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2의 N번방’ 방불케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으로 새삼 주목
철저한 ‘익명성’ 보장 ‘채널’ 통해 범죄 모의, 허위정보 공유 등 횡행
여느 소셜미디어와 달리, ‘사용자 보호’, 콘텐츠 필터링 기능도 미약
프랑스 당국 ‘두로프’ 체포, 국내 ‘反텔레그램’ 정서 등으로 ‘새삼 주목’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딥페이크를 이용한 대규모 성범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제2의 N번방’ 사건을 방불케하는 이번 사건은 특히 텔레그램이라는 ‘소셜미디어의 사각지대’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텔레그램 설립자 파벨 두로프가 파리에서 검거된데 이어, 국내에선 이처럼 텔레그램을 은신처로 삼은 대형 딥페이크 성범죄가 일면서 새삼 텔레그램이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현재로선 텔레그램이야말로 ‘익명성’을 무기로 범죄자들이 기생하는 온상이 된 상태다. 그러면 텔레그램은 어떻게 온갖 극단주의자들과 범죄자들의 소굴이 되다시피한 것일까. 설립자 두로프의 체포에 이어, 국내에서 이를 이용한 대형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건이 터지면서 그 실체에 대한 관심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10억 이상 접속, 온갖 ‘음모론’으로 폭동 부추기기도
지난 2013년에 생겨난 텔레그램은 이미 접속 인구가 10억을 넘을 만큼 세계적인 소셜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이는 애초 창립자 두로프 나름의 선한 의도에소 시작되었다. ‘익명성’과 함게 비공개 채팅 기능으로 텔레그램은 독재정부나 권위주의 정권 치하에서도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무료 공간이 되었다.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한 피난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최근엔 범죄 활동과,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주요 표적이 되었다. 지난 24일, 프랑스 당국이 최고 경영자 파벨 두로프를 체포한 것도 그 때문이다. “텔레그램이 범죄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게 그의 혐의다. 이에 텔레그램측은 “본사는 유럽의 DMA(디지털시장법) 등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며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은 지난 8월 초 영국에서 반이민 폭동을 조장하는데 크게 악용되었다. 런던에 있는 반극단주의 싱크탱크인 ‘Institute for Strategic Dialogue’(ISD)의 연구에 따르면, 7월 29일 영국 북부 사우스포트에서 세 명의 어린 소녀가 살해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 후 극단주의자들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고, 공격 대상과 장소를 알리고, 잠재적인 폭동자들에게 “실용적인 조언”을 전파한 것이다.
이에 싱크탱크 ISD는 폭동과 관련된 반이슬람 및 반이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게시, 호스팅 및 전달한 16개의 주요 텔레그램 채널과 그룹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폭동에 직접 대응해 만들어진 6개의 채널은 8월 5일과 6일에 플랫폼에서 삭제되었다.
영국 폭동에서 앱의 역할에 대한 ISD의 질문에 텔레그램 대변인은 “관리자들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채널과 게시물을 제거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공개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 AI 도구, 사용자 신고 등에 의해 모니터링이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그 직후 “폭동을 부추기는 데 도움이 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단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음란물, 폭력 등 삭제” 공언 불구, “모니터링 허술” 지적
텔레그램은 페북, 인스타, 틱톡, X, 왓츠앱 등 다른 소셜미디어와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은 비슷한 텍스트 기반 채팅 미디어다. 사용자는 스토리를 게시하거나 토론 그룹을 만들거나 ‘채널’이라고 불리는 것 등을 설정할 수도 있다. 여기서 ‘채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유치하고, 뉴스와 정보에 대한 영향력 있는 여론 기지가 될 수 있다.
물론 텔레그램 본사도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신규 사용자는 스팸이나 해킹 등을 시도하는데 악용하지 않고, 폭력을 조장하거나, 불법적인 음란물 콘텐츠를 게시하지 않도록 한다는데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등의 대형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에 비해 콘텐츠 검열이 적은 편”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대체로 텔레그램측은 노골적인 음란물이나 매우 폭력적인 계정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용자 메시지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텔레그램의 암호화 수준도 의심받고 있다. 경쟁사인 왓츠앱이나 시그널은 기본적으로 ‘엔드 투 엔드’ 암호화를 사용한다. 이는 사용자 메시지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텔레그램은 그렇지 않다.
