극적으론 AI 반도체 사업이 단순히 반도체(HW) 영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또 AI 솔루션 개발과, AI 인프라 설계 제조 전문 기술력을 확보, AI 칩 개발뿐 아니라 이를 구동하는 SW 영역까지 겨냥한 투자를 강화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는 막강한 엔비디아 아성을 깨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기도 하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 170% 상승한 반면, AMD 주가는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AI 반도체 성능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설계, AI 소프트웨어 등 AI 산업 생태계에서 엔비디아가 월등하게 앞서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때문d[ 지금도 글로벌 AI 반도체(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에 대한 AI 기업들의 엔비디아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거대한 엔비디아 아성’을 의식한 AMD 역시 SW 영역까지 공략하게 된 것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세계 GPU 시장은 엔비디아가 89.6% 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거 있다. 그 뒤를 이어 AMD가 8.3%, 인텔 1.16%, 기타 0.94%(’24.3) 등이다. 이에 AMD는 다른 후발주자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추격 속도를 보이고 있다.
AMD MI300시리즈 등 ‘엔비디아 뛰어넘는 성능’ 평가도
2023년 12월 엔비디아 H100칩 성능을 넘어서는 AMD MI300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MI300X는 192GB의 최첨단 고성능 메모리인 HBM3을 탑재,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함으로써 대형언어모델(LLM)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엔비디아 AI칩 H100에 비해선 2.4배나 되는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을 지니고 있다”는 AMD의 설명이다.
또 AMD는 차세대 AI 가속기 ‘AMD 인스팅트 MI325X’, 라이젠 AI 300시리즈 칩을 공개하고 MS, HP, 레노버 등을 포괄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 MI325X는 기존 MI300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핵심적인 아키텍처는 같지만, 사용하는 메모리를 HBM3에서 더욱 빠른 HBM3E로 업그레이드했다. 메모리 용량도 약 2배 늘어난 최대 288GB에 달한ㄷ가.
이처럼 AMD는 사양과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MI325X를 앞세워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인 블랙웰(B100, B200, GB200 등으로 구성) 시리즈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AMD는 “특히 ‘MI325X’가 엔비디아 B200보다 1.5배 많은 메모리 용량과 1.2배 빠른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AMD 소프트웨어 ‘ROCm’의 인지도와 기술력이 뒤처져 있지만, 이처럼 지난해 인수한 노드.ai가 기존 AI 모델을 AMD 제품에 맞게 최적화하는 SW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등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