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소유자 파벨 두로프 ‘체포’ 계기, “책임 커” vs “터무니없어”
프랑스 당국, ‘유해 콘텐츠 방치한 책임, 수사당국에 비협조’, 체포 이유
두로프 신변 처리 상황, ‘소셜미디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 대상“

(사진=앱 스마트폰 캡처 화면)
(사진=앱 스마트폰 캡처 화면)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텔레그램 설립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공항에 전격 체포되자, “소셜미디어 플랫폼 콘텐츠에 대해 CEO나 소유자가 얼마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가”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두로프는 개인 전용 제트기를 타고 24일 아제르바이잔에서 파리 외곽 르 부르제 공항에 도착한 직후 프랑스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이날 대부분의 외신은 두로프 체포 소식을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프랑스 ‘국가 사기 방지 사무소’는 텔레그램 사용자의 불법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혐의로 두로프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로프가 체포된 다음 날 텔레그램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본 플랫폼이나 그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측, “숨길 것 전혀 없다” 반발

텔레그램은 자체 플랫폼의 공식 뉴스 채널에 게시된 성명에서 CEO 겸 창립자인 파벨 두로프의 체포에 반발하며, “숨길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텔레그램에 올린 게시문에서 “텔레그램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포함한 EU 법률을 준수한다”면서 “(콘텐츠에 대한) 조정은 업계 표준을 따르고 있으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X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도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CEO에게 돌려 체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두로프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머스크는 두로프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가장 먼저 “유럽에서 언론의 자유가 공격을 받고 있다”며 특히 ‘동종업계’로서 두로프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머스크 자신도 X의 소유자인만큼 이번 사태를 결코 자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소셜 미디어 CEO나 소유주의 콘텐츠에 대한 책임의 범위를 둔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텔레그램측은 콘텐츠 내용을 두고 자사 CEO가 체포되리라곤 생각지 못한 듯하다. “설마” 했다가 일을 당한 듯한 표정이다. 그래서 “텔레그램의 CEO 파벨 두로프는 숨길 것이 없고 유럽을 자주 여행한다.”고 했다. 텔레그램은 특히 “플랫폼이나 그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거의 10억 명의 사용자가 텔레그램을 의사 소통 수단이자 ‘중요한’ 정보원으로 정기적으로 사용한다”면서 “이 상황이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에 대해 CEO나 소유주가 가장 큰 책임을 진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세계 10억 명의 사용자”를 강조하며, 글로벌 소셜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두로프, “언론자유 찾아 脫러시아” 새삼 환기

두로프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의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그에 대해 프랑스 당국은 텔레그램에 콘텐츠 검증시스템이 부족하고, 경찰에게도 비협조적이어서,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의 광범위한 범죄를 허용한 혐의로 경찰이 예비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체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자신도 비공식적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15개월간 미국 감옥에 수감되었던 러시아 의원 마리아 부티나도 비판 대열에 가담했다. 그는 두로프가 “정치범이며 서방의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비난했다.

현재 두바이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은 지난 2014년 두로프가 VK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반대 커뮤니티를 폐쇄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거부한 후 러시아를 떠난 후 설립한 소셜미디어다. 약 1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이 암호화된 애플리케이션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구소련 지역에 특히 영향력이 있다. 페북, 유튜브, 왓츠앱, 인스타그램, 틱톡, 위챗에 이어 주요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본래 두로프는 러시아에서 압박을 받는 동안 암호화된 메시징 앱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암호화는 그의 남동생 니콜라이가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텔레그램은 전쟁과 당사국 간의 갈등을 둘러싼 양측의 여과되지 않거나, 때로는 노골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의 주요 공급원이 되었다. 심지어는 많은 전문가들이 “텔레그램은 러-우크라 전쟁의 또 하나의 ‘가상 전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 말처럼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리들, 그리고 러시아 정부도 전쟁을 위한 선전 도구와 마타도어 등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모스크바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한 사용자가 두로프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모스크바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한 사용자가 두로프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텔레그램, ‘러-우크라’전의 ‘가상 전장’”

러시아는 두로프에 대해 애증의 양가 감정을 지닌 듯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는 한때 자국이 두로프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각서를 파리에 보내기도 했다. 사실상 심문과 조사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측은 “두로프가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거절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망명한 두로프를 두고, “러시아를 떠난 그가 (자기 생각대로) 타국의 정보기관과 협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짚었다. 평소 텔레그램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며 서방을 비판하고 모욕해온 메드베데프는 두로프에 대해 “조국 없이도 훌륭하게 사는, 뛰어난 ‘유아독존의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면서 “그러나 그는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다”고 했다. 즉 “지금 러시아의 모든 공통의 적에게 그 역시 러시아인인 만큼, (그 운명도)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앞서 2018년에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국가 안보를 위해 레그램 사용자의 암호화된 메시지에 대한 당국의 접근 권한을 부여하라”는 법원 명령을 거부했다. 그 직후 러시아 당국은 텔레그램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로 인해 많은 다른 서비스가 중단되었지만, 텔레그램의 가용성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금지 명령을 두고 당시 모스크바에선 대규모 시위와 함께 많은 NGO들의 비판이 일었다.

사용자들 1인 시위 등 ‘두로프 석방’ 요구

텔레그램은 두로프 체포 직후에도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언론 및 집회의 자유와 같은 인권을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 전에도 두로프는 “FBI와 같은 미국의 사법기관이 텔레크램에 필터링이나 정보수집을 위한 ‘백도어’를 넣으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FBI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텔레그램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이에 대한 ‘보안 및 데이터 침해’ 우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한편 영국의 ‘더 가디언’은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판사가 두로프의 구금을 일요일 밤(25일) 이후로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럴 경우 그는 최대 96시간 동안 심문을 위해 구금될 수 있다. 해당 구금 기간이 끝나면 판사가 그를 석방하거나, 기소하거나, 추가 구금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에 대해 다시 X를 통해 두로프 구금을 비난하고,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또 일부 외신들, 특히 로이터통신은 모스크바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밖에서 한 시위자가 두로프 체포에 항의하며,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진을 큼직하게 싣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텔레그램 계열인 블록체인 ‘The Open Network’의 토큰인 톤코인(TON)이 두로프가 체포 직후 급격히 하락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TON은 주말 최저가 5.25달러에서 일단 회복한 후, 토요일 개장 가격 6.70달러에서 다시 14% 하락한 5.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