대신 텔레그램은 ‘비밀 채팅’을 시작한 사용자에게만 엔드 투 엔드 암호화를 제공, 텔레그램 운영자들이나 다른 제3자가 훔쳐볼 수 없게 만든다. 텔레그램은 그러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암호화 프로토콜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과연 제대로 암호화를 시행하고 있는지를 의심받고 있다.
다른 채널 교차 가능, 악성 정보 바이러스처럼 전파
텔레그램의 콘텐츠는 X나 틱톡, 페북 등과 달리, 사용자의 콘텐츠의 수위나 성격이 어떻든, 다시 피드백 되는 경우가 없다. 그렇다보니 증오 표현과 허위 정보가 텔레그램을 타고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더욱이 사용자가 다른 채널로 콘텐츠를 교차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채널을 팔로우하는 사용자에 대해 음로론자들이 더욱 공격적인 정치적 콘텐츠가 있는 채널 링크하도록 유도하기가 쉽다. 이러한 링크를 클릭하는 사용자는 더욱 극단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는 또 다른 급진적인 사용자와 교류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도 골치를 앓고 있다. 이번에 설립자 파벨 두로프를 프랑스 당국이 검거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다. 그렇다고 감독 당국이 직접 텔레그램에 가입, 개인이나 채팅방, 채널에 거짓정보나 선동적인 정보를 올리는 극단주의자를 추적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미국 등의 사법기관은 미국에 본사를 둔 상장 기업인 메타를 설득해 페북이나 왓츠앱 등에서 불법 활동에 연루된 사용자를 식별하도록 협조를 받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않았다. 그러나 두바이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에 대해선 거의 무력한게 현실이다. 특히 親러시아 성향의 계정들은 텔레그램에서 특히 적극적으로 악의를 바탕으로 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데 열심이다.
실제로 러-우크라 전쟁에서 이는 적극 활용되고 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대한 비난은 물론, 이를 둘러싼 허위정보가 판을 친다. 러시아 정보부 요원들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유럽 각국을 대상으로 이같은 음해와 마타도어를 퍼뜨릴 범죄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러시아 뿐 아니다. 텔레그램은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우크라이나인들도 사용하고 있다. 그들 역시 러시아 등에 대한 음해와 가짜정보를 퍼뜨리는데 몰두하고 있다.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두로프 형제가 플랫폼 만들어, 수익모델은 변변찮아
텔레그램은 본래 러시아 기업가인 두로프와 프로그래머이자 수학자였던 그의 동생 니콜라이가 만들었다. 그들은 2006년 러시아 기반 소셜 네트워크 ‘VKontakte’를 만들어 재산을 모았다. 이 플랫폼은 러시아인들에게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크렘린의 특정 정보 요구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되었고, 결국 두로프는 VKontakte 지분을 매각했다. 그리곤 러시아를 떠났다. 이미 그 무렵 텔레그램이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생인 니콜라이는 이 플랫폼의 데이터 전송 시스템을 개발했다.
때론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라는 별명을 가진 파벨은 그 후 오랫동안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100억 달러가 넘는 순자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특히 텔레그램은 암호화폐와도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고, 지난 2018년에 ‘Telegram Open Network’(TON)라는 자체 최초 코인 공개를 발표, 본격적인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20년에 두로프는 “플랫폼을 만든 이후로 수익이 전혀 없다”면서 “향후 플랫폼을 수익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구독 기반 버전인 ‘Telegram Premium’이 2022년에 출시되었다. 사용자는 더 빨리 다운로드할 수 있고, 더 큰 파일 업로드를 포함하여 향상된 기능을 즐기면서 요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콘텐츠 제작자가 채널에서 광고로 얻은 수익의 50%를 유지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러나 플랫폼에 대한 대부분의 자금은 여전히 창립자인 두로프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텔레그램이 두로프의 체포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특히 국내에선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문제가 되면서, 한층 ‘텔레그램’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反텔레그램 정서과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